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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대신 축제’, 사라예보에 울리는 평화의 소리
“사라예보 겨울축전“ 참가 '이병욱과 어울림', 유니세프 자선음악회 열어
 
김영조   기사입력  2007/01/31 [19:30]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인 사라예보라는 도시에서 총성이 들렸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 방문중에 젊은 보스니아계 세르비아인에 의해 암살당한 것이다. 남(南) 슬라브민족의 통일을 부르짖고, 황태자를 그 장애물로 본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적 비밀결사의 소행이었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1차 세계대전은 일어난다. 참혹한 살육, 죽고 죽이는 처참한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전쟁이 끝난 사라예보에는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행사들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제23회 "사라예보 겨울철 축전(Sarajevo Winter Festival)"인데 오는 2월 6일부터 16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여기에 서원대 이병욱 교수가 중심이 된 어울림도 초청을 받았다. 그들은 사라예보에서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어울림을 통해 평화를 비손하려는 것이다.
 
▲ 29일 저녁 한 음식점에서 이병욱 교수와 어울림의 연주가 있었다.     © 김영조

그 사라예보를 위한 음악의 향연을 국내에 먼저 선보인다 하여 청주 산당산성의 '산들바람'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1월 29일 저녁 7시, 작지 않은 공연을 위한 토종 음식점 '산들바람'엔 서원대학교 손문호 총장을 비롯하여 음악을 좋아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자리를 가득 메웠다.
   
특별히 이날 사회를 위해 경남문학 편집주간 이달균 시인은 먼데서 달려왔는데 그의 구수한 진행솜씨는 이날의 행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가슴으로 시를 쓴다는 시인은 천하의 입담으로도 청중을 녹인다. 시인은 "축제의 도시 사라예보에서 노래하라"는 시를 통해 사라예보의 평화를 비손한다.

▲ 경남문학 편집주간 이달균 시인이 이날 공연 사회를 봤다.     © 김영조
"크거나 작거나 검거나 희거나

울거나 웃거나 서거나 앉거나
둥글게 둥글게 손에 손잡고
아아, 지구가 돈다.
가야금이 울고 북장구 기타가 운다.
서울이 돌고 부산이 돌고 동방이 돌고 서방이 돌고
돌아라 퉁방아 돌아라 물레방아

축제의 날은 왔도다
별은 지상에 내려오고
강물은 하늘로 흐른다."
 
먼저, 이병욱과 어울림은 "어울림을 위한 2007"을 연주하여 아낌없는 손뼉을 받는다. 이병욱의 기타와 가야금, 해금 그리고, 플롯과 첼로의 절묘한 협연에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서양의 만남은 역시 환상적이다. 해금의 춤추는 아름다움에 첼로는 든든한 저음으로 받혀준다.
 
이어서 "해금과 기타, 장고를 위한 우리 민요 환상곡이 흐른다. 해금과 기타 선율의 넘나듦은 청중들을 꼼짝 못하게 붙들어둔다. 다음은 특별한 순서로 다도지도사 조용연씨의 행다 시연과 함께 황병기 곡 '달아노피곰'을 연주하는데 전통차와 음악의 어울림이 기막히다. 행다 시연이 끝나자 행사 주최자이며,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 겸 '산들바람' 대표인 송봉화씨가 따뜻한 초대의 말씀을 들려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특별출연으로 서원대학교 박현숙 교수의 김죽파 가야금 산조가 펼쳐진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의 손가락은 가야금 선 위를 나른다. 조지훈 시인은 "풍류(風流) 가얏고에 이는 꿈이 가이없다. 열두 줄 다 끊어도 울리고 말 이 심사(心思)라"고 노래했던가? 아득한 저 꿈속의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 이병욱과 어울림, 그리고 청중들     © 김영조
▲ 이병욱과 어울림은 해금과 기타, 장고를 위한 우리 민요 환상곡을 연주했다.     © 김영조

이후 청주 시립교향악단 단원 구동숙씨가 김미영 씨의 피아노에 맞춰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첼로로 감미롭게 풀어준다. 역시 사랑의 인사는 언제 들어도 나른한 꿈속의 향연 속에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저음의 첼로, 그 진가가 한껏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 그리고 한 아리따운 소녀가 무대에 나선다. 판소리를 전공하는 국악예술고등학교 2학년 송문선 학생은 금나영 시, 이병욱 곡의 '가시버시 사랑'을 열창한다. '가시버시'는 부부의 토박이말이다. 이달균 사회자는 온 나라의 예식장에서 '가시버시 사랑'이 축가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식의 가창법에 청중을 흠뻑 빠져 "한 번 더"를 외치고 있다.

어! 그런데 소녀의 곱고 고운 소리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중앙예술단 대표 조동언 판소리꾼의 걸쭉한 단가 '사철가'와 춘향가 중 '사랑가'를 들려준다. 그는 소리꾼다운 입담으로 청중을 자지러지게 한다. 여기저기서 추임새가 터진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 음악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제 이병욱과 어울림은 '신풀이'를 신명나게 연주하고, 공연의 막바지로 치닫는다. 금나영 시, 이병욱 곡의 '오! 금강산'과 사라예보를 위해 이달균 시인이 특별히 작시하고, 이병욱 교수가 작곡한 '축제의 사라예보'는 이병욱의 뛰어난 가창력을 드러낸다. 청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인다. 이것이 바로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 되는 모습이 아니던가?
 
▲ '가시버시 사랑'을 열창하는 송문선 학생과 단가 '사철가'와 춘향가 중 '사랑가'를 들려주는 중앙예술단 대표 조동언 판소리꾼     © 김영조

"사라예보, 평화의 종소리
축제의 사라예보

그리운 날은
사라예보에 옵니다.
(그리운 날은
사라예보에 옵니다)

먼 바다 아드리아를 달려온 기적소리
멀고도 가까운 동방의 친구들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축제의 사라예보
평화의 축제, 축제의 한마당
산맥에 내린 눈, 바람이 소망하고
축제의 종소리 울려 퍼지네.

사라예보, 사라예보
평화의 종소리
축제의 사라예보"

축제의 사라예보 노래가 큰 울림을 얻는다. 공연은 끝났지만 청중들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이어서 모두가 아쉬움을 어울림의 시간으로 달랜다. 이후 이들은 이병욱 교수의 화려한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팝송과 대중가요도 부른다. 특히 춤꾼 신미경 씨는 즉석에서 살풀이를 추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라예보를, 세상을 평화로 이끄는 잔치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평화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모습과 다름이 아니다. 우리 겨레의 문화, 굿거리는 연주자와 청중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바로 평화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몸짓들이다. 이제 모두의 더불어 삶을 함께 추구해보아야 할 때이다. 
 
▲ 연주 삼매경에 빠진 이병욱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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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31 [19: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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