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미누(미노드 목탄)씨. 그는 지금 고국인 네팔에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38년 인생 가운데 절반 가까운 18년을 한국에서 살다가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검거된 지 보름 만인 23일 추방돼 고향에 보내졌기 때문이다. 미누씨는 27일 국제전화로 진행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억울함과 황당함 등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출근길에 검은 승용차 안에 잠복해 있던 세 사람에 의해 체포됐다며 추방된 것도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라 반정부적 활동을 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밴드를 구성해 한미 FTA 반대집회나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 등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어쨌든 불법 체류자 아니냐는 질문에는 "필요할 때는 눈 감아주다가 지금은 필요없는 것처럼 문제 삼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별전시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인력이 굉장히 필요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누 씨는 고용허가제 등 우리 정부에서 하는 네팔어 번역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필요한 일은 나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인정이 안되고, 어떤 말로(을) 해야 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을 떠올리는 듯 했다. 한국이 원망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원망보다는 한국이 정말 사랑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는데, 다문화 사회를 맞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토박이인 한국인들만 살아가는 나라가 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18년간 살았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미누 씨는 90% 이상은 한국인이었다. 유창한 한국말에 밥상 나올 때 김치를 떠올리는 생각까지…. 고국인 네팔에 있지만 네팔에는 친구가 없고 한국에 친구가 많다는 미누. 그의 마지막 말은 그래도 "주변에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힘차게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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