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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잡는 MB의 역주행, 금융위기 탈출구가 없다
[진단] 스웨덴식 처방으로도 역부족인데, MB정부는 오히려 역주행
 
홍헌호   기사입력  2008/10/17 [11:57]
글을 시작하며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시중에서는 돈가뭄현상(신용경색)이 더욱 심해지고, 급기야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예고된 비극.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그 이전에도 수많은 나라들이 수많은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역사는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이없는 것은 그 많은 금융위기들의 원인들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 거의 모든 금융위기의 원인에는  ‘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라는 동일한 정책이 독소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비교적 신속하게 30년 여간 지속해 온 ‘지나친 시장중심형 정책’을 포기하고 90년대 스웨덴식 위기극복모델을 차용하며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스웨덴식 위기극복모델은 ‘금융기관의 부분국유화, 금융감독 강화, 정보의 신속·투명한 공개, 금융업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단호한 대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스웨덴식 처방’이 여러 방법 중에서 가장 괜찮은 방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바로 각국의 경제에 ‘V자형 경기회복’을 가져다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90년대 스웨덴 국민들도 정부의 비교적 모범적인 위기처방에도 불구하고 4~5년간 심각한 고통을 겪었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최근의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을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가 대공황 이후 국지적으로 터져나온 많은 중소규모 금융위기들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전세계 GDP의 27.3%(200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가 진앙지의 역할을 하고 있고, 전세계 GDP의 74.3%(200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경제가 함께 동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세계 GDP의 25.7%를 차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경제 상황 또한 선진국들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선진국들보다 더 나빴으면 나빴지 결코 더 나은 상태는 아니다. 현재 브릭스와 뉴브릭스 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거품은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한 수준에까지 부풀어 올라와 있다.
 
전세계 각국은 이런 심각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비교적 신속하게 정책노선을 전환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들이 그렇게 현명하게 위기에 대처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독선’에 사로잡힌 상당수 경제관료들이 현재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선진국들의 방향과 반대로 가는 ‘역주행’을 일삼고 있어서 많은 국민들의 공분(共忿)을 사고 있다.     
    
1. 선진국들은 금융기관 부분국유화, MB정부는 금융기관 민영화
 
최근 선진국들은 금융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의 부분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을 민간부문에 방치할 경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고, ‘신뢰의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용경색은 또한 결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의 신용경색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90년대 일본과 같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부문으로 급속히 전이되어 ‘복합불황’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 청와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최근의 신용경색위기에 직면하여 이렇게 발빠르게 대응한 것은 최소한 90년대 일본정부와 같은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MB정부는 이런 국제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게 금융규제완화에 고집스럽게 집착하고 있다. 금융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직면해서는 정부가 위기관리에 집중해야지, 위기관리는 내팽개치고 성장이라는 뜬구름만 잡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위기수습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 나중에는 성장은 커녕 더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MB정부의 감세정책, 90년대 일본의 오류 답습하나
 
MB정부 경제관료들은 또 최근 발생한 금융위기의 모태 역할을 하기도 한 레이거노믹스에 경도되어 레이건 정부처럼 감세를 통하여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이건정부의 감세정책이 성공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재정부 관료들도 2005년 11월 그들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 <감세논쟁의 주요논점정리>에서 “감세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영향이 있는 경우에도 그 크기는 매우 작은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쓴 바 있다.
 
이들은 또 같은 보고서에서 일본정부가 90년대의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94, 98, 99년에 걸쳐 감세정책을 시행하였으나 당초 의도했던 소비 확대 등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저축으로 흡수되어 오히려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고 쓰고 있다.
 
이어서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1조원의 감세는 0.23조원의 GDP증가 효과”를 가져오지만 “1조원의 재정지출은 0.4조원의 GDP 증가효과”를 가져와서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더 크다”고도 쓰고 있다.
 
물론 MB정부 관료들은 이 보고서가 참여정부 하에서 쓰여진 것이므로 자신들의 현재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면 어떤 새로운 근거로 인하여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는지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주장들과 근거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MB정부의 SOC 과다투자정책, 역시 90년대 일본의 오류 답습하나
 
MB정부 경제관료들은 또 우리나라 SOC스톡(재화총량)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주장하며 SOC 건설투자로 물류비용도 줄이고 경제성장도 이루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SOC스톡(재화총량)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주장이나 우리나라 물류비용이 과다하게 높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다.
 
MB정부는 2009년도 정부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 도로스톡이 선진국의 6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국토연구원·교통연구원·해양수산연구원의 공동보고서,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수정계획 연구>(2007년 6월)은 우리나라의 지방도는 모두다 1차선, 국도는 모두다 2차선이라는 어이없는 가정을 전제로 만들어진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MB정부는 또 우리나라 GDP 대비 물류비용이 선진국에 비하여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물류비의 60~70%를 치지하는 것이 수송비이고 수송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유가인데 유가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1인당GDP는 국가마다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런데 정부가 막무가내로 선진국과 GDP 대비 물류비를 단순비교하여 이를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 하는 것은 무모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IMF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4년 기준 미국과 인도의 1인당 GDP는 각각 3만9천481불, 618불이다. 또 IEA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같은 해 미국과 인도의 영업용 디젤유 1천리터 가격은 각각 478불, 618불이다. 양국의 1인당 GDP 대비 영업용 디젤유 1천리터 가격 비율은 미국이 1.21%, 인도가 61.81%로서 양국의 1인당 GDP대비 물류비(유가)의 비율은 무려 51배나 차이가 난다.
 
이런 수치들을 보고 인도 정부가 인도의 SOC 투자를 확대하여 단기간에 1인당 GDP대비 물류비(유가)의 비율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1인당 GDP대비 물류비(유가)의 비율 비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우리 정부가 단기간에 미국수준의 GDP 대비 물류비용 비율을 달성하겠노라고 무분별하게 SOC투자를 확대하게 되면 90년대 일본처럼 재정낭비가 엄청날 것이고 향후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글을 맺으며
 
90년대 일본정부의 낭비성 SOC건설투자와 감세정책 등은 일본의 재정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일본 재무성의 자료에 의하면 2006년 현재 일본정부는 세입의 30.7%를 국공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고 세출의 23.5%를 국채비(국채 원리금 상환 비용)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현재 일본 정부가 재정 위기에 몰려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 나라의 재정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정부는 과다한 경직성 비용 때문에 국가의 성장잠재력 확충에 필요한 요긴한 정책들을 펼 수도 없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야 일본 정부는 90년대의 낭비성 SOC건설투자와 감세정책 등으로 인하여 일본의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수용하여 정부의 (건설)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줄이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일본 정부가 이런 자각을 하기까지 ‘정부의 무능과 독선’이 가져온 부작용은 너무나도 컸다. 10여년 이상의 장기불황으로 국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지워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극심한 소비 위축을 가져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90년대 일본정부는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이다. MB정부가 일본의 사례를 꼼꼼히 공부하고 독선에서 벗어나 90년대 일본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안겨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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