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국보법 폐지반대를 주장하는 자칭 보수주의자 10만명이 서울 시청 앞에 군집해 "노 정권 타도에 나서자"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이 시작됐다" "좌익 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난리부르스를 췄다는군요. 주로 50~60대 장년층과 한기총 소속 교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란 군가를 합창하며 청와대 진출을 막는 공권력에 맞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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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집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무현=김정일, 이것은 이땅의 극우파들이 믿고싶어 하는 공식이었다. © 대자보 | 이들은 또 "존경하는 부시 대통령 각하"를 연호하며 미 합중국에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기를 비는 한편, "노무현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깍아내렸다더군요. 듣자니 집회장에 나라사랑시민연합.멸공산악회 등 몇몇 극우단체들에 의해 대표적인 적색단체 및 인물로 찍힌 민노총 위원장, 민족문제연구소장,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위원장 등의 이름이 적힌 유인물들도 나돌았다지요? 기가 막힙니다. 너무 기가 막혀 헛웃음이 다 나옵니다. 가슴 밑바닥에서 지랄탄 터지듯 분노가 스물스물 기어 올라옵니다. 이런 일로 분노하면 분노한 사람만 병신되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보안법 폐지도 적색이요, 친일 반민족.친독재 반민주 악령 척결도 적색이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도 적색이요. 친미.찬미.숭미 대신 민족 자주를 발음하는 것만도 온통 적색이라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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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집회 때마다 눈요기 행사로 전락한지 오래인 북한 인공기 태우는 장면. 이것을 기획한 이들은 카메라 각도까지 계산하는 치밀함과 집회 이벤트의 효과만 노리고 있다. © 대자보 | 도대체 이 놈의 나라에선 반공.멸공.승공딱지면 모든 게 무사통과랍니까? 이념의 외투를 두르기만 하면 민족을 등친 친일모리배들도 죄다 무죄방면이요, 친미반공의 사도신경을 고백하기만 하면 군홧발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욕보여도 죄다 '묻지마 천당'입니까? 정말 "예수 천당/불신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그럴 양이면 차라리 첨부터 '독재.반민족'이라 하지 왜 구차하게 '민주.애국시민'이라 분장.변장한답니까? 일본군 장교와 빨갱이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에는 미국의 따까리를 자처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교살한 박정희가 이 땅의 주류를 자임하는 비루한 역사를 모르지 않습니다. 박정희를 흠모한 나머지 '칠레의 인간도살자' 피노체트마저 강직한 청교도적 양심을 지닌 인물이라 추앙하고 떠받드는 '신문 그 이상한 신문'이 이 땅의 정통을 논하는 끔찍한 현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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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집회에 태극기와 함께 나란히 등장하는 미국의 성조기. 과거 친일의 역사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친미의 역사로 바뀌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대자보 | 그렇기로 이런 말도 안되는 우익분자들의 친미 엔터테인먼트가 백주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성황리에 공연되는 것이겠지요. 쇼가 끝날 무렵에 다음 공연에 대한 광고도 나갔다지요? "오늘은 끝 아닌 시작"이라고, "다음 집회는 <조선>·<동아> 광고를 참조하라"고. 그래요. 앞으로도 계속 쭈욱~ 지랄.발광들 하세요. 하나님과 동기동창인 부시가 얼마나 예뻐해 주겠습니까? 어차피 미국의 은총 없이는 숨조차 못쉬는 미친(美親) 인생들인데.... 아니 그래요? [덧글] 속이 끓어서 넋두리하듯 몇자 보탭니다. 국가보안법이라.... 그 말을 풀이하자니, "국가를 보안하는 법"이란 말이렸다! 그런데 어떤 '국가'를 보안(안보)한다는 것인가? 도대체 국가보안법을 지지.찬성하는 자들이 안보하고자 하는 국가는 어떠한 국가인가? 조선일보에 의하면, 그것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가....! 곧 친일의 찌꺼기들을 이 땅에 유입시킨 이승만이 국부로 추앙받고,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각광받는 국가....!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와 더불어,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운 지사(志士)들은 눈치보며 가로를 헤매고, 친일모리배들은 정권의 노른자리에 앉아 떵떵거리고 사는 국가....! 올곧은 이는 단명하고, 변절한 이들은 천수를 다하는 국가....! 민족의 정기는 국가 이데올로기 앞에 퇴색되고, 민족을 배반한 범죄자들이 교과서의 위인으로 길이 길이 찬양받는 국가....! 반공의 이름으로 친일의 죄상이 사면받고, 반공만 부르짖으면 친일파도 애국자로 둔갑하는 국가....! 그래,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개거품 무는 자들아. 그 법을 고이 고이 지켜 너희들의 국가를 천년 만년 보전하거라. 친일파가 주인되는 국가, 변절이 판치고, 거짓이 왕노릇하는 국가에서 얼굴에 개기름을 흘리며 천세수 만세수를 누리거라. 나는, 김구의 나라, 장준하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 친일파 없는 나라, 조선일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동과 서,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진 해방된 조국 하늘에서 살고 싶다.
* 필자는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이 시대의 바른 말글살이와 바른 사람살이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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