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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NEIS, YES! 정보인권
세번째 NEIS반대 촛불집회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에서 열려
 
김주영   기사입력  2003/09/18 [19:47]

▲길거리 특강을 들으면서 피켓시위를 진행중인 시민들     ©대자보
지난 9월 17일 수요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에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지난 8월 27을 시작으로 3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촛불집회는 각종 문화행사와 더불어 사람들이 정보인권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리 매김되고 있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이번 집회는 각종 문화프로그램과 장애인교육권에 대한 길거리특강, 그리고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교조 선생님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시민들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집회에서는 정보인권을 수호하는 촛불을 켜고 'NO! NEIS, YES! 정보인권'을 외치며 NEIS의 조속한 폐지를 주장했다.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사전행사로 인권프로그램인 '생활기록부 다시보기'와 '나의 인권지수알아보기' 등이 진행됐다. 일반인이 직접 참여해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 집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생활기록부 다시보기'는 현재 기록되고 있는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있는 항목들과 정보보관기간을 물은 설문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나의 인권지수 알아보기'는 내가 학교에서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은 일이 있는지, '예'와 '아니오'로 답해가면서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침해되고 있는지를 측정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 대부분 '당신의 사생활, 안심하긴 이릅니다'에 가장 많은 스티커를 붙였고, '당신의 프라이버시 지수는 우울', 침해정도가 매우 심한 수준인 '벌거숭이'에도 꽤 많은 표를 얻어 우리 사회의 정보인권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생활기록부 다시보기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대자보

▲나의 프라이버시 지수는 이라는 프로그램     ©대자보

▲길거리 특강을 진행중인 전교조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     ©대자보
이후 전교조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이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인권'란 주제로 길거리 특강을 시작했다. 도경만 위원장은 "장애인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통사람의 경우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만, 장애인은 교육기회조차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기회에 있어서도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고 말해 장애인 차별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사실상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유치원교육과 고등교육은 무상교육이며, 초등과 중등교육은 의무교육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전체 3만 8백여명의 장애인 교육대상자 중 실제로 교육받고 있는 인원은 10%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도경만 위원장은 이어 국가와 기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도경만 위원장은 "국가와 기업에서는 장애인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으로 들어가보면 대기업에서 장애인 학교에 리프트등을 기증하며 장애인에게 신경쓰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고용창출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정부와 기업의 이중성을 고발했다. 도경만 위원장은 "현실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교육인식 부재와 구성원 사이에 선입견이나 편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하면서 집회에 모인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체로 장애인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는가를 생각하고, 학급내에서 장애인이 있을 경우 장애인이 따라올 수 있는 학습목표에 대한 고민"을 부탁했다.

▲촛불시위에 참여중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김형수 연구원     ©대자보
길거리 강연 후 집회에 참여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김형수 연구원은 95년 장애인특별전형으로 대학 입학 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이야기 하며, NEIS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형수 연구원은 "내가 대학에 들어가려고 원서를 내니 대학에서는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느냐를 묻기 전에 그들에게 내가 이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 가"라고 말해 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교육환경의 척박함을 비판했다. 이어 김형수 연구원은 "NEIS가 시행되고 나면 그들은 나에게 어떤 병에 걸렸었는지 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해, NEIS 시행 후 장애인의 인권침해는 더욱 더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NEIS반대공동대책위원회 오병일운영위원장은 같은날 열린 교육정보화위원회에서 연 공청회 소식을 전했다. 오병일운영위원장은 "공청회에서는 편파적인 인적구성으로 NEIS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매도했다."라면서 객관적 자세를 지니지 못하는 공청회를 비판했다. 이어 오병일운영위원장은 "지금 교육정보화위원회는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참여의 문을 열어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의 참관을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교육정보화위원회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오병일 위원장은 "교육정보화위원회에서 회의결과를 웹상이나 다른 방식으로라도 공개하여 공론화 해야 함에도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정부가 주최하는 토론회만을 참여할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내부의 논의를 통해 정책생산을 해내어 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교육정보화위원회를 열린 회의로 만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촛불집회 중인 시민들     ©대자보
장혜옥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에서 NEIS에 대해 기계적인 결함문제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들도 NEIS에 인권침해 부분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인권의 문제로 들어가면 NEIS를 반대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권의 이야기를 알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양윤모 영화평론가는 연대발언을 통해 "NEIS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인간적인 사고를 하고, 한때 교직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 NEIS에 대해 떠오르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주의의 잔영이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이러한 잔영들이 뿌리를 흔들고 있으며, 이는 교육시스템이 원활한 사회통제를 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NEIS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전체주의의 역사속에서 흘러오는 것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NEIS'의 문제는 공론화 돼있는 상태이다.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NEIS로 인해 정보인권을 침해받을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집회에서 특히 중요하게 지켜져야 할 장애인에 정보보호에 대한 문제를 다룸으로서, 현재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이 국가의 일방적인 정보수집에 의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널리 알리는 자리였다. NEIS반대 공대위에서는 앞으로도 촛불집회를 매주 수요일마다 계최할 예정이며, 집회를 제외한 정책제안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촛불 시위 모습     ©대자보
어느 나라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정보를 시시콜콜한 세부사항까지 기록하지 않으며, 인권의 개념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권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국가행정에 있어서 인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자세일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NEIS를 폐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 성과로 일반인들이 정보인권에 대한 의식이 확산됐다. 이러한 시민의식의 성장 속에서 정부가 NEIS등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고수할 경우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발전하고 있는 정보화에 브레이크를 거는 행동을, 아니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을 고집할 것인가?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모든 일의 책임은 정부에 있을 것이다. 교육부의 빠르고 올바른 결단을 바래본다.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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