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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교도대회 적극 지지하며 사죄합니다
[시론] 개신교의 사회갈등 야기, 진보개신교인들과 목사들은 자성해야
 
류상태   기사입력  2008/08/24 [14:34]
불자님들께
 
한 사람의 개신교인으로서 또한 목사로서 불자님들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장경동 목사라는 사람이 차마 입에 담을 수없는 망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경동교(장경동교)를 만들면 안 되듯이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다.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불교 비하한다고 하는데,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다”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었습니다.
 
한때 민주화운동에도 참여했고 경실련이라는 건실한 시민운동 단체를 만드는데 앞장섰던 ‘괜찮았던 목사’ 서경석은 범불교도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불교계가 성숙해져야 한다”는 적반하장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너무 놀랍고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습니다. 진리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길벗으로서, 모든 종교인들과 대화하고 연대하여 사랑과 자비가 꽃피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불어 이루어야 할 목사들이 저런 망언을 하다니, 도대체 이 깊은 죄업을 어찌 감당하려고 저러는지 심히 안타깝고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기 어렵습니다.
 
무서운 독선과 배타로 인류 역사상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를 뿌리며 종교간 갈등을 일으킨 주범이 저희 기독교인들이었음은 역사가 증언하는 바입니다. 그러기에 인류사회에 저지른 죄악을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자중해야 할 기독교(개신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사회 갈등을 앞장서서 부추기는 이 기가 막히는 망언망동에 저도 솟구쳐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려운데 불자님들께서는 얼마나 기가 막히시겠습니까?
 
8월 27일(수) 오후 2시에 시청앞 광장에서 대규모 범불교도대회를 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비와 포용의 종교답게 그동안 무한히도 참아주셨던 불자님들께서 주류 개신교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무모한 죄악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행동에 나섰으니, 개신교인이며 목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범불교도대회 개최를 적극 지지합니다.
 
그 동안 저지른 사회적 범죄행위와 그 죄업을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기고만장하여 이웃종교를 무시하고 짓밟는 저희 주류 개신교 교회와,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어리석은 근본주의 개신교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할 수 있도록 크게 꾸짖어 주십시오.
 
진보 개신교인들에게
 
저는 오늘(8/24,일) 아침에, 잘 아는 불자 지인으로부터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안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진보를 자처하는 개신교 교우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많은 불교인들이 집결해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대회’를 하는 것이 세속인들과 다를 바 없이 세과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겠지요. 지혜와 관용의 종교답게 더 성숙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지혜는 현실을 직시할 때 생기고, 관용은 힘 있는 자의 언어입니다. 더 이상 초세간적이고 시비를 걸지 않는 넉넉한 종교로 포장할 여유가 없습니다. 수십 년 간의 기독교의 배타성과 공격성에 이제 지쳐버렸습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종교과잉과 종교차별을 바로잡기 위해 ‘살풀이’가 필요한 때입니다. 공존과 상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모른 척하고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자기 합리화, 자기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의 권력화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렀는데도, 보수 기독교 신앙에 매몰된 목사들과 교인들은 자신들이 무얼 잘못했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깨어있다는 진보 개신교인들과 목사들은 겉으로는 환경문제나 사회정의, 평화, 통일운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교회내부의 환부는 도려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눈을 감고 마는 비통한 현실을 저는 보았습니다.
 
기독교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장경동 목사같은 사람은 차라리 그냥 이해해주고 말겠습니다. 이미 독선적인 교리에 세뇌되어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당한 사람에게 이치를 따지는 것이 소용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잘못의 뿌리가 배타적인 교리에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진보개신교인들과 목사들은 자성하십시오. 만일 그대들의 침묵이 돈많은 보수교단의 지원 때문이라면 그대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삯군이요 도적놈입니다.
 
저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인 불교를 이웃이며 길벗으로서 마음 깊이 흠모하며 존경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교가 인류에게 전해준 빼어난 가르침과 지혜는 인류 문화의 아름다운 금자탑이며 길이 간직해야 할 지적 영적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토록 아름다운 자비의 종교에 몸담고 계신 불자님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류 한국교회와 개신교인들의 망동에 대한 경고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안티기독교인들의 활동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라고 종교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근본주의 신앙에 매몰된 보수 개신교인들의 무모한 돌출 망언망동을 막지 못해 사회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구보다 먼저 진보개신교인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약간만 비겁해지면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지요. 어쩌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약간의 비겁을 선택했다면 가족들을 이토록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될 걸 그랬다는 못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의 중심인 십자가 사건이 가르쳐주는 바가 무엇입니까? 목숨을 내놓고라도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십자가 사건의 의미가 아닙니까? 하지만 이런 해석을 비웃는 보수신앙인들의 신념을 저는 일단 존중하고 싶습니다. 그 비웃음과 무모함이 그들의 정직한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제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침묵한다면 당신은 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침묵함으로써 예수님을 배반하는 것입니다.
 
교회개혁운동에 나서고 계신 깨어있다는 진보 개신교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대들이 개혁하려는 것이 무엇입니까? 교회의 윤리입니까? 제도입니까? 그 모든 것이 껍질일 뿐이고 그 내부에는 지독히도 배타적인 교리, 그 교리라는 이름의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진정 모른단 말입니까?
 
진보 기독인을 자처하는 그대들이여, 그대들마저 그 괴물의 정체를 보지 못한다면 한국 개신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그냥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면 그대들의 침묵을 타고 근본주의 기독교라는 그 괴물이 우리 사회를 극한 갈등과 위기로 몰아갈 것이며, 결국 괴물은 그대들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까지 해치게 될 것입니다.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이 터진 2004년 가을, 저는 우리 기독교 교리가 가진 독선과 배타에 절망하여 이대로는 도저히 목사로서 사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에 스스로 목사 자격을 교단에 반납하였으며 심지어 기독교인이기를 포기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주류 개신교의 망언망동이 계속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저 혼자 마음 편하자고 도망가는 것은 책임회피임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개신교인으로, 또한 목사로(자격증은 교단에 반납했으나 하느님께서 저에게 주신 소명은 반납할 수 없는 것이기에) 돌아갑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해주신 복음의 원형을 되찾아, 지독한 교리적 배타와 독선에서 벗어나며, 무한사랑의 포용적인 종교로 회복되어, 아름다운 이웃종교들과 더불어 상생하며,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생명의 종교로 돌아갈 때까지 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진보 개신교인들이여, 그대들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소명을 따라 그대들이 의미를 두는 일을 계속하십시오. 그것이 환경운동이든 평화 통일운동이든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안의 문제부터 고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자기 종교 내부의 지독한 독선을 스스로 비판하고 개선하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나서는 꼴을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이 과연 얼마나 이해해 줄 수 있을까요?
 
지금 지혜와 자비의 종교인 불교, 우리의 길벗인 불자님들이 기독교의 독선에 가슴 아파하며 행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진보 개신교인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렵니까? 그냥 침묵하시렵니까? 약간만 용기를 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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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24 [14: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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