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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한을 담은 '정형주의 지게'를 여의도로
[양문석이 만난 총선후보1] 성남 중원구 민주노동당 정형주 후보
 
양문석   기사입력  2004/04/02 [17:14]

미안하다, 얘들아.
이렇게 말도 안돼는 세상을 만들어 놔서...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이 목이 컥컥 막히는
먼지바람 속을 헤치고
무섭게 달리는 차들을 요리조리 피하고,
무섭게 터질지 모르는 어른들의 분노와 매를 가까스로 피해
시간이 정해진 감옥 같은 학교를 마치면

딱히 놀 곳도 놀 것도 없이
다시 조그만 시멘트 감옥 같은 학원들로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먼지 뭉치처럼
너희들끼리 돌아다니게 해서...

그마저도 학원비가 없으면
다시 차들 쌩쌩 달리는 도로나
쿵짝쿵짝 어른들의 시끄러운 향응 소리
고막을 찢는 거리로 너희들을 내몰아서...
나는 거리에서 그런 너희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미안하구나.

정형주가 자기 홈페이지(http://www.jhj21.com)에 올린 <애들아 미안하다>의 전반부다.

▲정형주 후보     ©정형주후보홈페이지
성남 중원에서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지난 16대 총선 때 21.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만여표를 수확하는 저력을 보였던 정형주. 이번에는 거의 다잡았다고 생각하며 뛰고 있다가 맞은 날벼락이 '한민자'의 탄핵가결이었다. 졸지에 박빙 우세를 보이다가 순식간에 더블스코어로 몰리기 시작한 정형주. 수도권에서 당선을 목표 뛰고 있는 유일한 민주노동당 후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던 그가 탄핵이후 어떤 심정이며 무슨 생각하며 뛰고 있을까. 그것이 참으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반나절이나마 동행취재하기로 했다.

3월30일 화요일 오후, 대학로에서 917번을 타고 성남 종합시장까지 극과 극을 달린 하루였다. 버스 안에서 정형주의 약력, 자서전 등을 읽었다. A4용지 17매짜리 자서전을 출력받아 읽으면서 '아직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끔씩 발견되는 맞춤법 초월, 자족적인 민주노동당식 운동권 문장은 불쾌감을 줄 정도였다. 대중 속에 뿌리 내리고 있는 몇 안되는 민주노동당 후보라는 화려한 평판만 접했던 필자에게 그의 자서전은 실망이었다. 아직까지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가끔씩 과시하는 '엘리트의식'이라는 '먹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종합시장, 5층짜리 건물로 사무실이 4층인지 5층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계단, 꾀죄죄한 6-7평 가량의 공간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그래봐야 5-6명이 있을 뿐인데 '북적거린다'는 표현이 옳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다.

들어서자마자 당직자들은 정형주 자랑이다. 한 참 동안 듣고 보니 지난3월4일, 소위 '불바람' 즉 "불어라 진보정치의 새바람 자원봉사단 발족 선언문"의 다음 구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북한동포를 돕자고 한 봉지씩의 쌀을 모았던 15대 총선에서부터, 우리는 민주노동당과 정형주 위원장을 지켜보았다. 표보다는 쌀을 걷는데 힘을 쏟던 당시 정형주 위원장의 모습을 보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4년이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실업자카드를 들고 다니며 생계비지원과 저소득 자녀를 위한 푸른학교 사업을 전개하던 정형주 후보의 모습을 보며 그가 만들려는 정치가 무엇이었는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 2만명의 기적

오히려 정형주에 대한 자랑이나 자원봉사단 선언문보다 "썩은 국회를 갈아엎고 새 봄 진보정치의 새 바람을 몰고 올 민주노동당 성남중원 지구당 1만 자원봉사자 일동"이라는 선언문 말미의 '선언주체'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중원구 주민 1만7천명 가량이 자원봉사단에 속해 있다. 1만7천명. 이 수치는 옛날 여당들이나 자랑할 수 있었던 엄청난 수다. 엄청난 돈을 뿌려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이들을 가동시키려면 또 그 이상의 돈을 투입해야 하는 한국 정당의 불법선거 고비용정치의 악몽을 연상시킬 만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투표일까지 5만명을 목표로 뛰고 있다는 '자랑'이 '장난 아니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성남 중원에서 당선권 득표수는 3만5천명 가량이다.

도대체 무슨 재주로 그것도 '자원봉사자'를 꾸린단 말인가. 되돌아온 대답은 오로지 활동으로 얻어진 결과란다. 몇 개 있던 성남 시내 병원들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2개가 문을 닫고 난 후 이 지역 서민들은 최소한 의료혜택조차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중원지구당이 중심이 되어 '시립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 중원구 내 거의 모든 가구를 빠짐없이 방문하여 서명을 받으면서 시의회를 압박했으나, 동행취재 내려간 그 날 시의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정형주 일당'의 치열한 노력을 주민들이 높이 샀는지, 기꺼이 자원봉사단에 가입해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선거조직을 갖춘 '희대의 사건'을 연출해 낸 것이다.

하지만 우연은 없는 모양. 결과적으로 '희대의 사건'이나 성남에 자리잡은 지 15년의 활동결과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15대 총선에 출마해서 '표'달라고 뛰지 않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동포돕자'며 '쌀'달라고 뛰어다녔고, 16대 총선에서도 실업자 카드 들고 다니면서 '생계비지원'사업을 벌였으니, 당연히 없는 자의 입장에 서서 오로지 몸으로 떼워 주는 정형주를 위해서 지민주민들이 최소한 성의를 표한 것이리라. 그래서인지 이것은 분명히 기적이요, 다른 민주노동당 지구당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라는 자랑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리고 자서전 문제를 지적했더니 4년에 부랴부랴 만들면서 나온 '실수'라는 고백에 '먹물 빠지지 않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도 나의 섣부른 판단 탓으로 기꺼이 돌릴 수 있었다.

"명함 드렸으니 격려의 악수 한번 해 주셔야죠"

▲정형주후보     ©정형주후보홈페이지
사무실 취재를 끝내고 거리로 나섰다. 오후 6시의 날씨는 쌀쌀하기만 하다. 지구당 사무실을 내려와 차에 올랐는데, 정형주 일당의 차 바로 옆에 '멀티모니터'를 부착한 소위 '윙카(wing car)'가 양쪽 날개를 내리며 가두 방송을 준비중이다. 민주노동당의 윙카가 아니라 '돈 있는 정당'의 로고가 선명하다. 잠시 필자가 윙카에 눈이 쏠려 있는 동안 정형주 일당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몇 분 차이로 '미납주차비'를 직접 수금하지 않고 은행에 갖다 내란다며 투덜거리는 소리다. 누구는 윙카 끌고 다니고 선거운동하는데 누구는 주차비 미납 차량 타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아직 공식선거가 시작되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로지 명함 한 장 달랑 들고 인사하고 악수하는 것이 정형주의 유일한 선거운동방식이다. 한데 쌀쌀함을 넘어 어둠이 짙어지자 오들오들 온 몸이 떨려 온다. 지나는 사람들 모두 호주머니 속에 양손을 숨겼다. 까만 비닐 봉투에 반찬거리를 사 들고 지나는 아줌마들도 움츠려 자라목이다. 귀가하는 직장인들 예외 없이 목도 손도 없다. 차가운 기온은 필자와 정형주의 맨 손만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필자는 취재하느라고 볼펜 들고 수첩 들었으니 그렇고, 정형주는 한 손에는 명함 다른 한 손은 악수하느라고 손을 숨기지 못한다.

젊은 아가씨들을 향해 첫 인사와 명함을 내밀었다. 그리고 악수하자는 시늉을 짓는다. 한데 대뜸 "우리는 투표자격 없어요. 여고생이거든요"하며 깔깔거리며 지나간다. 필자 보기에도 사복 입은 여고생인데, 분별없는(?) 정형주, 지나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명함공세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30초반 여성이 발발 떨며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정형줍니다" "아-네"하며 무표정이다.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따라 붙는다. "민주노동당 후보 정형준데요…서민들의 정당이 국회에 진출…" "네-알겠어요" "그럼 격려의 악수 한 번 해 주세요". 끝내  그 여성의 숨겨진 손과 체온을 확인하고 만다. 

"제발 싸우지 말라"

단대사거리에 있는 단대기원. 50대 남성 두 팀이 바둑에 열중이다. "민주노동당 정형줍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하자 경상도 사투리 진한 아저씨 왈 "왜 민주노동당도 탄핵을 반대합니까? 노대통령이 잘했다는 겁니까? 왜 노대통령 손을 들어주는 거요?" 도전적이고 전투적인 질문이다. 정형주 대답할 새도 없이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표 얻기 위해서 국민들을 볼모로 잡은 것은 왜 지적하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2중대 아닙니까!" 정형주 끊고 들어간다. "노대통령 손들어 준 적은 없습니다. 노대통령의 잘못도 분명한 있지요. 하지만 더 나쁜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으로 인한 탄핵가결입니다. 국가를 통째로 흔들어 위기상황으로 몰아갔습니다. 민생 민생 아무리 외쳐도 그들의 눈에는 당리당략밖에 안 보이는 것이지요. 국민이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그래서 저희 민주노동당같은 진보정당이 국회에 들어가서 보수정치권의 야합과 '별 차이 없는' 정쟁의 역사를 끊어버리고, 건전한 정책대결로 국회를 이끌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경상도 아저씨 한 마디 던진다. "제발 시끄럽지 않은 정치를 보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참 이번에는 민노당이 표 많이 얻을 거요." 정형주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균형을 이루어 진보정당이 보수정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노동자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지나가는 할머니 손잡고 '정형줍니다', 아저씨 손잡고 '정형줍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악수공세가 잠깐 멈추었다. "나 지난번에도 정형주씨 찍었습니다"하며 반갑게 다가와 인사하는 50대 초반의 한 아저씨. 필자 지체없이 뛰어들며, "왜 정형주씨 찍었죠" "다른 정당은 믿을 수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페인트 칠해서 먹고사는 노동잔데 노동자가 민노당 안찍으면 누가 민노당 찍겠어요. 나를 위해 투자하는 건데요"하며 4년 전 16대 총선에 나와 1·2·3등한 후보 중 유일하게 정형주만 다시 나왔다며 이번에는 꼭 될거라고 격려한다. 듣고 있던 정형주 기분 좋은 모양이다. 미소가 어둔 거리를 환하게 밝힌다.

오후 8시경 가내수공업 수준의 의류공장을 방문했다. 5층 건물의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영패션', 평균 약 1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30여명의 아줌마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박종선 부장(46)을 만났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정당 누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뜸 "민주노동당과 정형주씨"라고 대답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한다. 사실 각종 뉴스에서 이번에는 민노당이 원내 진출한다고 하니 한 번 찍어줄라고 생각했다. 내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내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없다. 하지만 나를 못살게 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다른 정당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지지의 이유다"고 말한다. 

'솔직히 기대는 안한다. 하지만 다른 정당보다 낫지 않겠는가'는 말을 들으면서 정당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과 그 여파가 민주노동당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 또한  또렷이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푸른학교 같은 방과후 학생보호시스템이 필요"

다시 한 50미터를 더 걷다가 오뎅 포장마차에서 멈췄다. 필자 춥고 배고파 "오뎅 하나 먹고 갑시다"해서 포장마차 앞에 섰다. 먼저 인사하는 30대 중반의 주인 아줌마 왈 "우리 아이들도 푸른학교 다녔습니다"며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실직가정 자녀들을 위해 방과 후 학습지도 및 무료 급식을 제공해주는 '푸른학교'의 대표로서 이미지가 정형주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는 강하다는 중원지구당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실감한다.

이 대목에서 정형주는 국회에 들어가면 반드시 하고 싶은 '입법안'이 있단다. 그것은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학의 서열화 해체'다. 당연히 그 목표는 교육에서 관철되어야 하는, 옛날 말로는 '전위교육'이며 요즘 말로는 '공동체교육'이란다. 또한 대학 서열화 해체의 전(前) 단계 중 하나로, 빈곤층 중심의 교육제도인 '방과후 학생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란다. '푸른학교'처럼 실직자 가정의 자녀뿐만 아니라 학원 등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학습지도와 공동체의식 함양을 위한 '방과후 학생보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마련하고싶다는 것이다.

아이 키우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이 푸른학교 설립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97년 겨울,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모든 노동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일 때 정형주는 명동성당에서 농성하고 있었다. 몇 날 몇 일 집에 들어가지 못하자 부인이 옷가지를 싸 들고 정형주를 방문했다. 부인은 명동성당으로 출발하기 전에 딸아이를 근처 외숙모집에 보냈다. 한데 아이가 외숙모 집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마저 잠겨 있었던 것이다. 그 추운 겨울 밤, 아이는 엄마가 돌아왔을 때까지 집 앞에서 벌벌 떨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정형주 부부에게는 뼈에 사무치는 아픔이 되었고, 방과후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없는 이 사회의 교육제도에 분노하며, 스스로 나서 이런 아이들을 위한 '푸른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힘들고 어려우신 거 제가 지게 짊어지고 가서 국회에 쏟아놓겠습니다."

동행취재를 다녀온 뒤인 4월1일 목요일 MBC뉴스데스크에서 다시 정형주를 만났다. "썩은 정치 진보정치로 심판하자"는 지게를 지고 시장통을 쏘다니는 정형주는 "힘들고 어려우신 거 제가 지게 짊어지고 가서 국회에 쏟아놓겠습니다."며 시장상인들과 악수하는 장면과 활짝 웃는 표정을 MBC뉴스데스크에서 만나니 반갑다. 바로 이것이 지역일꾼이고, 나라의 일꾼이며, 다른 말로 지역의 머슴이고 나라의 머슴이다며 주변에 자랑하고 있을 민노당 중원지구당 활동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십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게를 지고 다닌다. 민주노동당 열성지지자들은 어디를 가든지 가로 세로 1m짜리 합판에 "썩은 정치 진보정치로 심판하자"는 구호가 적힌 지게를 메고 다닌다. 시장통에서도 버스정류장에서도 온통 지게꾼들이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그 수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밤 9시경, 더 이상 손가락이 얼어서 볼펜과 취재수첩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마지막 한 명만 더 인터뷰하고 접겠다는 생각에 좌판을 깔고 가요 테이프 장사를 하는 50대 중반의 노점상을 만났다. 누굴 찍겠느냐는 질문에 '정형주'라고 답한다. "맨 날 구청에서 단속 나와 못살게 군다. 없는 놈들은 그냥 죽으란 말이냐. 정형주 찍어주면 단속 피해 도망 다니는 일은 면할 수 있지 않겠나"고 답한다. 참으로 소박한 하지만 절실한 지지이유다.

바로 그 때 또 한 명의 지게꾼이 지나가다 멈춰 섰다. 박신영씨(32), 영세사업장인 TM전자회사에 다녔다는 여성 노동자 박씨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지게를 메고 나선 첫날은 정말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 분들이 '정형주가 이번에도 나오느냐', '어-정형주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네 정형주 지게가 나오는 걸 보니'하며 관심이 대단한 걸보고 부끄러움보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꼈단다. 그 지게 합판에는 선거전이기 때문에 '정형주'라는 단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2월초가 되면 캐롤과 카드, 구세군의 종소리를 보고 들으면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아채듯 성남 중원에서는 '정형주의 지게'를 보고 선거철임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서민들의 세상을 여는 지게꾼 정형주

노동자 서민 전문가 정형주, 서민자녀 교육 전문가 정형주. 한 달 평균 수입 50만원의 부실아빠 무자격 가장 정형주, 그래서 더 풍부하게 서민을 이해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더 당당하게 말하는 정형주가 바라는 '서민들의 세상', 그 세상을 여는 작은 디딤돌을 이번 총선에서 '정형주의 지게'에 채울 수 있을는지…. / 논설위원

마지막으로 정형주의 <애들아 미안하다>의 후반부다.

부탁인데, 조금만 기다려 주겠니?
아저씨는 너희들에게 좋은 세상,
감옥 같은 학교가 아니라 즐거운 학교

밤늦게까지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신경질만 내는 엄아, 아빠가 아니라
하루에 적당히 일하고 돌아와 너희들과 웃으며 보내는 엄마, 아빠,

자동차 쌩쌩 먼지 풀풀 나는 거리가 아니라
나무들 푸르게 자라고 자전거가 평화롭게 달리는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과 자존심과 존경이 오가는 세상을 만들려고
이제 막 열심히 노력중이거든.

어쩌면 얘들아,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몰라.
그래도 기다려 주겠니?

그동안 제발...
길가에서 다치지 말고,
집에서 다치지 말고,
학교에서 다치지 말고,

저 메마른 보도블록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
민들레처럼 신기하고 씩씩하게
우리 어른들이, 아저씨 같은 어른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 주겠니?
얘들아... 제발?

* 필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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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02 [17: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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