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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당식 서민경제가 경제위기 더 심화시켜
[비나리의 초록공명] 저금리로 인위적 경기부양 하면 대한민국 쪽박찬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6/07/10 [11:59]
경제 시나리오와 개인들의 위기관리
 
경제학자들은 가끔 거짓말을 한다. 경기불황이 폭발할 순간이 오더라도 소위 ‘패닉’이라고 부르는 폭발상황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화폐는 이론적으로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영속성의 가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화폐는 사실 세상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용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언제인지 모르지만 세상에 종말이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에 돈을 주고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아무도 그 돈을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날 때와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그 돈을 받기 바로 직전의 사람도 그 돈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이어진다면 그 바로 직전의 바로 직전... 이 순간은 지금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언젠가 세상의 종말이 발생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바로 화폐는 사용되지 않는다. 신용화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이 문제를 이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라는 독특한 가설을 집어넣는다. 뭔가 경제 시스템과 독립되어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적 의사결정과 소위 그린스펀 경제의 독특성 같은 것들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생겨난다. 중앙은행이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나쁜 점들이 더 많다. 정부에서 마음대로 돈을 찍거나 혹은 이자율을 움직이면 경제정책을 더 다양하게 사용해서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경제의 안정성을 저애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는데, 별로 독립적이지 않고, 재경부의 눈치를 많이 보고, 대통령의 눈치는 엄청나게 많이 보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 너무 오랫동안 강도 높게 저금리를 끌고 나간 경향이 있다. 올랐어도 벌써 올랐어야 하는데, 나중에는 미국의 콜금리가 우리나라의 콜금리보다도 높아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자율을 올리지 않고 버텼다. 그 때에는 우리나라 시장이 상황이 워낙 좋으니까 콜금리 자체의 이자율 차이로 우리나라에서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지 않을 것이라는, 별 되지도 않는 말까지 끌어들여다 댔다. 콜금리가 변하면 나머지 기준금리와 외평채 같은 것들에 대한 평가까지도 장기적으로는 전부 연동해서 변하게 된다. 기준금리의 특징이 그렇다.
 
미칠듯이 버틸만큼 버티다가 결국 나중에 다시 이자율을 조금 올렸다. 아직도 이자율이 너무 낮은 감이 있는데, 그나마 열린우리당에서는 다시 낮춰야 한다고 난리다.
 
경기의 인위적 부양은 없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형 뉴딜”이라고 있는 대로 다 했고, 하다못해 평택의 미군기지 보상비까지도 전부 당겨서 하면서 할 수 있는 부양책은 쓸만큼 다 쓴 셈이다. 아니 그런 것 말고 또 다른 인위적 부양책이 있을 수 있나?
 
게다가 저금리를 강도 높게 유지하면서 재정정책은 물론 경기를 떠받들기 위한 부양책까지 전부 쓰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거품이 터질 수 없을 만큼 부풀만큼 부풀어 오른 것이 거시경제 정책으로 본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조정 없이 3년간 밀만큼 밀었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면 전혀 다른 방식의 생각을 해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다시 서민경제를 살린다고 저이자율 기조로 돌아서려고 한다.
 
내년 말 정도에는 일본 헤이세이(平成, 현 일왕의 연호, 89년부터 사용-편집자 주) 공황에 준하는 진짜 경기불황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가설 하에 어느 산업에서 격발을 하게 될지 나도 주의깊게 간만에 실물경제를 계속 주시하는 중이다. 일단은 광양 혹은 서산에서 터져나오지 않을까라고 5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으로 진행되는 현대제철소와 포스코의 상황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자금 순환 같은 것을 유심히 살피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대고 다시 저금리로 돌아가자고 하면, 어쩌자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들의 위기관리를 위해서 2007년 말의 경기불황을 염두에 두고 미래 계획을 짜야하나? 열린우리당의 경제 운용계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성급하게 경기 진작이나 투기 진작을 얘기할 시점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실물경제를 살펴보면서 위기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할 시간인데, 정치놀음에 정신없는 열린우리당은 위기관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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