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라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마음껏 비웃었다. 미국은 미국(美國)이 아니라고. 미(개)국(未開國)이라고. 우린 미국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부시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미(개)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애꿎은 마눌에게 차라리 북에 가서 살고 싶다고 객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부시라는 사람은 (적어도 그 때까지는) 배타적 신념체계에 사로잡혀 흑백논리에 빠진 얼간이일망정 노골적인 거짓말과 탈법행위를 밥먹듯하는 범죄자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린 이게 뭔가? 우리는 거짓말쟁이에 위장전입, 탈법행위를 밥먹듯하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둘러대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는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 사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너 참, 웃기는 놈이로구나! 그가 군대를 몰고와 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하였는가? 그가 거짓말을 했고 위장전입을 비롯해 여러차례 위법행위를 했다고?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그 거짓말에 국민이 속아 넘어간 거냐? 그의 탈법행위와 도덕적 결함이 감춰졌느냐? 선거 전에 거의 모두 밝혀졌지 않았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그를 뽑지 않았느냐? 아니라고? 너는 그를 뽑지 않았다고? 이 놈, 정말 웃기네! ‘너’는 ‘너희들’ 속에 있지 않은 거냐? ‘너’는 ‘대한민국’ 안에 있지 않은 거냐? 욕을 먹어야 한다면 당선자보다 너희들이 더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 자꾸 ‘너희들 너희들’ 하지 말라고? ‘너희들’이라는 말이 듣기 싫다고? ‘너’를 ‘너희들’ 속에 넣지 말아 달라고? 그러면 이 땅을 떠나, 이놈아! 진보라 자처하는 네 놈이 지금까지 한 게 무언데? 실컷 욕했다고? 의식을 깨우기 위해 분노하며 발악했다고? 그것 말고, 도대체 뭘 더 했는데? 욕하는 것 말고, 분노하는 것 말고, 네가 행동한 것이 무어냐고? 네 놈이 문익환처럼 목숨 걸고 철조망을 뚫기라도 했냐고? 지난 20년을 교사로, 목사로 살면서 정의와 양심에 대해 설교하고 가르쳤다고? 그러면 너는 그 때,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정의와 양심에 대해 (입으로 지껄인 것 말고) 온 몸으로 제대로 가르쳤냐고? 네 놈이 목사였을 때, 예수의 가르침을 (입으로 떠든 것 말고) 진정 온 몸으로 살아냈냐고? 진보라 자처하는 네 놈들이 입으로 떠든 그만큼 온 몸으로 제대로 가르치고 살아냈어도 이런 결과가 왔겠냐고? 너는 분노할 자격도 없고 욕할 자격도 없는 거야, 이놈아! 네 놈이 갖고 있는 진짜 문제는 밖으로 향하는 너의 분노와 욕설을 너 자신에게는 돌리지 못하는 거야, 이놈아! 그러니 욕할 시간에 차분히 돌아보고 반성부터 해라, 이 바보 같은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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