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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삶, 연민과 슬픔 넘은 따뜻한 시선 '로기완'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삶의 끝에 선 이방인의 삶, 따뜻한 시선과 위로 담아
 
임순혜   기사입력  2024/03/05 [16:06]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단편 영화에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삶의 끝에 선 이방인의 힘겨운 여정을 다룬 영화로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담았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로기완’은 삶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만난 두 사람, 탈북자 로기완(송중기)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마리(최성은)의 절박한 이야기를 담았다.

 

탈북 이후 중국 연길에서 숨어 지내던 로기완은 엄마의 사고 현장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가야하는 현실에 절망한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유언을 가슴에 담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홀로 벨기에에 도착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어머니를 잃고 탈북해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 도착한 로기완은 도착하자마자 현지인에 속아 가진 것 모두를 잃게 되고, 절박한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날, 우연히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마리를 만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로기완과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마리, 절박한 순간에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삶에 대해 너무나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각자의 사연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유럽의 낯선 땅,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기완 역은,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선의 조종사, 드라마 ‘빈센조’에서 마피아의 고문 변호사,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1인 2역으로, 그리고 영화 ‘화란’에서 지독한 현실을 사는 조직의 중간보스로, 매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송중기가 맡았다.

 

송중기는 삶의 끝에 선 이방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유럽의 낯선 땅에서 살아 내기 위해 끝까지 버티어야 했던 로기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변신을 보여준다. 막막한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낸 눈빛으로 복합적인 감정과 변화의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내 공감하게 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 선수 마리 역은, 영화 ‘시동’의 빨간 머리 가출 여고생으로 데뷔와 동시에 춘사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고, 드라마 ‘괴물’,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영화 ’십개월의 미래‘, ’젠틀맨‘으로 주목받은 최성은이 맡았다.

 

최성은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슬픔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아빠에 대한 원망으로 분노에 가득차고, 더 이상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져 삶을 포기했으나, 로기완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삶을 되찾는 역으로 함께 아파하고 감동하게 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최성은은 벨기에 국가대표 사격선수의 강렬한 눈빛부터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 그리고 위태로운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로기완을  만난 뒤의 변화까지 다양한 감정의 굴곡 등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송중기와 호흡을 맞춰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리의 아버지 윤성 역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안나라수마나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높은 신뢰를 얻은 배우 조한철이 맡아,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아픔과 위태로워 보이는 딸 마리에 대한 불안과 걱정, 복잡한 심경을 묵직하게 연기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로기완의 엄마 옥희 역은, 넷플릭스 영화 ‘콜’, ‘독전’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개성과 관록을 겸비한 배우 김성령이 맡아, 로기완에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엄마를 연기 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마리의 엄마, 정주 역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인간적이면서 매력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 이일화가 맡아, 투병 생활 중에서도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품위를 잃지 않는 인물을 연기한다.

 

▲ 영화 '로기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로기완’을 연출한 김희진 감독은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하고, 칼레의 난민을 다룬 다큐와 서적 등 많은 자료조사 과정을 통해 이방인의 표정, 눈빛 등 외적인 표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표현한다.

 

김희진 감독은 “낯선 언어, 추위. 언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놓인 사람들이 느낄 막막함과 불안함. 그리고 쓸쓸함의 정도가 가늠이 안되는 그런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캐릭터 그 자체의 깊이와 매력,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가장 우선시 생각했다고 밝혔다.

 

▲ 영화 '로기완' 포스터  © 넷플릭스


‘로기완’은 극한의 상황에서 만난 기완과 마리,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연민과 슬픔을 넘어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한 성찰과 함께 깊이 있는 여운을 안겨주는 영화다.

 

이방인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이끌리듯 빠져드는 따뜻한 시선이 빛나는 영화 ‘로기완’은 3월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상영 중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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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5 [16: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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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