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본지 권순욱 기획국장의 기사 '노무현 지지자들의 열린사고를 기대함'에 대해 폴리티즌(www.politizen.org)의 논객 류철원님이 "'노빠'는 열린사고 아닌 환골탈태 해야"라는 반론, 그리고 이어지는 재반론 속에 폴리티즌 논객이신 필명 ‘꿈꾸는 사람’님의 권순욱 국장에 대한 비판입니다. 논쟁에 참여해 주신 '꿈꾸는 사람'님께 감사드리며, 논쟁 참가분들에 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노무현 지지자들은 가끔 좌파 혹은 진보진영에 투정을 부린다. 왜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좌파 혹은 진보진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당신들은 너무 이상적이고 선명성만을 강조한다”고 말이다. 근데 과연 진보진영 혹은 좌파가 개혁세력이라고 불리는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이상주의적 시각에서 비판을 하고, 선명성만을 강조하였던가? 일면 들어보면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좀더 살펴보면 이 말이 노무현 지지세력의 자기 변명 혹은 합리화의 상투적인 수사법임이 드러난다.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보자. 국가보안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국가보안법은 인간의 내면 세계와 정신을 검열하고 규율하고 처벌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악법이다. 즉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국보법의 폐지가 좌파적 사회 윤리가 아니라 자유주의의 기본 문법 혹은 이념의 차원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다는 건전한 보수세력 정도라면 당연히 해결을 해야 하는 수준의 정치적 과제일 뿐이다. 좌파가 국보법의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것 자체는 따라서 전혀 이상적 차원의 요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자유주의적 사회 이념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수준에라도 도달하라는 것이 좌파와 진보진영의 요구 조건이다. 다시 말해서 국가보안법의 폐지 정도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개혁세력이라면 당연히 맡아야 될 부분이라 것이다. 이것이 이상적이고 선명성의 강조인가?
사실 기본적으로 좀더 철저한 자유주의자 혹은 법치주의자라면 사상 형법의 가능성을 내포한 우리나라의 형법 개정까지는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현재 수준에서는 좀 과격하게 보이는 이 형법 개정까지가 사실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치주의적 혹은 자유주의적 요구 수준이라고 본다.
나는 사실 이 형법 개정의 부분에서 만일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멈칫거린다면 그래도 그나마 이해를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국가보안법이 존속하고 아직은 그 잔존 영향력이 남은 사회에서, 그들의 개혁성이 투철하다고 해도 아직은 좀 그들의 역량으로는 힘이 들 것이라고 생각해 줄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고작 국가보안법에 형법의 옷을 입히는 것조차 우왕좌왕 갈팡지팡의 태도를 보이는 그들이다. 지금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언제부터 나온 문제제기라고 이러고 있는 것인가? 이미 한국 전쟁이 끝난 시점부터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었다. 그리고 문민정부 이후부터 계속적으로 이끌어진 사회적 과제였다. 그런 점에서 사실 지금에 와서 겨우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는 것 자체도 사실은 한국사회로서는 좀 부끄러운 일인 것이다.
그런데 과반을 얻고 이에 덧붙여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당의 도움까지를 확보하고도 아직도 국가보안법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가? 예의 그 현실적 상황론을 들먹이면서 아직도 그 폐지의 진정성만을 강조할 것인가?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이상주의적 선명성의 강조로 몰아붙이고자 하는가? 이건 좀 합리화치고는 지나치다는 느낌이 많다. 자신들의 내부의 문제를 좌파라는 하나의 외부, 그리소 수구라는 또다른 외부의 문제로 변명하고자 하는 것 밖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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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구호를 흔들고 있는 공무원노조 조합원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그리고 노동자의 문제를 보자. 과연 지난 대선에서 개혁과 진보의 이미지를 통해 많은 노동자들의 표를 먹은 노무현 대통령이 현 정권에서 이루어놓은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두가지 업적은 다음과 같은 것일 게다. 하나는 귀족 노동자를 탄생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 유연화를 통한 사상 최대의 비정규직을 탄생시킨 것일 게다.
비정규직을 이용하여 정규직 노동자의 밥그릇 크기를 비난하던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직에게 주려는 선물 보따리가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요즘 들어 밝혀지기 시작했다.
즉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과 더 철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더 철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란, 이번 파견근로법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더욱 불가능한 방향에서 저지하고 있다는 점)였다. 바로 파견노동자 확대를 위한 노동법 개악이 바로 그것이다.
좌파가 노무현 정권에게 요구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정말 그들이 항상 과장하는 것처럼 좌파가 이상주의에 물들어 비정규직들의 철저하고 완전한 정규직화일까? 웃기는 소리다. 좌파와 진보진영은 개혁정부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이 정부가 그런 일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것은 오로지 진보 정당과 좌파들의 몫이라는 것을 안다. 다만 고용유연화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 비정규직의 확산을 좀 자제해줄 것과 동시에 비정규직들(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좀더 확대하여 달라는 것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조금더 바란다면 파업이나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파업이나 단체 행동이 노동자둘의 당연한 사회적 권리라는 정도는 인정하라는 것이다. 즉 손해-가압류와 공권력에 의한 노동 탄압만이라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정도이다.
과연 이것이 좌파가 선명성과 이상주의를 바탕으로 현 참여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괄시하고 무자비하게 비판하는 것인가?
좌파와 진보진영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노무현 정권과 그 지지자들과 진보진영(혹은 좌파)이 지향하는 목표는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또하나도 확실하게 안다. 노무현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지향하는 개혁이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럼 진보진영과 좌파가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이 애초에 자신들이 주장하고 표명한 개혁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그들은 정치적인 능력으로는 자신들이 주장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는 자체의 힘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보 정당들 또한 그들이 보다 철저하게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이를 적극 도와줄 용의가 이미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 하지 않는다.
애초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외부의 반발을 설정하여 기대치를 스스로 낮추는 작업들을 해왔다. 그들이 하고자 한 것이 10이라면 최대한 이 10을 하고자 해야 한다. 그 결과가 비록 5에 그칠 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벌써 정권의 초기부터 그들은 10이 아니라 5를 설정하고, 그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사실은 5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말만 무성할 뿐이다. 수구의 엄청난 벽이라느니 여론의 역풍이라느니 하는 상황론과 현실론을 들먹이고 있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현 민주노동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이중대 공방을 못 마땅하게 쳐다보면서 왜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느냐고 한다. 정말 웃기는 소리다. 우리가 개혁진영인 노무현 정권과 그 지지자들을 왜 비판하겠는가? 바로 그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사적-정치적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진보정당 또한 자신들에게 부여된 역사적-정치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한다.
진보정당의 역사적-정치적 의무는 바로 노동자와 도시서민과 농민들의 삶의 현실을 담아내고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가 개혁 이중대가 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린 진보 본부중대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고, 바로 이것이 진보정당에게 부여된 역사적-정치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온전한 개혁도 아니고 반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개혁을 위해 진보정당의 걸음걸이를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그 정도 수준의 어중간한 개혁들은 이제 개혁세력이라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알아서 하라. 아니 대통령과 국회 과반수까지 가졌으면 그 정도는 이제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야하는 것 아닌가? 아직도 몇 석 있지도 않은 진보정당에게 투정이나 부린다면 이는 정말 한심한 일이다.
좌파와 진보진영에게 투정을 부리기 전에 제대로 된 개혁을 어떻게 하면 이루어낼 수 있는가부터 고민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구하기보다는 수렁에 빠진 개혁부터 먼저 구하라. 그리고 현 정권의 출범 당시에 거품처럼 부풀었던 역사적 의미만을 회고적으로 팔지 말고, 제대로 된 개혁 정책부터 세우고 이끌어내는데 더욱 힘을 쓰길 바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많이 현정권은 개혁에서 많이 멀어져 있고, 어쩌면 10이 아니라 5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좌파와 진보진영을 선명성 투쟁이나 하는 이상주의자로 몬다고 노무현 정권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현실적이고 건전한 개혁세력이 되지는 않는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좌파에 대한 진부한 레토릭을 구사하여 개혁을 상실한 개혁 정권을 구하려 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면서 잃어버린 스스로의 정치적 위치부터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