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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노동자들의 파업을 유도하는가?
[시론] 노사단체교섭 외면, 낙하산 인사, 지하철노사문제 서울시 나서라
 
김철관   기사입력  2007/01/04 [16:48]
현재 서울지하철공사 노사의 파행은 전적으로 서울시의 지나친 간섭으로부터 시작됐다.

노사상생을 바라며 작년 5월 출범한 서울지하철노조가 지난해 12월 28일 조합원 쟁의행위찬반 투표에서 74%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특히 강경호 현 사장이 서울시에 사표를 내 노사교섭이 난관에 빠져 있다. 하지만 무성의한 서울시와 공사를 규탄하며 지하철노조는 순차적 강도를 높이는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에 있다. 
 
▲ 서울시청 앞에서 탁상행정 철폐를 외치고 있는 지하철노조 간부들.     © 대자보 김철관

그동안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비판의 눈총을 의식하면서도 노사한마음 체육대회, 강원도 수혜봉사, 노사합동 CS 교육 등을 실시했다. 특히 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시민에게 봉사를, 조합원에게 권익을'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강성노조 때문에 파업철이라 오명을 썼던 그동안의 이미지를 씻고자 각고의 노력을 했던 것이다. 이런 변신은 시민과 일부 사회단체들의 호응을 받았고, 심지어 보수언론까지 나서 극찬하는 기사를 써주기도 했다. 물론 비정규직 권익, 한미 에프티에이, 노사관계로드맵 등의 문제해결을 앞두고 총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비난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했다.

이렇게 지난 5월부터 서울지하철노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오직 시민과 조합원을 위하는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걸어왔다.  
 
문제는 '06년 임금과 단체협약 갱신', '온전한 주5일제' 체결을 위한 노사 단체교섭이었다. 지난해 8월 30일 첫 교섭을 시작으로, 본 교섭 9차례, 실무교섭 8차례 총 17차례 노사교섭을 벌였지만, 공사는 첫 교섭(8월 30일)에서 마지막 교섭(12월 5일)까지 일관되게 임금 0.96%, 근무형태 비숙박 3교대, 동종업종 임금 조정 불가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조합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들이었다.

▲ 지하철 시청역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지하철노조.     © 대자보 김철관

06년 행자부 지침 총액임금 2%에도 못 미치고, 동종업종(서울도시철도, 인천지하철, 철도 등) 근무형태도 21주기 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도 못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까지 지하철노사가 합의 타결한 노사합의문을 보면 동종업종과 임금을 같이한다라는 등의 합의 문구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지만 공사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특히 가족승차권 폐지, 전임자 축소 등 이해 안 되는 궤변을 펴기도 했다. 물론 그 뒤에 서울시라는 괴물이 숨어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도 파행을 바라지 않는 노조는 인내를 갖고 조정 전치주의에 입각해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에 조정신청을 냈고, 이틀 뒤인 6일 조정서가 나왔다. 조정서는 임금 2%인상(자연승급분 제외), 동종업종과 근무형태 및 임금조정 등의 내용 권고했다. 하지만 노사정의 핵심 주체인 서울시가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해 노조는 당초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연말에 끝내야 했던 06년 임금인상과 주5일제가 07년 새해로 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서울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이하 서울모델)의 위상문제다. 서울모델은 아이엠에프 이후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네덜란드 사회 합의기구인 폴더모델을 벤치마킹 해 만든 서울시 공공부문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의 의미를 갖는다. 한마디로 서울투자기관노사와 서울시가 맺는 협약이었다.

지난 99년 고건 서울시장(정) 시절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노), 김정국 서울지하철공사사장(사) 등 노사정 대표가 맺은 서울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는 중앙 노사정위원회관련법과 지역노사정 관련법, 서울시 조례 등에 준에 만든 합법적 성격의 사회 합의 기구이다.

최종 공익위원 5명이 만장일치제로 결의해야 조정서가 의결되고 바로 노사정에게 통보된다. 물론 임의 중재 성격이지만 '합의된 조정서 내용을 노사정은 성실히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는 내용도 서울모델 규정에 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지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런 행태가 서울지하철노조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고 노조는 결국 파업찬반투표를 강행하게 된 것이다.

▲ 시청역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던 지하철노조.     © 대자보 김철관

12월 초부터 노조 차량지부는 방배동 본사에 천막농성을 벌여 왔고, 12월 20일부터 노동조합 집행간부들은 강경호 사장이 사표를 낸 28일까지 시청역과 시청정문에서 '관치행정, 탁상행정 철폐' 등을 주장하며 항의 집회와 피켓시위,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서울모델에 이어 지난 14일 국가기관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서를 접수해 조정절차를 밟았지만 현 사장(사측 대표가 없어)의 사표로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노조는 조정서를 취하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7월 1일 실시해야 했던 주5일제를 공사의 무성의로 서울지하철은 아직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아이엠에프 당시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질책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1660여명 인원을 감축했고, 학자금 폐지, 1일 일 더하기 등을 합의해 줬다. 강경호 사장 부임 후 흑자경영이라는 미명하에 고통분담을 감수했다.

4년간의 재임을 했던 강 시장은 흑자경영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원이며 직원인 공사 구성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무엇 하나 해준 것이 없다. 동종업종에 비해 기술력에 대한 노하우, 수송인원, 차량보유수 등도 비견될 수 없고, 최초 지하철의 상징이자 모태인 서울메트로(구 서울지하철공사)는 보수수준, 복지수준 등이 타 동종업종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것이 서울지하철공사의 직원들의 현실이다.

바로 근본적 원인은 공사를 지나치게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 서울시의 관치행정과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하수인 격인 공사 사장은 실권이 없다. 교섭을 통해 보더라도 서울시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이 공사 경영진들의 현재의 위치다.

현재 서울시는 공석이 된 공사 사장을 시 퇴물관리로 대체해 낙하산 인사를 보내려 하고 있다. 물론 채용공고를 하겠다고 있지만 요식절차라는 것이 정론처럼 서울시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 지난 12월 28일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조합원 200여명이 탁상행정을 규탄하며 주5일제 인원충원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 대자보 김철관

현재 공사 6명의 임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하산 인사다. 과거는 최소 이사 2명은 지하철 직원으로 보장됐다. 그런데 과거보다 못한 이사 인사는 이제 있을 수 없다. 최소한 임원 1/2의 자체승진을 보장해야 한다. 이제 내부 조직원들이 신망하는 선배들도 임원과 사장이 나올 때가 됐다. 이제부터 서울시 낙하산 인사는 절대로 받아드릴 수 가 없다.
 
서울시 일방적 앵무새 역할을 하는 임원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그런 임원이 필요할 때다. 현재의 지하철노동조합의 아픈 상처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 사장은 지하철 현실에 밝고, 직원을 존중할 줄 아는 수평적 리더십의 경영진이어야 한다.

특히 지하철공사 노사교섭의 당사자이고, 자율교섭을 방해하고, 사측을 조정하는 서울시가 주5일제로 인한 인원충원, 06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지하 실내공기질 및 환경개선 등 노사 현안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서울시는 지하철노동조합을 파업이라는 파국으로 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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