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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이종교배' 하라는 노대통령의 말장난
[비나리의 초록공명] 대학의 문제는 동종교배, 막무가내 개방은 안된다
 
우석훈   기사입력  2006/06/14 [11:03]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에도 "이종교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육시장을 개방하자고 나선다.
 
얘기야 일관되게 추진하던 교육시장 개방이고, 정확하게 얘기하면 영어할 줄 아는 미국한테 대학이고 뭐고 다 열어버리자는 얘기의 연장선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종교배'라는 말은 좀 말이 안된다.
 
"동종교배"라는 말을 하는데, 정확히 얘기하면 '근친혼'의 문제이다. 같은 대학의 같은 실험실 출신 그렇게 특정 대학을 지배하는 것이 정확한 문제는 서울대 출신의 문제 아닌가? 그래서 생물학의 비유를 사용해서 근친교배가 문제라는 지적은 한 10년 전부터 계속 있어온 지적이기는 하다.
 
여기에 여성학자들이 설 장소를 주기 위해서 여성학자 우대에 대한 약간의 배려 정도가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해결의 방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이종교배는 이 경우에 말이 안된다. 사자와 호랑이 사이의 이종교배인 라이거나 말과 당나귀의 이종교배인 노새 같은 것들이 가끔 있기는 한데,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외국인 교수나 외국인 자본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이종교배이고, 이종교배는 경쟁력을 만든다는 말은 좀 이상하기는 하다.
 
이종교배로 태어난 생명들은 생식력이 없어서 불임이다. 노새도 2세를 낳지 못하고, 라이거도 2세를 낳지 못하고, 씨없는 수박이라는 멋진 조합이 퍼지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매 번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재생산 비용 때문이기는 하다.
 
설마 우리나라 대학을 전부 죽여서 통째로 미국에 넘겨주기 위해서 "불임대학"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종교배"가 필요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좀 악랄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까지 잔인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종교배"를 주문한다.
 
대학에서의 근친혼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 이종교배를 하라는 건 생물학적 비유치고는 너무 잔인한 비유인 것 같다. 
 

[참고기사] "이종교배 있어야 창의력과 경쟁력 제고"
노 대통령, 대학 총장 오찬서 대학개방·교류 강조 
 
노 대통령은 13일 “고교 교사의 가르침과 평가를 신뢰하지 못하고 대학의 입시사정자료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그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주요 국·사립대학 총장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주요 대학들이 공동으로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는 등 2008대입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 계획을 발표(06.5.2)한 것에 대해 거듭 사의를 표하며 이같이 말하고, “앞으로 대학교육 정책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갖고,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학 교육과 학사운영의 자율 외에 입시의 완전한 자율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공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라며 “대학입시 때 학교 밖의 다른 것으로 평가받으면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학교간 편차가 다소 있고 내신의 신뢰도가 떨어져도 공교육을 포기하거나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학도 개방과 교류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교배가 있어야 창의력과 경쟁력이 제고된다”는 것. 노 대통령은 정부도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동종교배 시스템 하에서 개별 부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것을 개선해 앞으로 부처간 교류를 통해 국가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계층 이동의 핵심은 교육”이라면서 “계층 이동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립 11개, 사립 16개 등 27개 대학 총장이 참석했으며, 정부측에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설동근 교육혁신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브리핑, 6. 13)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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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14 [11: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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