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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적 스타일 차용한 관계의 추락 ‘추락의 해부’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부부의 사랑이 쇠퇴하는 과정 상징적으로 담아
 
임순혜   기사입력  2024/02/05 [12:38]

영화 ‘추락의 해부’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의 재판을 중심으로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에 관한 영화로,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 세계 영화제 56개 부문 수상, 125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여러 영화제에서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산드라 휠러),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은 물론이고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어떤 부문에서 수상할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영화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추락의 해부’를 연출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2019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시빌’에 이어 ‘추락의 해부’로 두 번째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추락의 해부’는 “카메라 앞과 뒤에서 모두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영화”(AWFJ), “한 영화가 한 번에 여러 장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의 예시”(Slate) 등 언론과 평단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다.

 

‘추락의 해부’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비영어권작품상 2개 부문의 트로피를 수상하고,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 버라이어티, 더 가디언, 인디와이어, 베니티 페어, 사이트 앤 사운드 등 14개 매체로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로 뽑혔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과 안내견 스눕 뿐이다.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인가? 관객들은 다양한 의문을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배심원들과 함께 품으며,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간다.

 

성공한 작가 산드라 포이터( 산드라 휠러)는 글을 쓰면서 아이의 홈스쿨링도 맡고 있는 남편과 아들 다니엘, 그리고 개 스눕과 살고 있다.  어느날 남편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부부의 과거를 면밀히 조사하는 재판이 진행되자 그들의 아들은 부모의 떠들썩한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던 아들 다니엘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어머니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고,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추락의 해부’는 “과연 그녀가 남편을 죽였나?”라는 질문에 직접 답을 내릴 수 있도록 151분간 질주하는 영화로, 영화 속 법정에 앉은 배심원들처럼 관객들은 각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을 지켜보고 함께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추락의 해부’는 아이의 관점에서 사건을 본다. 아들 다니엘(밀로 마차도 그라너) 은 주인공인 산드라와 동일선에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고 마침내 결론을 내린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외딴 산장에서 글을 쓰고 있는 유명 작가, 독일인이지만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하여 그를 따라 프랑스로 넘어 온 산드라는 산드라 휠러가 맡아,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프랑스의 알프스 지역 산장에 머물다 어느 날 발생한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어 고초를 겪는 인물을 맡아, 재판을 받는 과정을 세밀하게 연기해 공감하게 한다.

 

산드라 휠러는 독일을 대표하는 배우로, 다양한 유럽 영화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았으며,  국내에서 평단과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영화 ‘토니 에드만’, ‘인 디아일’,  ‘엘리자벳과 나’의 주인공으로 관객들을 만난 배우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산드라와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산드라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뱅상 역은 프랑스 배우 스완 아를로가 맡아, 누구보다 냉철하게 사건을 파악하고 변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진짜로 산드라의 결백을 믿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진실보다는 사실을 추구한다.

 

뱅상은 보통의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변호사의 모습과는 달리 산드라와 묘한 기류를 형성하며, 약간은 방어적이면서 수동적인 느낌을 더해 영화에 긴장감을 조성해, 그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각장애가 있는 산드라의 아들 다니엘 역은 밀로 마차도 그라너가 맡아,  안내견 스눕과 산책하고 돌아오던 중 추락사한 아빠를 발견하게 되고 큰 슬픔에 빠지고, 이어 엄마가 용의자로 지목되자 더 큰 충격에 빠지지만 냉정하게 사건을 파악하려하는 역을 연기해 관객으로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다니엘 역을 연기한 밀로 마차도 그라너는 쥐스틴 트리에 감독과 캐스팅 팀이 반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찾아낸 신인 배우로, 시각장애 표현부터 피아노 연주,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훌륭하게 연기해, 2024년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의 아역배우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다니엘의 안내견 스눕역은 메시가 맡아, 늘 침착하게 다니엘의 곁에 머물며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사건의 결과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주요 캐릭터다. 전문 훈련을 받은 보더콜리 종으로, 묘한 눈빛으로 사건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추락의 해부’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안내견 스눕역을 연기한 메시는 매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들에게 돌아가는 상인  ‘팜도그상(Palm Dog Award)’을 수상했다.

 

▲ 영화 '추락의 해부'의 한 장면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쥐스틴 트리에(Justine Triet) 감독은 78년생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국립예술학교를 졸업했다. 학생 시위나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주제의 영화들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았으며, 세 번째 장편 ‘시빌’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추락의 해부’의 출발점에 대해 “관계의 추락을 그려낸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강하는 한 인물을 기술적으로 묘사해,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쇠퇴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영화의 컨셉이었다”고 밝혔다.

 

▲ 영화 '추락의 해부' 포스터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이 영화는 확장된 심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부부의 집에서부터 시작해 이내 인물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받는 법정으로 장면이 옮겨간다. 각본과 촬영 모두 다큐멘터리적 스타일을 차용하여 사실감을 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이야기의 복잡성을 깊이 파고들어 관객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끔 하고 싶어, 음악을 절제하고 꾸밈을 줄여 날 것의 느낌을 살렸다. 심리 과정을 생략 없이 보여주기로 했다. 후반 작업에서도 영화의 속도를 늦추고 불완전한 샷을 유지해 흔들리고 생생한 느낌을 영화에 더했다”며 “너무 세련되거나 예측 가능한 느낌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저도 새로운 형식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부의 사랑이 쇠퇴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추락의 해부’는 1월31일(수) 개봉해 상영 중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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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