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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어나니머스, 불법 정보노출 '일베' 수사해라
[시론] 국민통합시대 사회분열 가속화한 극우사이트 '일베' 문제있다
 
김철관   기사입력  2013/04/13 [12:49]
“북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언론인도 가입돼 있었다. 10년 전인 김대중 대통령 시절 기자들이 <노동신문>을 보는 그런 시절이었다. 폭로 사이트에 나도 명단이 나온다. 10년 전 취재를 위해 아이디를 만들었는지 기억도 조차 없다. 당시 기자협회에서 밝힌 북측 인용 보도를 국정원도 인정했다. 김대중 정권 초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까지도 북측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 인터넷사이트도 단순히 열려 있었고 <노동신문>을 본 시대였다. 10년 전의 일이다.

이제 북한보도를 인용했다고 문제시 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서 세습이나 핵문제 등에 대해 집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 지도자가 올바르게 갈 수 있게 남한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의 위협으로 화해와 협력은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6.15가 다가오지만 6.15정신 계승이나 공감대를 형성할 그런 시대가 가고 어려운 국면이 오고 있다.” 이영종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이 지난 4월 9일 ‘위기의 한반도, 언론인의 역할’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연합뉴스>는 1999년에 내외통신을 인수했다. 그런 연유로 24시간 북쪽 방송, 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지금도 있다. 거기서 매일매일 모니터링하는데 굳이 품을 들여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더욱이 그 사이트는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쪽 당국이 차단해 놓은 상태다. 2004년에 차단했다는데, 2011년 회원 가입을 했다면 차단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할 터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그런 지식이 전혀 없고 그렇게 하고픈 욕망도 없다. 내가 그 부서에서 근무할 때 어떻게든 기사를 발굴하라고 지시했었고 그래서 모니터링 팀에서 내 이름으로 혹시 회원 가입을 한 것 아닌가 확인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정일용 <연합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이 지난 4월 10일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이다.

“신상 기록이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일베>에 공개돼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은근히 쫄기도 했다. 반갑다는 것은 지금까지 약 20년 가까이 ‘친북주의자’로 자처하며 국내외에서 수백 편의 글과 수백 회의 외부 특강을 해왔지만 제 책이 ‘불온도서’나 ‘금서’ 목록에 오른 적이 없고 제 이름이 ‘종북 백과사전’이나 ‘종북주의자’ 명단에 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서는 제 이름이 꽤 알려진 편인데 영광스러운 명단에 오르지 못해 제가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가 싶어 좀 섭섭한 면도 있었다. 쫄기도 했다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에서 저에 대한 조사를 이미 시작했을테니, 앞으로 언행에 조금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4월 8일 인터넷 <대자보>에 올린 글이다.

이들은 북한과 관련한 글이나 논문을 쓴 언론인과 학자들로 북한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취재목적이거나 연구목적으로 쓴 북한 글이나 논문은 예외라는 것이 관례인데, 이들이 북측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커해 공개한 <일베> 명단에 들어가 있다. 한심하고 신뢰할 수 없는 폭로라고 말하고 싶다. 북한 관련 글을 쓰는 전문가들에게 재갈을 물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영종 팀장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글을 쓴 북한 전문기자이고, 정일용 <연합뉴스> 본부장은 진보적인 입장에서 글을 쓴 북한 전문기자이다. 이재봉 원광대교수는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이들 세 사람이 쓴 글을 가끔 봤고, 나름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훌륭한 글을 써온 분들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이들도 불법 국제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측 <우리민족끼리>사이트를 해킹해 빼낸 자료를 공개한 <일베>의 죄수로 명단에 올렸다. <일베>는 ‘일간 베스트 저장소(www.ilbe.com)’의 정식 이름이다. 이들이 공개한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는 전직 대통령(이명박, 전두환), 전직 여야 대표(이회창, 권영길) 등을 비롯한 1만 5000여명의 정치인, 언론인, 교수, 회사원 등이 공개돼 있다. 현재 공안기관은 실명 확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최근 불법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이어 북한 정부 공식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정부의 지도자 소개와 관광, 경제 관련 정보 등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베>가 공개한 인물 정보의 진실과 거짓에 떠나 불법 취득한 정보를 공개 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 노원(병)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한창이다. 이곳 지역구인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이 삼성 엑스파일 떡값 검사를 폭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을 잃었다. 안기부 삼성도청 문건을 (불법)이용해 폭로했다는 이유로 통신보호비밀법을 적용해 의원직을 잃은 것이다. 상당한 공익적인 이유가 있었는데도 대법원까지 불법으로 본 사건이다.

이에 비해 극우주의 사이트 <일베>에서 폭로한 불법 해킹자료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폭로한 것도 아니었고 마녀사냥식 신상털이 폭로였다는 점이다. 공익을 위해 폭로한 것도 불법이라고 의원직을 잃었는데, 불법에다 공개된 상당수가 사실과 진실이 결어 돼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폭로한 상당수가 말도 안 된 인사가 많다. 이명박, 전두환 전직대통령을 비롯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앞서 밝힌 언론인과 교수까지도. 이외에도 국민 납득이 어려운 분들도 수두룩하다.

그리고 불법 정보수집에다 이를 악용해 특정세력을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불법 취득 정보를 믿고 공안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도 문제다. 어나니머스가 해킹으로 빼낸 자료를 <일베> 회원들이 제멋대로 재판을 벌여 죄수번호를 매기고 공개한 이들(죄수라고 일컫는)을 공안당국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합당것인지 묻고 싶다. 참 서글픈 현실이고 개가 웃을 일이다.

<일베> 사이트는 취재하거나 항의할 전화번호도 없다. 이런 <일베> 회원들이 불법으로 정보를 제공했고 거짓 정보가 상당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베>가 폭로한 죄수 명단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분열에 찬물을 부은 것과 진배없다. 현재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실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국민통합과 화합을 강조해 왔다. 일베 폭로 후 새누리당의 반응은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통합에 역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새누리당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일베> 폭로 건을 계기로 종북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태에 있더라도 공당으로서 처신이 신중치 못했다. 보수주의 정당이지만 한쪽 보수(극우) 편만을 들어 주는 새누리당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국민통합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8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논평을 통해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전체를 간첩이나 종북주의자로 몰아 신상털이식 공격을 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공안기관의 조사는 더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통합에 신경을 쓴 논평이기도 했다.

이제 공안당국이 할 일은 따로 있다. 공개된 사람들의 수사가 아니라 국제적 협조를 얻어 불법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와 불법해킹 자료를 공개한 <일베>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불법으로 제공한 국민의 신상명세를 함부로 공개한 것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사람들과 취재나 연구를 목적으로 한 전문가집단을 죄수로 낙인찍어 명예훼손을 했다는 점이다. 공익과 국민통합에도 부합하지 않은 불법 해커와 불법 정보 제공을 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베>에 공개된 사람(죄수)들을 수사를 한다는 것은 그들을 또 한번 죽이는 꼴이다. 본질이 전도된 수사가 돼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은 국제 불법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와 일간 베스트 저장소의 합작품이다. 공안당국은 이들 불법 단체부터 진상을 가리고 다시는 국민 개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 되지 않는 그런 수사를 해야 한다. 공안당국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명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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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4/13 [12: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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