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보이지않는 전쟁 ‘파병 재연장반대’ 단식농성
[현장] 여의도에서 무기한 농성중, 국회는 파병반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이호정   기사입력  2005/12/24 [11:54]
사학법 통과 이후 여야간의 대치로 인해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천막에서는 '파병철회'를 위해 무기한의 결연한 단식농성이 진행되는 중이다. 보름이 넘도록 단식을 이어 오고 있는 농성단의 정식 명칭은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이다.
 
지난 2004년 8월 '야반도주식 파병', '몰래파병' 등의 신조어를 낳으며 이라크로 떠난 자이툰부대는 이미 지난해 말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2005년 한 해 동안에도 자이툰부대에 로켓포탄이 날아들고 테러첩보가 입수되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으나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이툰부대의 임무변경과 파병연장을 계획해 나갔고, 한편으로는 일체의 언론 보도를 통제해 왔다.
 
현재 노무현 정부는 파병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감군' 카드로서, 다시금 1년을 연장 주둔하면서 자이툰부대 규모를 일부 감축하는 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게다가 이 결의안에 대해 이미 찬성당론을 정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명분으로 예산안과 함께 파병연장안 처리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 천막농성장은 노동자들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 단식농성단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중 철군을 논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인 지금, 파병의 재연장은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재연장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자이툰부대가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언론통제와 언론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인해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방기되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응당 제시되어야 할 '자이툰부대의 철군' 또한 이슈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농성단은 매일같이 여의도를 지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이툰부대의 철군이 긴요한 과제임을 알리고 있으며 파병연장안 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자 한다. 이들의 의로운 투쟁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날인 지난 12월 7일,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은 발대식과 함께 여의도 국회앞 천막에서의 농성을 시작했다.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부터 경찰의 방해에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파병재연장 반대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불씨'가 되겠다는 단식농성단원들의 기세는 드높았다. 

▲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단식농성단은 거리 선전전은 계속되었다.     © 단식농성단
 
농성단은 아침 출근시간, 점심시간, 저녁 퇴근시간에 맞추어 지하철 여의도역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한다. 매일 꾸준히 선전전을 해서인지, 많은 직장인들이 파병철회 단식농성단을 알아보고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농성 사흘째인 12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되고 파병연장동의안은 임시국회에 상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천막에서 기한없는 싸움을 진행하기로 한 농성단은 더욱 뜨거운 마음으로 여의도 거리의 강추위를 이겨냈다.
12일에는 국회의원들에게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과 자이툰 철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단식농성단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서한>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 단식농성단입니다. 저희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이 통과되던 12월 7일부터 국회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많은 국민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지와 격려가 있기에 파병 재연장 동의안이 부결되는 그 순간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17대 국회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행보를 지켜보며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17대 국회는 여야 30명의 의원이 제출한 자이툰 철군 결의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국방위원회에서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명백히 민의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동시에 노무현 정부의 친미사대 정책에 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언론 통제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철군여론은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라크 침략전쟁의 본질, 이라크 파병의 부당함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파병국가들은 이미 철군을 완료했거나 철군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노무현 정부만이 파병연장을 시도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1000명 감축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파병 재연장에 대한 반대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기만술책에 불과합니다.


불의한 침략전쟁의 도구로 전락한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땅에 남아있을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평화 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거짓으로도 이라크 파병 연장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거짓된 명분을 내세워 벌인 불의한 침략전쟁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은 실로 양심과 도덕, 정의를 모두 내던지는 행위입니다.


국회는 치욕적인 이라크 파병 재연장을 막아내고 점령군 자이툰부대의 완전 철군을 결의해야 합니다. 국회조차 이라크 파병을 위해 미국과 노무현 정부의 충실한 후견인 노릇을 하려한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국회 국방위가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자이툰 부대 철군결의안을 부결시킨바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금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지 아닌지의 기로에 놓여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의 요구사항에 대한 의원님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1. 국회는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을 즉각 부결 시켜야 합니다.


2. 국회는 자이툰 부대 철군 동의안을 재상정하여 자이툰 부대를 즉각 철군시켜야 합니다.


3. 국회는 노무현 정부의 친미사대정책을 폐기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 단식농성단
일주일째 되는 12월 13일에는 2명의 농성단원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잠시 병원을 찾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날짜가 쌓여 가자 많은 사람들이 농성단를 찾아서 격려와 연대를 전했다. 특히 14일 범민련의 여러 선생님들께서 직접 찾아오셔서는 "우리의 싸움은 반드시 승리하는 싸움"이라고 격려해 주신 까닭에 농성단은 용기백배했다.  
 
▲ 농성천막 안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고 생활을 하고 있다.     © 단식농성단

 대학로에서 '이라크 파병연장 항의행동' 집회가 개최된 12월 17일, 단식 11일째에 들어선 농성단도 여의도에서 대학로까지 이동하여 자리를 함께했다.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파병반대의 한 뜻으로 모인 여러 단체들 속에서 집회의 마지막 발언자로 무대에 선 단식농성단의 정문식 농성단장은 "우리는 자이툰 부대가 돌아올때까지, 파병반대의 여론이 일어날때까지 여의도에서 단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정부와 국회를 향해 "파병에 찬성하는 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 지난 12월 17일 이라크 파병 연장 항의행동에서 단식농성단이 발언을 하고 있다.     © 파병철회네트워크

단식 12일째가 되는 날, 건강이 심하게 악화된 2명의 농성단원이 병원에 갔다가 결국 포도당을 맞으며 단식을 중단하게 되었다. 또 19일 천막을 찾아 진료를 해 주신 보건의료노조원의 진단에 의하면 현재 나머지 농성단원들의 건강 또한 단식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좋지 못하다고 하다. 
 
그럼에도 남은 4명의 농성단원들은 지치고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자이툰부대를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꺾지 않고 농성을 이어 가고자 한다. 이들의 절절한 외침이 큰 함성으로 번져, 여의도를 뒤흔들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힘이 되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 이 기사는 파병철회네트워크(http://antipb.net)에 게재된 <이라크 파병 재연장 동의안 부결 및 자이툰 철군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단>의 일별 활동 기사를 압축, 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농성소식은 파병철회네트워크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12/24 [11:5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