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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라 말글보다 한문과 영어 섬기는 공무원
[논단] 국어기본법과 한글을 깔보는 서울시 공무원, 나라꼴이 걱정된다
 
이대로   기사입력  2008/02/08 [16:26]
법과 민의가 바로 설 때 나라가 바로 서
 
오늘날은 민주주의 시대다. 민주주의 시대는 법과 상식이 잘 통하고, 국민의 뜻과 소리가 국정에 잘 반영 될 때 나라가 잘 된다. 그런데 요즘 나는 서울시 공무원들을 만나면서 그 반대라는 느낌을 받아 크게 실망했다. 한 예로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빛내려는 국어기본법이 있는데 그 법이 서울시 공무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었다. 국어기본법 14조(공문서의 작성)에 “①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지키지 않고 있다.
 
동대문구 구청(구청장 홍사립) 공무원들이 구의회에 낸 보고서 표지다. 이 보고서는 개인문서가 아니고 분명히 공문서다. 그런데 한글이 아닌 한자로만 쓰여 있다. 철저하게 한글과 국어기본법이 무시당하고 있다. 속 내용은 거의 한글이지만 표지는 철저하게 한문이다. 이 자료는 뜻있는 동대문구 한 구의원으로부터 받았다. 이런 일은 동대문구청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이 자료를 받기 전에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문화재과 조사팀장을 만나러 가서도 서울시 관련 언론보도 모음집 표지가 이렇게 한자로 된 것을 보았다. 서울시 산하의 다른 구청도 저런 곳이 또 있고,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저런 꼴을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한글시대다.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 한문시대가 아니다. 위 사진을 보면 마치 일제 강점기 자료를 보는 느낌이다. 왜 저런 현상이 나타날까? 시장이나 구청장이 지시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높은 사람이 한자를 써야 권위가 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공무원 스스로 법을 모르거나 법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글을 쓰면 품위가 없다고 생각하는 누위서 침밷기 태도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시대정신도 일제 강점기 정신 속에 살기 때문이다. 한글과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거나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 동대문구 구민은 “공무원들이 의원들보다 더 배우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한자나 영어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의원들 기를 죽이려 한다. ”라고 말한다.
 
저렇게 한자를 쓰려고 업무시간에 한자공부를 하는 이가 있다. 나는 지난날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일은 하지 않고 한자공부를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영어 공부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문서에 영어를 쓰기도 하고 영어로 회의도 한다고 하기 때문이고 영어 잘해서 빨리 출세하기 위해서란다. 참으로 한심한 나라요 웃기는 공무원들이다. 제 나라 말글로 시험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고 나면 남의 나라 말글만 섬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시민을 섬기는 게 아니라 자신들 편의로만 일하는 모습은 또 있다. 나는 지난해 많은 국민이 세종대왕의 업적과 철학과 정신을 이어서 혼란스런 나라를 바로 세우자는 뜻을 받들어 서울시의회를 통해서 세종대왕 생가 터를 찾아서 성역으로 만들자고 민원을 냈다. 서울시 의장이 그 호소를 받아들여서 올해 그 준비 예산까지 확보되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이 일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귀찮아하는 거 같다.
 
2007년 5월 14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앞두고 이대로 세종대왕생가터복원준비위원장이 박주웅 서울시 의회 의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박철홍
 
그래서 며칠전에 서울시 생가터 찾기 추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서울시 문화재과 조사팀장을 만나러 서울시에 갔다. 그런데 올 6월에 세종대왕의 업적에 관한 학술토론회를 한번 하겠다는 기획안만 있고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세종대왕 생가터를 찾기 위한 토론회도 아니고 생가터 찾는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전문가라면 며칠 안에 그 발표문을 쓸 수 있을 터인데 그 발표준비를 6개월 동안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에게 발표비나 분배하면서 그럭저럭 시간만 끌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일을 자신들이 맡은 것을 귀찮아하고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
 
50년 대에 서울시에서 생가터를 조사한 일이 있는데 찾지 못했고,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대는 6.25 전쟁으로 먹고 살기 힘든 때였다. 그래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를 찾아 나라를 일으키는 밑거름으로 만들자고 시작했다가 국력이 따르지 못해서 끝장을 보지 못했으나 이제 살만하니 그 일을 마치자고 건의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민의는 귀담아 듣지 않고 ‘복원’이란 말꼬리나 잡고 복원이 불가하다며 진전시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담당자에 실망하고 한 서울시 시의원도 만나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한 구의원으로부터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자료를 받았다.
 
이렇게 서울시를 방문하고 지방자치의원들을 만난  결과는 “공무원이 지방자치의원과 민의를 우습게 여긴다. 마찬가지로 우리말과 한글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의 근무태도와 정신상태를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말과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결론이다.
 
나는 개인 삶과 가정사를 제쳐놓고 우리말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려고 겨울바람을 헤치고 서울시 문화재과에 갔다가 그 아래 층에 있는 헌정회 간판과 안내문이 한자투성이여서 또 실망했다. 헌정회는 한글전용법과 국어기본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 출신들의 모임이고 국가 지원을 받는 모임이다. 피땀 어린 세금을 저런 사람들에게 쓰라고 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서 아까운 세금이 새고 있다. 
 
일주일 전 나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인도를 가 보았다. 거기서 영어가 꼭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는데 자신의 문화와 역사 인물을 잘 지키고 받드는 모습과 자존심과 긍지를 가진 태도는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거 가운데 시내 한 복판에 수천 평 공원을 만들고 간디 주검을 태운 재를 묻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밝혀놓고 날마다 꽃을 바치면서  국민과 외국 관광객에게 참배하게 하고 보여주고 있는 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간디 무덤을 만들고 관광지로 꾸민 모습을 보면서 종로 길가에 방치된 세종대왕 생가터 표지석이 떠올라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우울 했었다. 그리고 오늘 그 관리를 하는 서울시 공무원의 무감각한 태도에 분노까지 느낀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길가에 방치된 세종대왕생가터 알림 표지석, 집상인과 쓰레기에 둘러싸인 표지석이 너무 초라해서 탄생지를 알리는 조그만 공원이라도 만들어 국민과 외국인에게 보여주자고 하니 담당 공무원은 쓸데없는 일로 생각하고 협조하지 않는다.     © 이대로
 
국어기본법에 정부기관과 지방자치제는 국어책임관을 두고 국어발전을 위해 힘쓰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 법 또한 제대로 안 지킨다. 서울시 공무원이 국어기본법을 안 지키는 일은 기관장이나 국어책임관이 해결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 법에 처벌 조항이 없다고 제멋대로다.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나는 지금 중국에서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는데 방학이라 서울에 와있다. 그런데 제 나라의 말을 우습게 여기는 이 꼴을 보고 그냥 또 중국으로 가야할 지 고민이다. 제 나라의 말글보다 한문과 영어를 더 섬기는 이 꼴을 중국 대학생들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 지 걱정이다. 한국에서 한글과 한국말이 제 대접을 받기가 어찌 이리 힘들단 말인가! 답답하다.

[참고자료]
 
국어기본법 공문서 한글사용조항
제14조 (공문서의 작성)
②공공기관이 작성하는 공문서의 한글사용에 관하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국어기본법 시행령 국어책임관 조항
제3조 (국어책임관의 지정 및 임무) ①법 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해당 기관의 홍보 담당 부서장 또는 이에 준하는 직위의 공무원을 국어책임관으로 지정하고, 이를 문화관광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②국어책임관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기관이 수행하는 정책의 효과적인 대국민 홍보를 위한 알기 쉬운 용어의 개발과 보급 및 정확한 문장의 사용 장려
2. 해당 기관의 정책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국어사용 환경 개선 시책의 수립과 추진
3. 해당 기관 직원의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시책의 수립과 추진
4. 기관 간 국어와 관련된 업무의 협조

③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의 장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는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시·도지사에게 소속 국어책임관이 추진한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의 실적과 이에 대한 자체평가 결과를 매년 1회 보고하여야 한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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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08 [16: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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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로 2008/02/11 [03:31] 수정 | 삭제
  • 나는 남대문이 불타는 것을 보면서 불길한 예감에 잘을 못자고 셈틀 앞에 있다. 그렇게 시민들이 접근하게 했으면 그 대비책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내가 뉴스를 보기 시작한 건 11시 쯤이다. 그 땐 불이 그리 심하지 않고 연기가 나고 있었다. 소방차 몇대가 물을 뿌리고 있었다. 사다리차라도 가서 속에 물을 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불이 더 붙는가 했더니 속에서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불길이 심하니 그 때서 사다리차가 여러 대가 왔다. 이미 때는 늦었다. 방송은 문화연대 황평우 위원장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황위원장이 하는 말, 한국이 무너져 내리는 거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에 별 거 아닌 거 같았는데 심해져서 불길을 잡을 수가 없었고 결국 무너져내렸다. 나라도 그리 무너진다. 지금 나는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영어 문제가 바로 그 하나다. 10 년 전에 나는 그런 생각에 경고했다. 이제 막을 길이 없다. 전에는 한글단체만 나섰지만 이제 여러 시민단체가 나서지만 막을 길이 없다. 며칠 전에 서울시 문화재과에 들러서 기분이 안 좋았다. 너무 한심하고 답답해서 여기에 글도 썼다. 그런데 한문도 우리말이고 어쩌구 하는 이가 있다. 내가 왜 속을 태우는 지 짐작도 하지 않고 지껄인다.

    누가 남대문에 시민들이 마음대로 가게했나? 그 이는 이런 예상을 못했을까? 참으로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 된다. 속이 타서 잠도 안자고 한잔하고 여기 왔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한국도 남대문이 무너지듯 무너질 것이다.
  • 이대로 2008/02/10 [22:36] 수정 | 삭제
  • 한문이 우리말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한자말도 우리말이라고 해야 되는 거요. 한자를 배우는 거하고 쓰는 거는 구분해서 써야 하고요. 조상이 한문을 썼다고 지금 우리도 써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요. 이름난 학자와 정치인과 공무원, 기업인 등 매우 많습니다. 님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요. 한 두 번이 수천 번을 들었을 것입니다. 한 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 들었지요. 허허허.
  • 아아고 2008/02/09 [14:21] 수정 | 삭제
  • 한문은 우리말입니다.
    착각하지마세요.
    원래 한문을 우리말 발음만 해 놓으니 무슨말인지 알수가 없읍니다.
    한문은 우리가 우리역사속에서 살아왔고, 우리의 고전입니다.
    귀하께서는 한문이 마치 외국어인 모양 착각하고 계신데, 이거 문제 입니다. 한문 모르면, 우리의 고전은 어떻게 읽지요?
    불경, 최근 천주교 신자였던, 다산 정약용도 전부 한문으로 된 저서를 썼읍니다. 나는 순수한글인줄만 알고있던 말도 전부 한문이더라구요. 놀랬읍니다. 즉, 한문은 외국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