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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또하나의 가족', 삼성 홍석현
 
예루리   기사입력  2004/12/18 [17:55]
  노빠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습니다. 누구겠습니까, 바로 삼성입니다. 홍석현 씨가 주미대사에 내정되었다는 건 누구말마따나 노무현 대통령의 깜짝쇼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입니다. 깜짝쇼를 위한 깜짝쇼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게 어울리는 사람은 상도동 살던 분이죠.
 
홍석현 씨의 주미대사 임명은 철저히 계산된 겁니다. 최근 1년 간 중앙일보를 본 사람이라면 왠지 밋밋하다는 느낌을 가졌을 겁니다. 조선일보처럼 섹시한 카피로 노 정권을 조지는 것도 아니고, 동아일보처럼 미친 척 나자빠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함이 느껴집니다. 조중동의 대오에서 슬쩍 물러난지가  꽤 되었습니다. 대충 조, 동에 장단맞춰주긴 했지만, 이미 정신은 딴데 가있죠.
 
홍석현 씨의 역할은 하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건희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 사이의 메신저가 될 겁니다. 이제 공직에 오르면 보다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겠지요. 이번 거래는 삼성으로서도 정부로서도 서로 윈윈게임이라 판단했을 겁니다. 삼성은 노무현 임기 동안 이재용 변칙증여에 대해 추궁받지 않을 보험에 든 셈입니다. 이거, 이건희의 아킬레스건입니다. 그 얘기 나올 때마다 이건희 회장, 버럭버럭 화를 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만큼 아프다는 거죠.
 
또 하나 얻을 게 있습니다. 황금주.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을 이건희 회장이 무지무지 부러워했다는 건 알 사람은 다 압니다. 한국 족벌체제 뺨치는 발렌베리 그룹은 특이한 권리를 가지고 있죠. 바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얻어낸 황금주입니다. 요놈은 주식은 주식인데, 일반 주식과는 다릅니다. 의결권이 일반 주식보다 훨씬 가중치가 붙어있는, 글자그대로의 프리미엄 스톡입니다. 황금주의 존재는 외국자본의 회사인수를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홍석현 씨가 따로 전하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은 삼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중간에 심부름꾼이 있으면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고, 폼도 나는 법이죠.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는 건 아마 대북사업일 겁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이미 만신창이입니다. 현대는 왕회장 생전 활약 덕에 북한 토지 50년 이용권을 얻긴 했지만, 당장 돈되는 건 없죠. 추가 투자를 감내하기엔 부담이 너무 큽니다. DJ 시절 대북송금 문제로 출혈도 너무 컸습니다. 그럼 제2의 물주는 누구냐. 삼성밖에 없습니다. 모름지기 옛부터 '큰' 정치인들은 뒤에 '큰' 물주를 하나씩 꿰차는 법이죠.
 
대북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통일문제에 대한 그간 중앙일보의 상당히 전향적인 보도태도를 보건대, 상당히 의욕을 갖고 참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과 민족의 력사적 과업인 통일을 위해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인 듯 하여 조금 뿌듯해지려고까지 합니다. 물론 국민들 속이고 쌈마이짓하면 귀싸대기 돌아갈 각오 해야할 겁니다.
 
노무현으로서는 삼성이 싸 짊어지고 있는 현금다발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지옥에서 부처님만난 심정일 겁니다. 그러고보니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의원이 삼성경제연구소와 요즘 부쩍 친하더군요. 앞으로 이광재 의원은 더 바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 조중동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오중의 시대(한겨레, 오마이뉴스,중앙일보. 화낼 분 계실까봐 미리 초치는데, '무순'입니다^^)가 열린 걸까요? 아직은 좀 이르다고 봅니다. 연초 쯤, 청와대와 삼성간, 다시말해 노를 배제한 사-정 간의 대타협 선언이 전격적으로 발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에 우리 노빠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쳐드시면 될 겝니다.
 
보스 두 명이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을 때에는 다 원모심계가 있는 법, 쫄병들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계십시오. 노무현 정부는 '또 하나의 가족'을 얻음으로써 이제 거추장스런 허물을 벗고 마음껏 날개를 펴려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2차변태에 심심한 축하를 보냅니다.
 
진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제부터 고민해야 겠습니다

* 본문은 필자가 진보누리(www.jinbonuri.com)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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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18 [17: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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