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의무화하는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인권사회단체들이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는 약 30여 명의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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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석자가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대자보 |
참석자들은 “형식적인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분을 만들 수 없다”면서 “일본 <황국신민서사>와 비슷한 내용의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도록 강요하고 경례를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발상이다”라고 행정자치부의 국기법 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거부 퍼포먼스’로 시작해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김유현 양과 선언에 참가한 청소년 오민석 군의 ‘청소년 거부 선언’ 발표로 이어졌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예로부터 히틀러나 박정희 등 국민을 국가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하고, 더 많은 생산을 해야 하는 도구로 취급했던 이들이 언제나 ‘애국’을 강요했다”며 “역사를 보고 깨달아라. 인간을 소모품으로 희생시키지 못한 사회는 인간이 행복하지 못한 사회가 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짓보다는 인간이 애국가이기 이전에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라”며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애국’을 강요하는 현 교육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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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억압을 표헌하고 있는 '거부 퍼포먼스', 군복입은 사람이 국기에 대한 경례와 멩세를 강요하고 있다.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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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의 김유현 양과 거부선언에 참여한 오민석 군이 '청소년 거부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 대자보 |
송원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애국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몰라도, 국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누구나 나라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런 쓸데없는 것을 만들며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이유는 국가가 우리들을 일정한 틀에 맞추어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다. 법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태정 씨는 “아이 유치원 입학식 때 이제 한글을 겨우 깨친 아이들에게 애국가를 부르게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며 “우리가 학생 때는 ‘국민교육헌장’을 무조건 외워야했고 못 외우면 매를 맞았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 억압은 계속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애국가를 외우게 하며 ‘애국’을 강요하는 이런 나라에서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은 국기에 대한 맹세 속에 있는 ‘민족’을 끄집어 내며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의 욕설을 먼저 배우며 차별받고 잘린 손가락, 밀린 월급을 두고 본국으로 쫓겨가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다문화 사회로 넘어가는 현실에서 이런 조항은 배타적 민족주의, 이기적 국가주의를 키울 뿐이며 그것은 곧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기법은 역사를 퇴보시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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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김태정씨가 '애국'을 강요하는 교육 제도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대자보 |
한편, 이 날 인터넷신문 <대자보>를 비롯한 85개 인권, 사회단체들은 ‘애국을 강제하는 형식이 여전히 교육 현장에 함부로 끼어들어 있다는 점에서 국기법의 시행은 위험하다’고 밝히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 시도를 중단하고 국기법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 조항을 삭제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 조항 삭제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활동가들은 12시부터 1시까지 지난 6월 7일부터 시작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갔고, 1시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의 면담을 통해 긴급 대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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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기에 대한 맹세'와 일본의 '황국신민서사'를 비교한 피켓, 한눈에 봐도 비슷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자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