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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들도 이제 우리자신의 정체성 깨달아야"
[김영조의 민족문화 사랑] ‘윤인숙의 '민족성악' 하반기 무료강좌 열려
 
김영조   기사입력  2006/09/09 [21:50]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아는가? 그는 전 독일베를린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로 베를린예술원 종신회원이며.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을 받았다. 그는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문화 행사 개막 작품으로 위촉받은 오페라 심청을 공연(1972.8.1)하여 격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세계적인 작곡가도 꿈에 그리던 고향 통영을 살아서 밟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그 윤이상이 생전에 유일하게 지도한 성악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초빙교수 윤인숙씨 가 이번에 <‘민족성악’ 2006 하반기 무료강좌>를 연다. 그런데 도대체 민족성악이란 무엇인가.
 
▲ 고 윤이상 선생     © 윤인숙 제공

윤인숙은 말한다. “고 윤이상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우리 고유의 가락들을 좀 더 과학적인 발성에 근거하여 민족적 색채와 묘미를 접목시킨 우리만의 멋진 창법을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을 가르쳐 주셨다. 이러한 창법에 의해 우리 민족 성악의 넓은 음역과 다양한 국악적인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기초하여 민족 성악곡들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많이 불려야 함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독일가곡 등 서양음악을 배우기 위해 여러 나라에 유학을 갔으나, 이제는 윤이상, 황병기, 이건용등 우리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민족 성악곡들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언어, 민족 음악세계를 전 세계의 음악도 들에게 알리고 가르쳐야 함은 우리의 사명이다.“라며 ‘민족성악’의 의의를 설명한다.

윤인숙은 1979년 독일에서 윤이상 작곡 ‘가곡’(1972) 연주 당시, 독일 유력지 알게마이너 짜이퉁은 “소프라노 윤인숙은 정감 있는 감성의 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예리한 표현의 소유자로 특히 하얀 한복의 아름다움은 동양의 신비한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독일음악계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연주였다.”라고 소개했다.

▲ 독일 베를린 '민족예술단' 공연에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 아리아를 열창하는 윤인숙 단장     © 김영조
그러나 그 당시 한국 정부는 윤이상과 가까이 했다는 이유로 윤인숙에 대한 제재 조치에 따라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와야 할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다행히도 독일 교수들이 쓴 추천서 덕분에 공부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분단된 겨레의 슬픔으로 가슴에 깊이 멍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윤이상은 제자 윤인숙이 서양 클래식 음악에만 한계를 두지 말고 우리 민족 음악에 대해 연구하는 성악가가 되기를 바랐다. 이에 윤인숙은 민족 가곡 선구자인 김월하 선생에게 시조와 가곡을, 황병기 선생에게 국악적인 표현을 지도받아 국악기 반주로 된 남북정상회담 기념음반을 발매하였다. 이 음반은 평양과 해외에까지 소개되었다.

윤인숙은 1990년 윤이상 선생이 주관한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에 분단 45년 만에 남쪽 민간인으로서는 최초로 참가자들과 함께 판문점을 통과하여 공연한 바 있다. 또 1994년 경제적,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뚫고 국내 레이블로는 처음으로 윤이상 초기 가곡(1945)과 <심청> 아리아 CD를 발매했으며, 2005년 윤이상 선생 10주기 기념 추모음악회 등 4회에 걸쳐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우리나라 소프라노들은 어떻게 하면 서양 음악을 서양사람 못지않게 잘 부를 수 있을까 하는 데만 조바심하는 나머지, 정작 우리 것은 챙길 마음의 여유가 없기 쉬운데, 윤인숙은 어떻게 하면 이 땅과 이 현실에서 함께 고민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음악가이다. 그의 노래를 듣노라면 단순히 아름답다기 보다는 고통 받는 영혼을 감싸고 위로하는 느낌을 줌으로 더욱 그러하다.”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윤인숙은 말한다. “우리 성악가들이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자신의 차별화된 내용이 없이 서양 성악가들과 승부를 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지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판소리 창법을 적절히 보태서 우리만의 민족성악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아직 우리 음악계가 이에 대한 이해도 없는 상태여서 이 ‘민족성악’ 2006 하반기 무료강좌를 열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우리는 하나' (윤인숙 민족염원 성악곡집) 음반 표지     © 신나라레코드 제공
윤인숙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도 실시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 아르코예술정보관과의 동동주최, 신나라,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주)티원시스템즈 후원으로 서초동 예술의전당내 아르코예술정보관(한가람디자인미술관) 3층에서 9월 10일(일)부터 11월 26일(일)까지 주 1회, 총 12회 매주 일요일 오후 15:00~16:50에 연다.

개설 강좌는 윤인숙의 ‘민족 성악을 찾아서’로 윤이상 작곡 그네, 편지와 황병기 작곡의 고향의 달, 우리는 하나 그리고 이성천 작곡의 초혼과 김동진 작곡 신아리랑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며, 뮤지컬 발성과 민족성악 발성을 비교하며 지도한다. 대상은 성악 관심자, 전공을 희망하는 청소년 및 성인으로 선착순 40명에 한정하며, 접수는 누리편지(전자우편)로 하면 된다.
 
특히 이 강좌는 무료로 진행하는 것으로 형편이 어려워 성악을 공부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중고등학교나 대학입시도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윤인숙은 강조한다. 다만, 미리 신청하지 않은 사람도 개설 장소에 오면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강좌를 계기로 윤인숙은 <민족성악 애창곡집>, 133쪽을 도서출판 예솔을 통해서 펴냈다. 이 책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의 아리아와 황병기의 우리는 하나 외에 우리의 민요와 창작성악곡들을 담은 민족성악 악보집이다. 특히 윤이상 오페라 ‘심청’의 아리아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보떼운트보끄(bote&bock)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허가 받은 곡으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간된 악보이기도 하다.
 
▲ <민족성악 애창곡집> 악보집 표지와 '친절한 젊은 분에게'(오페라 심청 중 아리아) 악보     © 김영조

더구나 이 악보들은 윤이상 선생이 직접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적인 창이나 가곡을 할 수 있는 음역으로 바꿔 의미 크다고 한다. 이 민족 성악곡들은 피아노 또는 전통악기로도 반주가 가능하며, 이에 걸맞은 창법을 연구하여 부르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비가 오더니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이 가을, 성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윤인숙의 <민족성악> 강좌를 들어보길 권한다. 남의 것이 아닌 된장냄새 나는 우리만의 성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구체적으로 지도받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일이다. 작은 시작이나마 ‘민족성악 무료 강좌’를 통해 앞으로 우리 꿈나무들이 그 뜻을 이어가고 역량을 키울 수 있기 위해 민족 성악 강좌를 개설하여, 지도한다는 윤인숙의 뜻에 큰 손뼉을 쳐주고 싶다.

문의 : 윤인숙 sooni@arko.or.kr, 019-9325-7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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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9/09 [21: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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