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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지금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상태?
[비나리의 초록공명] 기자실 폐지에 올인말고 퇴임준비나 잘 하시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5/26 [13:54]
옛말에 올라갈 때 내려올 생각을 하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이 아무리 높이 올라가봐야 자기 인격의 크기 이상을 올라가지 못한다. 올라갔다라도 버티고 있을 수가 없어 결국 인격의 크기에 비례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뭔가 알았다 싶을 때 혹은 뭔가 된다 싶을 때, 이 때가 제일 무서운 순간인 것 같다.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아마 창밖을 보면 악마가 자기를 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그러나 나는 그 정도로 눈이 밝지는 못해서 아직 악마를 본 적은 없다.
 
사람이 겨우 한 평생 사는데, 너무 기쁜 일이나, 너무 슬픈 일들은 벌어지지 않는다. 기쁜 일은 악마의 시샘을 사고, 슬픈 일은 천사의 동정을 산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인격의 크기나 덕의 크기에 비례해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만은 꽃동산이다.
 
물론 이런 논리는 아주 조심해서 자신에게만 적용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면 극우파가 되고, 다른 나라에 적용하면 제국주의가 된다.
 
이런 느낌에 가장 비슷한 말이 아드레날린 과다분비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아드레날린 과다분비로 어떤 일이 생기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월드컵에서 하석주가 골 넣고 너무 기분 좋아서 그대로 빽태클 들어가서 퇴장당한 것을 이렇게 설명하두만...
 
난 태어나서 나를 위한 잔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졸업식도 안 갔다. 앞으로 또 졸업할 일이 있을 것 같지만, 축하와 관련된 행사는 할 생각이 없다. 잔치도 할 생각이 없다.
 
옛날식 표현대로 하면 귀신이 시샘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요즘 식으로 말하면 아드레날린 과다분비로 실수를 할 것 같다. 너무 기쁜 날에는 일찍 자리에 들어가 잠 자는게 만수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생일 잔치도 안 한다. 왜 귀신한테 이렇게 나이 많이 먹느라고 별 일 없었다고 알려서 꼭 귀신 손타는 일을 사람들은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좋은 일은 혼자 알고 절대로 귀신이 알게 하면 안 된다.
 
좋은 일이 있다고 얘기하는 목소리는 대개는 파우스트가 만났다는 그 유명한 메피스토텔레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요즘 노무현이 꼭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상태같다.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고, 가끔은 비장미 마저 느껴진다. 광주에서, "내게 더 이상 남은 힘이 없다"고 할 때는, 정말 비장했다. 전형적인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자살골이 너무 많다.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치 않다.
 
지금은 일본 쥬니치에서 활약중인 이병규 선수가 옛날에 그런 얘기를 했던가? 제일 좋아하는 볼이 어떤 거냐고 물었더니... 실투여... 그야말로 만점짜리 정답이다.
 
실투를 순 우리말로 바꾸면 한 가운데 밋밋하게 뜬 공이여...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실투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여간 우리 대통령께서 요즘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역사에 남을 공덕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으신 것 같다. 도대체 기자실 없애는 게 무슨 국정순위의 우선 순위라고, 제일 먼저 그것부터 손을 대나. 그럼 정말 백악관처럼 아침마다 브리핑하고, 질문도 받을려고...
 
완전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현상이다. 덕분에 음산한 목소리로 꼭 미래에 저주를 내리는 것 같던 국정홍보처의 그녀 목소리는 이제 6월이면 안 들어도 되겠다. 한나라당이 아마 그 정도야 없애주겠지. 나이스 샷, 되겠다.
 
기다리고 있으면 결정적인 자살골이 몇 개는 더 나올 것 같다. 비운의 왼발달인 하석주는 참 좋아했었는데, 꼭 안 좋은 일로 하석주를 인용하게 되서 마음이 미안타.
 
정말이다. 기분이 너무 째지게 좋을 때는 그래도 문 걸어잠그고 혼자 푹 자거나, 잠이 안와도 그냥 푹 누워있는게 여러 모로 좋다. 대통령에게 내가 권해준다면 잠을 좀 많이 자라는 거지만, 아무래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을 줄여가면서 완투에 완봉승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것 같다.
 
결정적 실투를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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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26 [13: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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