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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체성, 2004 아마겟돈의 막올랐다
조중동과 수구세력들의 공세 갈수록 치열, 칠레 ‘쿠데타’와 유사해
 
문한별   기사입력  2004/10/06 [10:14]
온통 친북.좌익 타령입니다. 2002 월드컵이 끝난지가 벌써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온 나라가 빨간색 투성이라고 난리입니다. 대한민국의 현 대통령인 노무현을 북한의 김정일과 연계시켜 남한에 친북정권이 들어섰다고 설레발 떠는 것은 극우단체들의 상투적인 선동수법이 된지 오래입니다. 4일 열린 서울 한복판 10만 극우집회에서도 어김없이 그 공식이 반복.재현됐습니다.
 
▲극우집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무현=김정일, 이것은 이땅의 극우파들이 믿고싶어 하는 공식이었다.     ©대자보

그보다 전에 발표된 시국선언문에서 소위 보수원로들은 "나라가 운동권 출신 386세대와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 좌경, 반미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다"고 성토하며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교육위 국감장에서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친북.좌경화된 역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 지킴이'를 자처하는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들의 '위기 부추기기' 경쟁도 여전합니다. 조선일보는 5,6일자 지면을 통해 친북교과서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을 연일 여러 면에 나눠 크게 싣고 "‘새마을’ 비판하고 ‘천리마’ 찬양하는 역사 교과서"(5일자 사설 제목), "역사 교과서 편향 따지지 않으면 뭘 따지나"(6일자 사설 제목)고 불을 지폈습니다.
 
▲역사교과서를 북한은 '민족자주적', 남한은 '외세의존적'이라고 조선일보식 거두절미로 표현한 기사     © 조선일보 10월 6일자 PDF

동아일보도 이에 뒤질새라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 논란을 1,5면(5일), 5면(6일)에 걸쳐 연거푸 게재하면서 "편향적 역사교과서로는 미래 없다"(5일자 사설 제목)고 거들었습니다. 뿐 아닙니다. 이들 신문지들은 국방위 감사에서 "美軍 없이 한국軍 단독방어땐 남침 16일만에 서울 함락”한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주장을 여과없이 지면에 내보내 안보불안을 자극했습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나라가 결단날 것만 같습니다. 경제가 잘못되는 것도 대통령부터 사상이 의심스러운 좌파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악산 단풍모양 붉은색에 물든 반미군중 때문에 이라크에 군대까지 파병해 놓고도 미국에게 괘씸죄로 걸려 한미 안보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정치,경제,안보,교육 할 것 없이 총체적인 위기랍니다.

그럴진대 그 다음에 올 것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내기 위한 구국의 쿠데타 말입니다. 괜한 엄살이 아닙니다. 남한이 좌경화되어 북한의 손끝에 놀아난다는데 그보다 좋은 쿠데타 명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그 전부터 쿠데타 주장은 종종 제기돼 왔습니다. 3월엔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가 전쟁기념관에서 예비역장성들을 상대로 '군부쿠데타'를 거론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군대는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 누워서 죽을 것인가, 일어나서 싸울 것인가? 친북좌익세력으로부터 나라와 군대를 구하자!"는 극우단체들의 선동성 광고가 조선 동아 등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국군이여 일어나라"고 주문을 걸어댄 조갑제의 광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7월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국민행동본부의 '쿠데타' 선전선동 문구     ©동아일보 광고면

바야흐로 위기의 계절입니다. 전개되어 가는 양상을 보니 이러다가 칠레 아옌데 정권의 비극을 재연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근심 많은 자의 공연한 기우였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성을 상실한 신문지들의 노골적인 여론몰이와 그에 발맞춰 놀아나는 극우단체들과 야당의 극렬한 저항, 그리고 뒤로 돈을 빼돌리는 부자들의 작태가 칠레의 경우와 너무 흡사합니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칠레 군부가 쿠데타 성사 뒤 발표한 담화문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오늘 군이 봉기한 이유는 오직 이 혼란에서 조국을 구하겠다는 애국심 뿐이다." 훗날 '인간도살자'란 악명을 얻은 피노체트의 말입니다. 세사스 멘도사 장군은 "개인적 원한 때문이 아니라 공공질서를 회복시켜 공화국을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는 국가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구스타보 레이 장군은 "3년간 지속된 막시스트의 폐해로 경제, 윤리, 사회적 붕괴를 겪어왔다. 그러나 조국의 이익을 위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서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알미란떼 호세 또리비오 메리노는 "국가가 그 품위를 잃었다면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품위를 회복시켜야 하며 또한 국가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를 공격하는 이들의 말과 닮은 꼴 아닙니까?

지금 우리는 쿠데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를 출범 초부터 흔들기 시작한 수구세력들의 공세는 탄핵 무산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더욱 거센 불길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쟁점으로 떠오른 국보법 폐기와 친일진상규명 등이 땔감구실을 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둘러싼 2004 아마겟돈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 논설위원
 
* 필자는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이 시대의 바른 말글살이와 바른 사람살이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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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0/06 [10: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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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심한기사 2004/10/07 [06:47] 수정 | 삭제
  • 쿠데타?..쿠데타 같은소리 하구 있네...

    쿠데타 일어나면 국민이 가만 있을거 같냐?..

    너만 대가리 있고 대다수 국민은 머리도 없고 판단도 못할거 같냐?...

    어디서 이런쓰레기 같은 글만 양산하고..밥이 아깝지 않냐?...

    쓰레기 같은자식....
  • 독자 2004/10/07 [00:23] 수정 | 삭제
  • 칠레의 기억... 지금 상황과는 아주 다른 맥락에 있었던 겁니다. 당시 아옌데 정부가 미국 자본이 지배하는 구리 광산을 국유화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미국이 열받아 있었죠. 구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싼 광물이죠. 또 칠레의 주수입원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신봉자들 아닌가요? 알아서 스스로 이라크 파병도 해주고... 칠레 쿠테타는 미국 CIA 공작품이었죠... 현재 한국 상황에서 쿠테타는 미국의 암묵적인 승인없이는 불가능... 지금 상태에선 미국이 쿠테타 정보가 있으면, 노정권에게 먼저 알려줄 상황...
    웬지 문한별의 이 기사는 노빠들의 비판적 지지론 같은 소리 같아서...
    시답지 않네요. 이제 그런 류들의 글은 신물납니다.
    언제까지 비판적 지지론을 울궈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