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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대중과 소통하는 새 오솔길 뚫었다"
봉문 스님, '안거(安居), 침묵을 깨는 천 년의 노래' 사진집 출판
 
최방식   기사입력  2007/05/10 [15:56]
백담사, 실상사, 봉암사 등 천년 역사를 지닌 9개 사찰 내부 삶을 영상과 에세이에 담은 책이 나왔다. 

▲봉문 스님의 사진집 안거, 침묵을 깨는 천년의 노래     ©인터넷저널
이 책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동·하안거 때는 외부인 출입이 차단돼 알 수 없었던 스님들의 족적을 스님의 눈으로 담아서 그렇다.
 
스님은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봉문 스님 사진전'을 서울 종로에 있는 인사아트센터에서 16일부터 22일까지 연다.
 
화제의 책은 이른바 '걸레스님'으로 알려진 중광의 유일한 상좌인 봉문 스님이 펴낸 '안거, 침묵을 깨는 천년의 노래'.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스님의 '안거...'는 ‘구산선문 답사기’, ‘효림 스님의 안거이야기’, ‘적멸로 가는 길’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돼있다.
 
'구산선문 답사기'는 그간 스님이 찾아가기도 했고 또는 북에 있어 전해듣기만 했던 국내 9개 선방의 역사와 선풍을 글과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하마트면 수장될 뻔 했던 실상사의 아름다운 모습과 이를 지켜낸 이들의 노고에서부터 황해도 해주에 있어 가지는 못했지만 그가 마음으로 이미 여러차례 다녀온 수미산 광조사지까지다.
 
▲백담사 무금선원에서 용맹정진 중인 스님들     ©인터넷저널
 
'효림스님이 들려주는 안거이야기'는 백담사 무금선원의 범풍당에 기거하는 효림 스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백담사 무금선원과 제방선원의 동안거, 하안거의 일상을 하나하나 정리한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봉문스님 사진전'이 16일부터 22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 인터넷저널
 
원래 ‘안거(安居, Varsa)’는 인도어 ‘바사’에서 비롯된 단어로 ‘비(雨)’라는 뜻을 지닌 수행제도다. 인도에서 우기가 시작되는 ‘몬순시즌’에 수행자들이 비를 피해 동굴 혹은 나무 그늘 밑에서 하는 수행을 일컫는다. 석가모니 이전 힌두교 수행자들도 바로 ‘안거’ 수행을 했다.

▲안거 중 입승이 죽비를 건네 받는 의식.     ©인터넷저널
 '묶는다'는 의미의 '결제'로부터 '푼다'는 '해제'까지 선방 안에서 어떤 의식과 수행, 그리고 스님들의 삶이 스며있는지를 꼼꼼하게 영상과 글로 알려준다. 객실에 입방하는 날의 설레임부터, 대중 스님 사이에서 죽비를 잡는 '입승'을 뽑는 과정, 그리고 용상방(역할분담 지휘체계를 명시한 대자보)을 붙이고 수행을 준비하는 스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흥미롭다.
 
조실, 회주, 선원장, 선감, 선덕 등 큰 스님의 직무는 예외지만 그 나머지 대중승의 일과는 죽비를 든 '입승'의 통제를 받는다. 그래서 안거 때 죽비는 법으로 통한다. 수련과정, 역할분담, 결제와 해제 등의 의미를 담은 사진과 글이 산사밖의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책은 오현 스님(신흥사 회주 스님)의 결제법어 한 귀절을 소개하고 있다. "대중들이여, 오늘 산승에게 무슨 법문을 덛고자 하는가? 노승은 이미 늙어 불법을 잊은지 오래되었도다. 불법문 중에서는 그대들이 분별하지 않고, 시비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기나니, 부디 알려고 하지 말라. 다만 그대들의 시비를 떠나 분별하지 않는 그것만을 귀하게 여기느니라."
 
3부 '적멸로 가는 길'은 부처님의 무문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파된 간화선, 대각에 이르는 용맹정진과 사찰 주변으로 난 숲속 작은 길을 따라 수행하는 포행, 그리고 홍수철에 행하는 우안거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효림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의 추천시 '마음으로 찍는 사진쟁이'는 이랬다. 
"...여기 또 한 사내는/ 모양이 없는 그 소리를 하나도 안 놓치고/ 모양으로 담아내려고 하고/ 이제는 그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모양으로 모양 없는 것도 담아내려고 하고 았다/... 여기 이 미친 사내는/ 겁도 없이 그 짓을 하고 있다." 
 

▲간화선 중인 스님     © 인터넷저널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동국대 석좌교수)씨도 추천사에서 "급격한 시대변화를 따라 불교가 은둔성에서 벗어나 대중사회와 친근한 어깨동무를 시작한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언급한 뒤, "이 예술성 깊고 고상한 사진집도 대중과 소통하는 새 오솔길을 뚫었다"며 "아름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봉문스님은 '침묵을 깨는 천년의 노래, 안거' 출판을 기념하고 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인사아트센터에서 '봉문스님 사진전'을 연다.  전시 오픈기념식은 16일 오후 5시.
 
봉문 스님이 사진전을 기획하며 쓴 '곽시쌍부'(槨示雙趺)라는 제목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장작을 팼습니다/ 향나무들입니다/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장작 위에는 삶의 桎梏 같은/ 고깃덩어리가 오른쪽으로/누워 있었습니다/ 나, 였습니다/ 화염이 스스로 솟아/ 주검을 맞던 날, /발가락이 일어나/ 새벽을 깨웠습니다/ 이일이 이천오백년이 되었습니다."
 
봉문 스님은 경일대학교 조경학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내설악 백담사에서 수행하며 중광 스님을 시봉했고, 무산 오현 큰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았다. 만해축전에 초대작가로 전시회를 열었으며, '불교 아울라', '무얼하러 오셨는가', '산에 사는 날에', '옥에도 영혼은 있는가', '백담사에서' 등 여러차례의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시와 시학'에 추천돼 시인으로 등단됐다. 
 
"사진을 보지 말고, 그 마음을 보라"
'안거, 침묵을 깨는 천년의 노래' 펴낸 봉문 스님 인터뷰

▲봉문 스님     © 인터넷저널
봉문 스님이 지난 9일 책을 한권 들고 본지 사무실에 나타났다. '안거, 침묵을 깨는 천년의 노래'라는 책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스님들의 삶을 영상과 글로 담은 것이다. 구산선문 답사기, 효림스님이 들려주는 안거이야기, 적멸로 가는 길 등을 담았다. 이에 저녁식사를 하며 본지 최방식 국장과 대담이 이뤄졌다.
 
-(최 국장)=만나서 반갑습니다. 최근 스님께서 촬영하신 사진집을 내셨다지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요?
 
△(봉문 스님)=구산선문부터 효림 스님의 ‘안거이야기’와 백담사 ‘적멸로 가는 길’까지 마음이 고요해지는 수행을 담았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선방의 세계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그간 공개하지 않은 사진들을 처음으로 내놓았습니다. 효림 스님은 제 책을 소개하며 “사진집으로 보지 말고 사진에 찍히지 않은 마음을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진비평가 이경률 선생은 “색과 공의 끝없는 사진적 메아리”라고 평했지요.
 
-봉문 스님은 중광스님 상좌였지요? 어떤 계기로 중광스님을 모셨습니까?
 
△중광 스님을 숨이 막히도록 좋아했습니다. 가까이 모시면서 바라본 중광 스님은 성자였습니다.
 
-중광 스님의 예술세계와 봉문 스님의 사진예술에 어떤 관계가 있나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요. 중광 스님은 먹물로 그리고, 저는 사진으로 그렸습니다. 저는 중도 버리고, 삶도 버렸습니다. ‘무아(無我)’를 표현하려고요. 무아는 ‘실체가 없다’는 겁니다. 피사체와 카메라가 통정하면 그리 되지요.
 
-봉문 스님의 예술에 담긴 뜻이 무엇입니까?
 
△의미란 없습니다. 산과 바깥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다른 건 없어요. 의미를 두면 퇴색합니다. 의미를 추구하다보면 정체성을 잃어버리지요. 예전에는 새벽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보며, 그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죠.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나 지금은 이젠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낍니다.

/최방식 기자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위원장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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