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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과 손석희, 시청자가 원하는 스타는?
[비나리의 초록공명] 한국 TV의 생리에 가장 최적화된 전략은 강호동
 
우석훈   기사입력  2007/06/02 [13:29]
우리나라 방송이라는 것이 유럽과 비교해도 다르고, 인도와 비교해도 다르다. 일본은... 잘 모른다.
 
하여간 이런 방송이라는 것을 하나의 진화의 틀로 보면 진화의 최종 목적지는 강호동 아니면 손석희, 두 개의 모델로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몸을 낮추거나, 잘 생기거나...
 
전략은 딱 두 가지고, 두 개를 동시에 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손석희 전략은 아무나 쓸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50도 넘은 이 아저씨가 설마 은퇴를 목전에 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잘 생겼든지 아니면 감동을 주던지, 이 전략을 자신이 선택하는게 아니라 시청자가 부여하는 권한인데, 대표적인 극우파 김주하 같은 여성 아나운서도 대체적으로 손석희 전략으로 진화한다.
 
만약에 강준만 선생이 손석희처럼 잘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우리나라 민주화가 옛날에 이루어졌을 것이고, 홍준표가 손석희처럼 잘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세상이 전혀 다르게 진화했을 것이다. 손석희는 잘 생겼거나 아니면 동안이라는 데에 별로 이견이 없는 드문 사람이다.
 
여담이지만, 강준만 선생은 썬그라스만 끼어주면 딱 이종범이다. 난 가끔 강준만 선생을 TV에서 보면 이종범이 나왔는줄 알고 착각하게 된다.
반면에 강호동 전략은 몸을 낮추는 전략인데, 손석희 전략을 쓰는 일부 출연자를 제외하면 전부 강호동 전략이고, 이런 진화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강호동이다. 남자든, 여자든, 다 이 전략을 쓴다.
 
<TV 책을 말하다>는 프로가 있다. 예전에 김미화와 장정일이 나왔는데, 장정일이 대구사투리 쓰지 않으려고 어색한 표준말을 하는 것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난 척은 안했다. 정말 잘난 사람은 잘난 척 안한다. 장정일이 꽃돌이 하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장정일을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꼭꼭 이 프로를 봤다.
 
EBS에서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없어진 다음에 책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프로인데, 지난 주에는 피천득 선생 서거 기념이었다. 내가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보았던 우리나라 방송 중에서는 가장 꼴값인 프로라고 할 수 있는데, 강호동처럼 생겨서 손석희 전략을 쓰는 사람들이 왕창 모였다. 얼마나 잘난 척들을 하시는지... 저 잘났어요... 그래도 혹시라도 피천득의 서재를 보여주지 않을까 해서 꾹 참고 봤는데, 역시 피천득의 서재는 잘난 사람의 서재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미테랑이 대통령 하던 시절에 또 다른 미테랑이 있었는데, 프레드릭 미테랑이 이 시절 교양 프로에서는 거의 황제 같은 사람이었다. 손석희와 키와 실루엣을 제외하면 정반대로 생겼다.
 
그러나 지성에서 나오던 그 카리스마는, 압권이었다. 발레를 감상하는 법, 피겨 스케이팅을 즐기는 법, 모택동의 부대에 있었던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고급 정보들은 대부분 미테랑한테 배운 것이다. 도대체 한 인간의 머리에 이렇게 많은 지식이 들어가 있고, 그걸 또 나같은 문외한에게 저렇게 알려주는 법이 있다니...
 
내가 종종 샤르트르에 대해서 하는 얘기도 미테랑한테 배운 거다. garcon cafe라는 유명한 문구도 미테랑한테 배웠다. 90년대, 미테랑은 교양방송계의 황제였는데, 단지 TV를 틀어놓고도 이렇게 많은 사실을 배울 수가 있다는 데에 놀랐다. 나는 죽어도 미테랑의 경지에는 절대로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시절에 미테랑이 얼마나 프랑스 방송계에서 지성의 상징이었던가 하면, 사람을 틀에다 묶고 뒤집어놓은 상태에서 질문을 하는 오락 프로그램에 결국 미테랑이 끌려와서 많은 사람들을 웃기게 해주었다. 미테랑이 이 오락 프로에 나오던 날, 엄청나게 광고를 했고, 나도 미테랑이 거꾸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일찌감치 짐 싸들고 집으로 왔었다. 하여간 시청률 기록을 그 때 깼었다고 한다.
 
거꾸려 매달려서도 미테랑은 미테랑이었다. 우리나라 식으로 얘기하면 강호동 프로에 손석희가 나와서 거꾸로 뒤집어놓고 질문을 한 셈이다. 첫 키스는? 처음 피운 바람은? 대충 요런 스타일의 질문이었다.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락은?
 
그 미테랑은 지성이 끝까지 가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주었던 경우였다.

이런 미테랑과 손석희의 차이점은 미테랑은 전혀 잘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잘 생기지 않았어도 세계적 지성이 되었던 프랑스의 스타들이 가끔 있는데, 사시(사팔뜨기)였던 샤르트르가 그랬고, 까뮈도 잘 생긴 편은 아니다 (이런 대문호 중에서는 카프카가 상당히 잘 생겼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게 되면 전부 강호동처럼 된다. 마음은 손석희지만, 어투도 손석희지만, 하는 짓은 강호동... 대충 이렇다.
 
결국 미테랑과 손석희의 차이는 시청자의 차이다. 한국 사회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손석희나 미테랑이 아니라 강호동이다. 정말 대중들이 목놓아 원하는 한국의 스타는 전도연이 아니라 강호동인 셈이다. 그것이 TV와 스크린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내야 갈 수 있는 극장에서도 강호동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강호동이 영화 찍었다고 볼 사람이 있을까? 한국 TV의 생리에 가장 최적화된 전략은 강호동 전략인 셈인데, 그래서 기획사 문을 두드려서 수많은 방식으로 뭔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 결국에는 강호동이 되고 만다. 누가 나빠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다. 
 
강호동과 손석희가 아니고도 버티는 사람이 있을까? 예전에는 이주일이 있었고, 이주일에게는 숨겨져서 갈무리된 예술성이 있었다. 손끝만 움직여도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것은 예술성 특히 음악성이 뒷받침될 때 생겨나는 일이다. 비주얼 시대라고 눈만 보지만,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행동을 바뀌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음악성의 힘이다.
 
수많은 강호동과 몇 명의 손석희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 TV인 셈이다. 그리고 미테랑은 없다.
 
덧글) 김주하가 극우파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보통 극우파 분석할 때 개인 성향과 지지그룹으로 보는데, 손석희는 개인 성향은 아마 중도우파 정도 될거고, 지지그룹은 중도 좌파들까지 폭넓다고 볼 수 있다. 김주하는 대형 교회표 순수 극우파인데, 지지그룹도 딱 그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극우파 시장의 개척자로는 엄앵란씨로 보고 있는데 "참으세요, 부인들"을 무기로 아침 방송의 천하통일을 이루었던 그 시장과 김주하가 움직이는 시장이 같은 공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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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02 [13: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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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entin 2007/07/01 [15:00] 수정 | 삭제
  • 좌우를 나눈 기준이 지극히 피상적으로 보입니다. 근거가 없잖수~
    어줍잖은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뭐라 말할 바 아니지만, 그 외의 설은 너무 자의적이고 성급한 결론으로 보이는데요...vrai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