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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보 제1호 광륭사 미륵상은 성형수술됐다
[책동네] 일본 속 한반도 유적지 밝힌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김호심   기사입력  2011/11/08 [13:53]
▲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표지     © 바보새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는 가는 곳마다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가 없는 곳이 없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백제계 후손인 다무라장군이 발원해 지은 것이고, 광륭사(고류지)의 미륵보살반가상을 만든 이는 한반도 출신 하타(秦)씨이다. 또 고대 한반도인들은 일본에 건너가 제방을 쌓고 단단한 농업기반을 이룩하여 지방 토호세력으로 자리 잡아나갔는가 하면 불교를 전해주고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일본의 고찰(古刹)과 국보급 불상 제작에 관여했다. 이러한 흔적은 천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일본 각지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이러한 일본 속에 남아있는 한반도와 관련된 유적지를 발로 찾아 역사적인 문헌을 토대로 쓴 책이 있어 화제다. 이윤옥ㆍ김영조가 쓰고 도서출판 바보새가 펴낸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 각 지역에 백제인의 향기와 번득이는 신라인의 지혜, 자랑스러운 중원의 왕자 고구려의 향기가 흠씬 풍기는 답사기이지만 이 책에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도 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일본 국보 제1호라고 하는 교토 광륭사(고류지) 미륵상이 명치 때 조선인의 얼굴에서 일본인의 얼굴로 성형수술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미륵상은 사실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가 최고의 조각품으로 극찬한 바 있어 지금도 일본인들은 물론 한국인들의 참배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불상이 어떤 연유로 성형수술을 하게 되었는지 저자들은 분명한 근거와 자료로 이를 밝히고 있다.

▲ 갸름한 얼굴선의 일본인으로 성형된 일본 국보 제1호 광륭사 미륵상(왼쪽)과 도톰하고 후덕한 얼굴선의 한국 국보 제83호 미륵상     © 김영조
 
▲ 책에는 봉분 사진만 나왔지만 저자가 보내온 코무덤 답사 사진     ©김영조

또 이 책에는 임진왜란 비극의 현장인 “코무덤”에 대한 전말을 파헤치고 왜곡된 사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풍신수길 사당 앞에 커다란 봉분을 만들어 놓은 유래와 이 코를 베기까지의 상황, 희생자가 대량으로 나온 한국의 남원지방 답사를 포함하여 이와 관련된 경남 사천, 부안의 호벌치까지 찾아다니면서 코무덤의 왜곡과 진실을 파헤쳐 놓았다.

그밖에 세계인이 즐겨 찾는 교토의 청수사, 일본 최고의 신사인 후시미이나리대사와 한반도관계, 일본 최고의 축제인 기온마츠리의 전모를 밝혔으며, 49대 고닌왕과 50대 간무왕 등 4명을 왕으로 만들어낸 백제여인 고야신립의 사랑이야기 같은 실제로 저자들이 답사한 현장이야기를 탄탄한 글 솜씨로 전개한다.

▲ 기온마츠리에 맨 처음 순행하는 나기나타보코(가마)와 기온마츠리를 구경하러 나와 길을 메운 많은 관광객들     ©김영조
또한, 온천휴양지 하코네에 첫 삽질을 한 고구려인과 하코네신사, 사이타마현에서 고구려 약광왕을 모시고 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를 포함하여 일제강점기 일본 천황을 향해 폭탄을 던진 이봉창, 김지섭 의사의 의거 자리와 3ㆍ1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된 2ㆍ8독립선언 현장도 생생히 전하고 있다.

흔히 답사기가 감상 위주이거나 단순한 정보에 그치고 마는데 견주어 이 책은 일본어 전공자답게 오랫동안 답사단을 이끌면서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탐색한 경륜과 탄탄한 문헌자료를 토대로 써 내려간 반듯한 역사철학 의식이 엿보여 일반 답사기와 차별성을 갖는 점이 특이하다. 

“3박4일 정도로 일본의 명승지 두어 곳 여행과 온천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필요하지 않겠지만 두어 번 일본을 여행한 사람들에게는 목마르게 기다리던 책일 것”이라고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히듯 겉모습 일본을 훑기가 아닌 여행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은 올컬러로 현지를 답사하면서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들이 있어 더 흥미롭다. 특히 2009년 기온마츠리 때 순행했던 32기 가마의 유래를 사진으로 모두 소개한 것과 간무왕을 낳은 백제여인 고야신립의 오오에무덤도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기온마츠리의 전 과정은 국내 마츠리 전문 책에서도 보기 어려운 노력으로 지은이들이 한국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 교토 오오에에 있는 일본 50대 간무왕의 어머니인 백제여인 고야신립 무덤     © 김영조

일본 곳곳에 숨겨진 한국문화 철저히 파헤칠 터
[대담]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지은이 이윤옥ㆍ김영조


-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내게 되었나?

<이윤> “나는 지난 30여 년간 일본관련 공부를 해왔다. 공부하면 할수록 일본 속의 한국문화와 역사가 선명히 보였다. 일본 고대사를 기록해놓은 《일본서기(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같은 역사서는 물론이고 일본 최고의 고전작품인 《겐지이야기》나 《곤쟈쿠이야기》같은 고대설화집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 있다. 오죽하면 서양인 학자가 ”일본 사서는 한국의 역사서”라고 했을까? 
 
그동안 한일문화답사단과 일본 땅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늘 아쉬움이 따랐다. 유적지 대부분이 고대 한반도 관련 사실을 감추고 있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그간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과 함께 매년 2~3차례씩 일본에 다니면서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이번 책은 그 결실의 하나이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 김영조 소장은 한국문화 전문가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일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영> “물론 나는 한국문화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그러나 한국문화는 한국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도 있고 미국 땅에도 한국문화는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더욱이 고대 한일관계를 살펴보면 이때만큼 문화교류가 왕성한 때도 없었다. 비록 한반도로부터의 일방적인 전수이긴 하지만 한국문화는 아직도 일본땅에 잘 보존되어있다.

그러한 사실을 전하는 것도 나의 또 다른 임무란 생각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답사단으로 참가하면서 그 과정을 충실히 기록 해두려 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책을 내게 되었는데 답사단원이 한 꼭지씩 글을 쓰는 감상문 수준을 지양하고 좀 더 깊이 있는 글로 쓰려고 한일어울림문화연구소장과 공동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 책에서는 일본 광륭사의 국보 제1호 미륵상이 성형수술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를 어떻게 확인했나?

<이윤> “광륭사 미륵보살반가상은 한국에서 건너간 불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흔히 광륭사 미륵상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제83호 미륵상과 닮았다고 한다. 그러나 광륭사 영보전에 있는 미륵상은 콧날과 얼굴선이 얍삽한 게 어딘가 한국불상과 다르다.

그렇게 느끼고 있던 차에 광륭사 미륵상에 대한 일본 미술사학자 나가이신이치의 충격적인 논문 한 편을 접하고 나서 이 미륵상이 조선인 얼굴에서 일본인의 얼굴로 성형수술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이 사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붙듯 일었고 이 책에 소상히 그 전모를 밝혀두었다.”

- 그밖에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은 대목은 무엇인가?

<김영> “교토 역사를 보여주는 국립교토박물관 가까이에는 임진왜란의 원흉 풍신수길 사당(신사)이 있다. 풍신수길이 사당에서 내려다보기 딱 좋은 위치에 정유재란 때 조선인의 코를 베어다 묻은 코무덤(하나즈카)이 있다. 많은 문헌자료에서 이 무덤을 코무덤이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현재 일본에서는 이 무덤을 귀무덤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것은 분명한 역사왜곡이지만 문제는 우리 한국 사람들도 그들을 따라 귀무덤으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ㆍ정유재란으로 한반도를 침략해 고통을 준 것도 모자라 생후 백일짜리를 포함한 수많은 조선인의 코를 베어다 묻은 것은 인류역사상 부끄러운 잔학행위이다. 더구나 코무덤이 귀무덤으로 둔갑된 현실에 침묵할 수 없어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를 느꼈다.”

-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내는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이윤> “국내도 아닌 일본땅을 답사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크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것은 일본이 꼭꼭 숨겨 놓은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하코네 신사 같은 곳은 미리 취재 협조 요청을 했지만 한반도와 관련이 없다고 냉정하게 잘랐다. 또한, 일본쪽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답사 때마다 비싼 일본책들을 사와야 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다.

- 현재 이 책에는 교토와 도쿄 지방만 나와 있다. 앞으로 더 해낼 계획이 있는가?

<이윤> “물론 아직 멀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가야 문화의 보고 큐슈, 그리고 발해의 흔적이 널려있는 동북지방도 그 대상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곳을 답사하고 책으로 만들어 내려면 금전적인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뜻있는 후원자가 나타나 함께 이런 작업에 동참하게 되길 고대한다.”  

대담을 하면서 기자는 그들의 각오가 남다름을 느꼈다. 고대가 되었건 현대가 되었건 나라밖의 한국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고 묻힌 것을 발굴해 내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지은이들의 바람대로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절실함을 느낀 대담이었다.

* 글쓴이는 세화엔터테인먼트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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