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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자초 노대통령, 한미FTA 밖에 안남았다
[비나리의 초록공명] 민중경제 참모들은 쫓겨나고 친미경제학자만 남아
 
우석훈   기사입력  2006/04/13 [12:03]
1. 짧은 이론 이야기
 
서비스와 관련된 책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은 앙드레 고르(Andre Gorz)가 10년쯤 전에 출간한 ‘서비스 사회’라는 책이다. 복지가 높아져 개인들이 담당하던 가사노동이 어느덧 경제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생겨난 일들에 관한 분석인데, 대체적으로 사회적 노동이 영역이 높아진 독일 사회와 그렇개 하지 않고 개인들에게 직접 보조금 소위 알로까시옹(allocation)이라고 부른 직접 보조형태로 복지를 해결한 프랑스 사회에 대한 비교를 염두에 둔 분석이다.

실업문제가 점차적으로 높아진 90년대에 ‘사회적 노동’에 대해서 접근하고자 했던 독일과 프랑스의 다른 해결방법에 대한 책인데, 결론은 다소 민망하게 생태주의로 끝이 난다. 자기가 하는 일 남 시키면서 시간이 남아돌게 되면 이 시간에 필요없는 ‘파괴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인데, 원래 앙드레 고르의 책들이 멋진 주제로 시작해서 좀 허망하게 생태주의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경제학에서는 산업을 1차, 2차, 3차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무슨 엄청난 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적으로 그렇게 나누면 약간 분석할 때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이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회라는 것은 1차에서 시작해서 3차 산업사회로 진화하게 된다는 야무진 생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실상 경제학에서 그렇게 복잡한 생각까지 염두에 두고 이런 분류체계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편의상 형태적으로 미국은 3차 산업이 전체의 50% 정토를 차지하고 1차 산업과 2차 산업이 합치면 나머지 50% 정도가 되는데, 유럽은 이에 비해서 제조업의 비중이 훨씬 높다. 숫자를 보기 시작하면 마치 이 세 가지 산업 사이에 적절한 황금률이 생겨서 ‘최적’ 계산을 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강하게 생겨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분류 내에 내적인 ‘최적’의 메카니즘이 작동할 이유는 별로 없다.
 
스위스의 경우는 3차 산업이 좀 높은 편인데, 껍데기만 보면 관광산업이 높아서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런 건 아니고 그저 OECD 평균 정도의 수준이고 서비스 산업이 높게 보이는 것은 GDP의 10%를 차지하는 금융업 때문에 그렇게 보이게 된다. 비밀은행이 스위스에 집중되는 이유가 몇 가지 있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유럽 10대 은행에 스위스 계열이 은행이 3개 이상이 될 정도로 스위스가 금융이 강하기는 하다.
 
프랑스 산업구조를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비율이 군수산업과 para-pharmacy라고 분류하는 대체의학이 숫자가 일반적인 평균치보다 많이 높다. 미라쥬 같은 무서운 넘들 만드는 프랑스 제 3세계 동맹외교의 결과이기도 하고, 파스퇴르 연구소라는 세계 최고의 생물학 연구소와 같은 생물학과 화학의 기반이 좋은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생각만큼 서비스의 비중이 높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는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높게 보이기는 하는데,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절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 농업분야이고, 보험분야 특히 재보험 분야 같은 곳에서 미국이 앞으로도 상당히 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TV에 나오는 산업구조만 보면 한 나라의 특정 분야가 도약해서 마치 온 나라를 먹여 살리는 것처럼 얘기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한 나라가 한 산업에 특화해야 할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하지만, 세계화와 동시에 블록화 같은 게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의 산업이 좀 균형을 이루고 있는 편이 전체적인 경제의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가 대체적인 경제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고, 여기에 조금의 주장을 더 하면 산업조직론 같은 곳에서 전후방 연방효과나 기술파급효과 같은 것들이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높일 수 있도록 배치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도가 경제학에서 교과서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세계화를 분석할 때에는 금융세계화라는 하나의 축과 높아지는 연구개발비 등 간접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실물경제의 과점화라는 두 가지 눈으로 들어가서 보는 게 일반적인 눈이다(실물경제의 과점화에 관해서는 내가 첫 번째 번역했던 책이라서 생각보다는 나한테는 익숙한 주제이다). 두 개가 합쳐지면 사람들이 그렇게 감동해서 뒤로 넘어가는 M&A와 민영화 문제가 나온다. 분석자의 눈으로 보자면 꽃 중의 꽃이기는 한데, 워낙 결론이 뻔한 거라서 구체적인 업종 분석과 연결되지 않으면 큰 시사점은 별로 없어보인다.
 
금융만 놓고 보자면 영국이 대처 수상 이후 금융화와 이에 맞춘 전국적 구조조정을 엄청나게 추진하기는 했는데, 그렇게해서 롤스 로이스 같은 것들이 팔려나가고 영국에 대해서 ‘산업공동화’라는 말을 써도 이상하지 않을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경제사에서는 베네치아, 리옹, 암스테르담, 런던 등을 쭉 펼쳐놓고 초기에 생산의 중심이 되었던 도시가 무역의 중심으로 바뀌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금융 중심으로 바뀐 다음에 진화가 정지되고 결국은 멸망한다는 소위 ‘수정화(craistalization)’ 같은 것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한다. 영국까지 왔으니까 다음 번 차례는 시카고와 뉴욕의 차례일 것이라는 음산한 예언을 염두에 두고 있는 얘기이다.
 
2. 고급 지식과 서비스 산업
 
지식의 일부가 ‘생산의 기지’와 괴리되면서 생겨난 현상을 보통은 ‘제 2의 국제노동분업’이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고 미국 제화회사 나이키의 현지 공장이 화승이 된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딱이다. 1차 국제노동분업을 농업과 산업의 분업이라고 부르는데 반하여, 본사에서는 상품개발과 디자인 같은 고급스러운 일만 하고 실제 생산은 노동력이 싼 제3세계 국가에서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90년대를 수놓은 ‘지식경제’니 ‘신경제’니 혹은 ‘혁신이론’이니 하는 것들이 등장하게 된다.
 
과연 생산과정과 괴리되고도 계속 기술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것과 도대체 어떤 나라에는 이런 고급공정을 놀 수 있는데, 어떤 나라에는 못 놓는가라는 문제를 가지고 노동자의 지식 수준에 관한 이야기들이 10년간을 정말 화려하게 수놓았다. 왜 체코에서 생산한 볼보는 소비자들이 볼보로 인정해주지 않는가같은 질문들이 여기 놓여있는 질문들이다. 미국에 있는 나이키 본사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여전히 세계 최고의 운동화를 만들지? 이 질문을 10년 동안 한 셈이다.
 
이 얘기의 끝에 있는 것이 ‘고급 서비스’ 논쟁이다. 더 이상 나이키 본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용써봐야 잘 안되기 시작한다는 것이 결론인 셈인데,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링 같이 국제 ‘스탠다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들은 힘들게 뭔가 만들지 않고 컨설팅만 해주면서 좀 쉽게 그리고 ‘왕창’ 돈을 버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아직까지는 이론적으로 정리된 건 아니지만, 하여간 이제는 나이키 대신에 법무법인과 금융회사 그리고 약간의 디즈니와 헐리우드형 문화산업으로 가보자는게 미국에서 나온 일부의 제안이다. 그럼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뭐 먹고 살아? 하여간 미국에 돈이 많아지면 될 거 아니겠어, 게다가 재정적자가 지금처럼 높은데 ‘왕창’ 돈을 끌어오지 않으면 이 시스템은 붕괴하게 된다구...
 
이 흐름의 맨 앞단에서 ‘이거거던’하고 눈이 번쩍 떠진 게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에 모든 정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을 걸은 사건이다. ‘민중이 뭔가 한다’는 바보 같은 소리말고 뭔가 확실하게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걸 열망하던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비스 산업’이 앞으로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주게 될 것이라는 건 어쩌면 정말 멋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금 노무현 주위에 ‘민중경제’나 ‘산업시스템’ 혹은 ‘실물경제’를 조언해줄 사람은 거의 없고, 금융경제와 고급 서비스산업에 대해서 조언해줄 사람은 차고 넘치고 또 넘친다.
 
흐름만으로 보자면 80년대 전두환 시절에 2차 국제노동분업에서 한 자락 끼어서 나름대로 대박을 터뜨린 한국 경제가 이제 미국 경제의 구조조정과 함께 발을 함께하며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이니까 시대상으로는 앞을 엄청 내다본 것 같아 보이기는 하고, 그야말로 “한국 많이 컸다”는 말이 절로 나올 상황이기는 하다.
 
3. 이게 될까?
 
이 엄청난 흐름에 할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은 “이게 될까?”의 문제이다. 좀 따져볼 문제가 있기는 한데, 하여간 노무현 대통령은 된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모델링 숫자만으로 보자면 억지로 맞추어놓은 숫자라는 느낌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무역은 당연히 적자를 보지만 하여간 우리나라 경쟁력이 높아져서 이익을 보게 된다고 내놓은 숫자도 그렇게 신통해보이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별 볼일 없다”는 것이 솔직한 내 소감이다. 아마 모델링 자체로만 보면 어떤 경제학자라도 이 숫자를 보고서 “대박”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반면에 농업과 영화를 시작으로 공공서비스와 기계류를 포함한 제조업의 “박살”은 너무 눈에 뻔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관세율과 미국 관세율의 차이 때문에 기계류 등 개방화된 중소업종은 그 자체로 상당히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장선의 차이에서 자동차도 우리나라에서 나가는 것보다는 들어오는 게 더 이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보지 않아도 눈에 바로 보이는 일이다. 이 정도의 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나 재경부 관료들이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너무 신자유주의적 철학이 강하고 게다가 재경부 관료들은 나름대로 결탁되어서 마치 외환은행 매각 때 그랬던 것처럼 뭔가 부정한 거래를 하고 있을 수 있다고 의심을 할 수는 있는데, 일단은 그런 일은 없고 이 사람들도 나름대로는 애국자이고, 또 내가 아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판단하는데 편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서비스업종의 고급화전략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국제컨설팅, 변호사업무, 병원 혹은 교육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본질을 보자면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이 본사를 한국에 두고 외국에서 영업행위를 하는 것들이 대체적인 고급화전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갸우뚱이다. 도대체 뭐가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하는 ‘개혁’이고 임기 중에 모든 것을 걸고 달성하고 싶은 ‘재임 과업’이라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물론 미국과 전면적으로 개방을 하고 나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영어가 좀 늘게될 것 같고 조금은 더 국제기준에 적합하게 경영행위를 하게 될테지만, 예전에 엔론 사태에서 본 것처럼 미국 기업이라고 해서 다 투명하고 분식회계 같은 건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좀 이상하다.
 
문제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테인데, 전면적으로 개방을 한다고 할 때 생기는 개혁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이 도대체 어떤 산업 혹은 어떤 경제활동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과 그 다음에 이러한 변화의 충격이 한국 경제의 각 부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답하기가 훨씬 쉽다. 농업, 서비스업 그리고 일부 제조업이 어려워지는데, 이 중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중소기업들이 망하게 되는 경우일 것이다. 농업이야 이미 죽는다고 온 국민이 알고 있는 것이고, 의료와 교육도 개방되면 장기적으로 공공체계가 무너진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고 생각만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기는 한데, 중소기업의 경우는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효과라고 할 때 수출효과를 생각할 터인데, 실제로 중소기업의 일부가 도산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좀 충격을 받기는 받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중소기업에 대해서 별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개방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받아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적응하게 될 문제인가에 대한 판단인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이 정도의 충격은 감수할 문제라고 판단한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더 얘기해봐야 별로 설득 안 될 것이다. 뭔지 모르지만 미래의 경제적 이득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도산하는 경우에 약간의 보조금 정도를 주는 충격 완화 시스템 정도가 정부에서 나올 수 있는 카드일 것인데, 이게 딱한 것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서 간접지원이든 혹은 간접 보조금이 필요한 것인데, 망하면 생계비를 주겠다는 방식의 보조는 보통 토지수용할 때 토지보상비랑 똑 같은 메카니즘이고, 이걸 생산 부문에서 사용하는 것은 약간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도대체 이런 황당한 것까지 동원하면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미 FTA의 장기적 효과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이 되어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올 것 같다.
 
첫 번째 한미 FTA로 통해서 발생하게 되는 개혁의 효과는 무엇일까? 돈으로 평가되는 숫자라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서비스 산업이 그만큼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도대체 어떤 서비스를 얘기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차라리 한-칠레 FTA와 같이 ‘핸드폰 팔거다’ 혹은 ‘자동차 팔거다’라고 얘기하면 계산이 쉬운데, 이 경우는 그것도 아니고 거의 무조건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업종이 새롭게 우리를 먹여살릴 것이다라는 거의 비명 같은 두 가지 얘기 밖에는 없다. 이건 논리적으로 순환논리에 반대자를 빠뜨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게 될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믿지 않아서 그래” 혹은 “그렇게 자신이 없냐”는 소리 혹은 “현대 경제를 잘 모른다”는 타박을 받게 되어있는 구도이다. 부문별로 문제를 제기하면 이렇게 각개격파 되도록 논리가 형성되는 구도이다. 참 더러운 구도이기는 한데, “국민경제” 혹은 “국익”이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목적”을 앞에 놓고 대통령이 서 있는 셈이고, 여기에 어떤 부문이든지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이건 전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부문 이기주의’로 몰리는 셈이다. 농민이 그랬고, 영화인이 그랬지만, 앞으로도 검토를 해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한미 FTA에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은 전부 이기주의로 몰리게 되어있다.
 
뭔가 좀 “쎄게” 떠들면 약간의 양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별로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논리 형태만 따지면 줄기세포 국익론과 한미 FTA 국익론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어차피 이게 시대의 논리인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보통의 FTA를 포함한 경제조약의 경우에 보통은 이 조약을 통해서 수혜를 받게 될 집단에게 일종의 부과금 같은 걸 부과해서 손해볼 집단에게 보조해주는 충격 완화 장치를 달게 되는데, 한미 FTA에는 손해볼 집단만 있지 수혜를 보게 될 집단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정말 이게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농민들은 정부나 대통령을 찾아갈 일이 아니라 상공회의소의 의사결정자를 만나는게 맞고, 영화인들은 전경련의 회장들과 영화산업에 대한 보조금 장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맞기는 하다.
 
그런데 한미 FTA에는 딱히 수혜를 볼 집단이 명확하지 않고 자동차나 기계류 그리고 화확산업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볼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급 서비스라고 하지만 의료도 심하게 문제를 겪을 것이고, 하다못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대학도 미국 대학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재경부가 3년 동안이나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서 공을 들이고 있는 하버드 분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남아날 대학이 별로 없어보인다. 게다가 고급 서비스 업종 중의 하나인 법무법인을 비롯해 소위 컨설팅 회사들도 기본적으로는 대자본과 국제적 네트워킹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법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것 같지가 않고, 대체적으로 한국 지부 정도로 흡수될 것 같아 보인다.
 
도대체 한미 FTA로 누가 이득을 보는 거야? 손해볼 것이 당연한 집단인 농민이 어차피 우리나라는 수출국이므로 미국에 대한 추가수출로 인해서 발생한 일등의 일정 부분을 농민 생활안정기금 같은 것으로 내놓으라고 하려고 해도 무역에서는 오히려 적자가 생긴다고 하니 요구할 데가 없다. 그렇다면 ‘서비스업종협회’ 같은 것이 있어서 거기 가서 얘기하면 될까? 그렇게 있지도 않거니와 부문별로 보더라도 수혜를 받는다는 집단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한미 FTA로 생기는 이득에 대해서 부과금을 부치는 일종의 ‘tax-recycling’이 한미 FTA에서는 아예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한칠레 FTA와도 성격이 다르고, 한일 FTA와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4. 한미 FTA는 더 이상 경제조약이 아니다
 
한미 FTA의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는 이게 경제 조약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본질적으로는 경제조약이 아니라는 작업가설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특정산업이 정부에 요구해서 이 조약이 추진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 조약이 추진되었다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기 훨씬 편할 것 같다.
 
구도만으로 보자면 재경부에서 건의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감동’해서 추진되는 셈인데, 실제로 재경부와 협상을 맡고 있는 외교부를 제외한다면 공식적으로 한미 FTA를 건의한 공식적인 부문은 없다. 정부의 일각에서 알아서 하는 셈인데, 그 과정에서 그야말로 미스테리한 “고급 서비스” 부문이 상상에 의해서 생겨난 셈이고,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하는 “사회 개혁”이라는 효과가 삽입된 셈이다.
 
경제적으로만 보자면 한미 FTA는 수혜자가 불투명함은 물론 효과를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이 매우 불투명한 조약이다. 도대체 메카니즘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일까? ‘경쟁력 향상’이라는 전가의 보도라는 개념이 사용될 수 있기는 한데, 이 경우에는 그 경쟁력의 수혜를 받을 집단과 부문이 너무나 불투명하다.
 
대체적으로 무역을 포함한 직접적인 경제효과 보다는 ‘미국과 친해지는 것’에서 생기는 경제적 편익 혹은 사회적 편익에 해당하는 일종의 외교 조약으로 한미 FTA를 보는 것이 전체적으로는 타당할 것 같다. 안보효과, 사회의 서양화 효과, 전국민의 영어교육효과 등 비경제적 효과라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단순하게 경제효과만으로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권의 모든 것을 걸고 추진하는 한미 FTA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일본이 오랫동안 ‘탈아입구’를 사회는 물론 경제의 기본 기조로 사용한 것처럼 한미 FTA의 경우도 “동북아 중심국가”를 대통령 공약이자 지난 3년 동안 국토의 전면적 개발을 추진하면서 사용했던 기본기조에서 “탈동입미”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각 도시의 확장의 이유로 국토 전면개발 기조를 추진하던 지난 3년 간의 흐름이 폐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한미 경제사이의 특수 관계를 사회적 특수관계로 바꾸는 효과로 이 조약을 본다면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제로 무역관계 상으로는 이미 중국과 더욱 중요한 상태가 되어있고, 미국은 4위에 해당할 뿐이다.
 
무역이나 서비스업종 혹은 ‘경쟁력’ 효과는 사실상 경제조약에 붙는 ‘레토릭’으로 이해하는 것이 나을 것이고, 실체는 일종의 미국과의 외교조약의 내용에 더 가깝다. 그래서 경제적 측면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한 사회의 외교 방향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시아 국가에서 미국 경제의 한 ‘위성경제’가 되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해서는 복잡한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 중 일부는 심하게 손해를 보는 외교 조약이라고 생각하면 논의는 조금 쉬워진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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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13 [12: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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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13 [20:39] 수정 | 삭제
  • 남미짝 납니다. 일본의 '탈아입구'와의 유사성도 있지만, 이는 '언어적 비유상'만의 유사성일뿐일 것입니다(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사용하신 우 박사님도 이것을 물론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경우 차이는 '탈아입구'를 매우 주체적으로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구미와 '동등성'을 얻기위해 그야 말로 초인적인 노력을 경주했지요(그중 하나가 제국이 되어 식민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고, 성공했지요. 조선'인민'에게는 비극이었지만...또 엽기적인 일로 인종개량이 필요하다며 '혼혈을 권장'하기도 했죠). 따라서 초기엔 군사력을 기르고 제도개선을 추진하며, 무엇보다도 구미와의 '불평등조약'을 개정하는데 주력했지요.

    현재 FTA 추진의 '탈동입미'는 오히려 '불평등조약'을 압장서 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미 대자보에서 언급되었지만 '을사조약'과 식민지적 '합방'과 유사하지요.

    그리고 되어가는 과정이 남미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대개는 남미짝이 날 것입니다 (약간의 경제적 물적 기반의 차이를 강조하는 일부 '비판적' 논평도 있지만, 큰 흐름에서는 이게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 나그네 2006/04/13 [16:50] 수정 | 삭제
  •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되던 것이 좀 선명해 지네요,
    하지만 선명해지는 것은 불안함과 우울함, 참담함, 불길함 등등 헤아릴 수 없네요.
    ....
    이젠 정말 우리도 미국 시민이 되는 건가요?

    노무현이 정말로 미국에 요구해야 할게 있다면
    그건 에프티에이고 나발이고 다 좋은데,
    우리국민 모두에게 미국 시민권도 주고 나아가 투표권도
    얻어와야 하는 것 같군요.
    그나마 그거라도 한다면 부시같은 꼴통을 낙선시킨 것으로라도 위안을 삼을 수 있을텐데...

    정말 징그러운 나라와 징그러운 정부 같군요.
    아니 외환은행 매각 사건을 보니 이건
    한 나라의 정부가 아니라 완전히
    브로커더군요.
    정말 징그러운 시절입니다.
  • 누가좀 2006/04/13 [16:23] 수정 | 삭제

  • 대책없는 무대포인줄 몰랐네요.

    참여 정부라고 하는데 국민은 배제하고 미국의 한주로 참여할 생각만 하고 있네요.
  • 설마 2006/04/13 [16:04] 수정 | 삭제
  • 남미가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었는데
    경제 종속...종속이론이라는거..
    한미 FTA를 보면 자꾸 그럴까봐.아주 아주 겁납니다.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국민을 도외시한채
    관료몇명이 결정짓는거 ..이거 위험합니다.
    국민들이 한미 FTA실체를 알아야 하고 알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