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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해체? 국어는 벌써부터 사라지고 있다!
허웅 한글학회 회장, 한글학회 95돌 기념식에서 나라 걱정
 
이대로   기사입력  2003/09/02 [10:31]

지난 8월 30일 오후 3시에 광화문 한글회관 강당에서 한글학회 회원 50여 명과 손님이 모인 가운데 한글학회 세운 95돌 기념식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우리 국민 교육과 나라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 학회 돌잔치가 너무 쓸쓸하고 분위기가 무거웠다. 우리 말글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말 지킴이 뽑기'행사와 겸한 자리에서 원로학자인 허웅 한글학회 회장은 "국어를 파괴하는 이들이 판치는 판에 국사를 파괴하자는 소리가 높은 현실이 슬프다. 이런 어두운 가운데서도 우리말을 지키고 빛내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있어 꿈을 버리지 않는다."며 한국의 어두운 현실을 비장한 말투로 강조하고 나라를 걱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되새겨 볼 말씀이기에 허 회장의 인사말을 간추려 적는다.

▲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허웅 한글학회 회장 ⓒ 이대로

국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국어는 벌써부터 사라지고 있다!

허웅 한글학회 회장

요즘 "국사는 사라져야 한다. 국사를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보도기사를 봤다. 국학, 국어도 사라져야 한다는 말로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국학과 국어학을 파괴하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국어'라는 낱말도 일제 용어라고 쓰지 말자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마찬가지 옳지 않다. '국어'라는 말은 언제부터 썼는가? 삼국시대나 고려 때까지는 '국어'라는 말을 쓴 흔적이 없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우리말을 '방언(方言)'이나 '이어(異語)라고 쓰고 있다. 우리말을 표준어나 나라말로 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조선 세종 때 처음 국어라는 말을 쓴다. 훈민정음 서문에 '나랏말소리(國之語音)'란 말이 나온다. 세종 때 처음으로 우리말을 우리나라의 나라말로 인정하고 바로 세운 것이다. 그렇지만 최만리는 우리말과 글을 나라말로 보지 않고 반대 상소문을 올렸다. 김부식이나 일연, 최만리는 우리말을 중국의 지방 사투리로 본 국어 발전 훼방꾼이고 파괴자였다. 세종은 우리말을 중국말과 대등한 위치로 보고 끌어올린 '우리말 큰 지킴이'이였다.

 그런데 세종의 그 거룩한 국어독립 정신이 그 뒤에 전혀 정책이나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450여 년을 흐르다가 19세기 갑오경장 뒤에 우리 말글을 '국문'이라고 부르면서 주시경 선생을 중심으로 우리 글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힘쓰면서 '국어'라는 말을 다시 쓰게 된다. 1908년에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모임 이름이 '국어연구학회'인 게 그 증거다.

 우리는 국사 파괴나 국어 파괴란 생각을 해보지도 안는데 세종 때와 주시경 때부터 오늘날까지 국어 파괴를 일삼는 이들이 있다. 철학자 김영환 교수는 주시경 선생의 국어 살리기에 반항한 이들에 대한 글을 한글새소식에 여러 번 쓰고 강하게 비판하고 공격한 일이 있다. 김 교수의 글을 읽어보면 언어는 정신세계에 아무 상관이 없다며 주시경 정신은 학문에 걸림돌이라고 반항하는 이들이 한글과 우리 토박이말 쓰기를 반대하는 데 현대판 국어 파괴자임을 밝히고 있다. 이 국어 파괴자는 학자뿐만 아니라 정치가, 행정가, 언론인 들 속에 널리 자리잡고 있다. 지난 95년 동안 우리 학회는 그 국어 파괴자들에 대항해서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힘썼다.

 그래서 우리 한글이 이제 나라 글자로 인정받고 바로 서려하는데 영어 공용어 주장, 영어 조기교육, 영어 창씨개명에 앞장서고 정부가 장려하는 꼴이어서 나라말이 바람 앞의 촛불이 된 위기를 맞고 있다. 또 다른 국어 파괴현상이고 국어 파괴자들의 등장이다.

 우리 한글학회는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95년 간 세종과 주시경의 국어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말글을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왔다.  이제 오늘 우리 학회 세운 95돌을 맞이해 지난날을 거울삼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다 잘 할 것을 다짐하자.

 

▲지난 8월 28일 글쓴이와 함께 우리 말글 지키기 의논을 한 뒤 한글학회의 문지기, 오늘날
  '우리말 큰 지킴이' 허 회장과 함께 우리 말글을 지키고 빛내기 위해 더 힘차게 나아갈 것을
  다짐하며 찍은 사진.  
ⓒ 이대로
  

 지난 8월 28일 글쓴이는 허웅 회장을 만나 한글날 국경일 추진 문제와 여러 가지 국어 현실과 국어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는데 " 신기남 의원이 한글날 국경일 제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아는 분이기에 한글과 국어 독립정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 분이 해군사관학교에서 역사 교관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국사 파괴를 하자는 이들이 큰소리친다니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글쓴이는 60년 대 대학생 때부터 허웅 회장을 모시고 국어운동을 했다. 내가 활동하던 대학국어운동학생회의 지도교수였기 때문에 그 때부터 가르침을 받고 의지한 든든한 스승이었다. 그런데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언제나 꿋꿋하고 자신감을 보여주셨던 분이 사모님이 돌아가신 뒤부터 약해지신 것 같고, 그 날 따라  더 우리말과 나라 걱정을 하시니 가슴이 아팠다. 한글 죽이기, 국어 파괴도 일본인들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국사 파괴도 일본학자들과 함께 나선 일이라고 한다. 나는 그 날 허 회장께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뛰겠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지만 많은 국민이 이 일을 외면하고 뭉치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한글학회 95돌 기념식 자리에서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운동 2003년 세 번째 '우리 말글 지킴이'로 위촉식도 함께 했다. 이날 '우리 말글 지킴이'로 뽑힌 김선덕 한국마사회 광주지점장은 한국마사회에서 홍보 담당과 아나운서로서 경마중계 방송을 하면서 몸소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 힘썼고, 경마 용어 말다듬기를 해 여러 사람에 알렸으며, 곳곳에 우리 말글 바로 쓰기 글을 쓴 업적을 인정받고 칭찬을 들었다.

 

▲ 한글학회 세운 95돌 기념식에 참석한 회원들 ⓒ 이대로

 

* 필자는 '우리말글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본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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