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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무능하고 싸가지 없음’ 자랑하나?
[서태영의 달구벌 '메나리'] '관료에게' 열린우리당 점방문 닫을라 카나?
 
서태영   기사입력  2006/05/18 [16:30]
부패한 지방권력을 심판하겠다고 기세등등했던 여당이 풀이 죽었다. 좀체 바닥을 치지 않는 지지율 때문에 아주 죽을 맛이다. 당지도부는 거의 싸울 뜻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뒷꽁무니를 빼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당대표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뻔질나게 입에 올리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입에 발린 말도 후보 등록일이 되어서야 겨우 입에 담았다. 정동영 당의장은 선거를 포기했는지, "5·31 선거가 끝난 이후 당선자 전원에 대해 특검을 통해 5·31 지방정부를 청소해야 한다"며 선거철 분위기에 맞지 않은 썰렁한 소리를 했다. 본격 선거운동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당선자 걱정을 하는 당 의장님의 섣부른 예단은 좀 생청스럽다.
 
4·15 총선에 이어 5·31 선거를 선거 혁명으로 가기 위한 우리당의 노력과 함께 5·31 끝난 뒤 특검을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당선자 전원을 공천과정 등을 면밀히 사법적 잣대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 부패방지법 보완, 내부 고발자 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공직사회 내부의 고발자 뿐 아니라 정당 비리와 정당 공천 과정에서의 비리 제보자에 대한 고발자 보호 조항 신설을 통해 5·31 선거가 끝난 이후 당선자 전원에 대해 특검을 통해 5·31 지방정부를 청소해야 한다.
-  <2006년 5월 12일 열린우리당 제23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열린우리당은 줄 낙선예고장 같은 여론조사를 보고 매가리가 빠졌다. 엄청나게 기강이 해이해졌다. 인권위원장은 얼까지 빠진 소리를 했다. "광주 군 투입은 질서유지 차원"이었다고. 문재인 전 민정수석은 15일 열린우리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대위 사무실을 방문한 뒤 바로 가진 부산지역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참여정부가 '부산정권'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불똥은 강금실 후보에게 튀었다. 1초가 아까운 TV토론장에서 그는 대신 사과드린다는 말을 하기 바빴다. 표를 몰아줘도 부족한 형편에 고위 인사들의 실언이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름 달고 출마한 입후보자들에겐 보름 동안의 한바탕 사과정국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술주정뱅 정치, 성추행 정치, 욕정치, 돈공천정치보다 못한 추태를 부린 것도 아닌데, 토막난 지지율을 보면 환장할 노릇이다. '나'라도 냉랭해질 대로 냉랭해진 민심이반 현상에는 졸도할 지경이다. 잘코사니!

'무능하고 싸가지 없는'(성한용) 여당은 뭇매를 맞아도 싸다. 한번 토라진 민심이 반성한다고 쉽게 돌아서진 않는다. 민심은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 표심은 까다롭지만 변덕스럽지 않다. 왜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이처럼 시들먹한 반응을 보일까? 민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실용 찾다 신용을 잃었다. 입으로는 민생을 말했지만 몸으로는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 체제를 떠받들었다. 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기득권에 안주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고위 당직자들이 장관직에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상에 걸린 당의 위기가 걸린 당대표가 장관직 제의했다고 입각한 경우는 세계정당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돌발영상'이었다. 깜빡 잊고 당 의장을 산자부장관직에 발령한 노 대통령을 누가 말리랴.
 
이렇게 저조한 성적에 허덕이는 열린우리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들로 징발되었다. 지방자치선거에 출전하는 경부선, 호남선호엔 모조리 관료들을 태웠다. 열린우리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관료 일색이다. 무능한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먹히기에 딱 맞는 인선 내용이다. 실용노선 고수해온 열리우리당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료정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지율 형국은 크게 한나라당이 서울 경기 대구 부산 찍고, 열린우리당이 대전 전주 찍고 광주에서 밟히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이 어떤 정당인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사람들이 모인 정당, 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해 자기희생을 결단한 사람들이 만든 정당,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탄생한 정당"(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직 관료들이 지방선거에 몸빵질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내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엄정중립을 지키지 않고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불법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관료에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나라당도 흉내낸 국민경선제를 볼품 없게 만들었다. 당내 민주주의는 크게 뒷걸음질쳤다. 민주화운동 세력이 중심이 되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헛바람이 휘몰아쳤다. 몽골기병들이 진두지휘했다. 당지도부는 엉뚱한 소리하지 말고 국민을 못살게 하는 관료정부에 대해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정치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실패의 근원을 '관료의 덫'에서 찾고 있다. (박태견) 관료들은 구태의연하다. 변하기는 변했겠지만 여전히 국민저항을 일으킬 국책사업들을 골라서 하고 있다. 부안에서 천성산 거쳐 새만금 모자라 평택 대추리에,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 FTA)까지 관료행정 불패의 우화는 참여정부 들어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관료가 이렇게 유능할 줄 몰랐다"는 노 대통령의 말씀은 참여정부의 조종을 스스로 울린 격이었다. 지금 청와대에 계신 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인지 노태우 대통령인지 그 말년의 통치 행태가 무척 실망스럽다. 정말 다음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겨줄 작정인가?  

나는 한때 홍세화 선생께서 가르쳐 주신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의 상호경쟁에 바탕한 수구세력 극복대상론에 매료되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에 진보의 까치밥을 남겨주며 동반성장하는 참정치를 꿈꿨다. 민주노동당은 좌가 되고 열린우리당은 우가 되어 서로서로 밀어주고 댕겨주며 또 한굽이 넘어가는 '아리랑정치'를 희망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뜬금없이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기도했다 좌절당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과 실력대결은 커녕 호남형 꼬마민주당 상대하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그나마 열린우리당의 부패경쟁력이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인 것을 위안꺼리로 삼아도 좋으리라.

그러나 "몸을 더 낮추고 겸허한 자세로 땀 흘려 일하는 여당, 여당다운 여당이 되어야 하겠다는 각오"로는 어림도 없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실패한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상황인식은 무책임하고 안이하다. 바탕이 무능하고 싸가지까지 없는데다 국민을 깔보고 총부리까지 겨누는데 누가 참여정부의 백성 노릇하겠는가.

'바이마르를 닮아서 슬픈 참여정부'와 당성 약한 관료에게 열린우리당의 앞날은 빨갛다. 빨간신호등이 켜졌다. 모처럼 찾아온 부패한 지방권력마저 판길이 할 기회는 위기다. 어휴~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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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5/18 [16: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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