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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마저 영문제호를 고집하다니!
한겨레신문 여성월간지 제호 '허스토리'로 결정해
 
서태영   기사입력  2003/09/04 [11:15]

▲ 한겨레 여성월간지 제호 당선작,  '허스토리(HerStory)'   ©한겨레홈페이지
한겨레신문사가 10월 창간할 예정으로 알려진 여성월간지 제호가 결정되었다. 한겨레는 '허스토리'를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을 "남성중심의 역사인 ‘History’ 와는 다른 사랑과 화해, 평등과 평화의 시각으로 여성이 새로 써나가야 할 역사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을 했다.

한글사랑에 바친 한겨레의 걸음걸이에 비하면 그뜻이 아무리 옹골차다하더라도 실망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한겨레는 일간지치고는 꿋꿋하게 우리말글바로쓰기 누리집(http://hangul.hani.co.kr)을 별도로 편성하는 지극정성으로 한글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글문화 창달에는 한겨레가 다른 신문의 추종을 불허하는 으뜸신문이다. 지면의 양으로 평가할 수 없는 야심찬 기획물 '말이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도 한겨레가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글족들로부터는 비록 불철저하다고 비판을 받지만, 상대성의 관점에서 보면 한겨레는 한글사랑실천 부문에서 단연 일등 신문감임에 틀림없다.

'허스토리'가 가세함으로써 한겨레가 발행하는 간행물의 제호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왔다. 씨네21, 이코노미21에 허스토리까지 합치면 영문제호 추세가 뚜렷해졌다. 한겨레신문에서 한글제호는 두 손가락 안에 잡힌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과 달리, 영어의 초강세 회오리 속에서도 한글을 고집하려는 우직함이 돋보이는 신문이다. 한글대장 한겨레가 무늬만 한글의 집이 되어가는 것 같다. 믿었던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지는 상실감에 막막해진다.

어차피 한글로 먹고 살아야 할 잡지가 창간만 되면 영문제호로 출생신고를 하니, 우리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불문율 같아 배신감과 함께 일종의 굴종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니, 그보다는 여성의 쌈박한 지혜를 십분 구하지 못한 결정 같아서 못내 아쉽다. 앞으로 우리말의 하제(내일의 희망)는 한겨레 밖에서 구해야 하나? 허스토리! 아무리 한겨레가 하면 다르다고 하지만 한겨레에 대한 이질감만 더해간다. 다른 건 몰라도 한겨레신문사 간행물의 제호만은 한글을 고수했으면 좋겠다.

풍경은 바람따라 놀아도 노래가 된다. 제호만 봐도 한겨레인 시절은 영영 가버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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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04 [11: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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