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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절반 이상이 '까막눈 수업' 하고 있다"
한말글문화협회, '배움책 속의 우리말, 이대로 좋은가?' 이야기 마당 열려
 
김영조   기사입력  2006/06/11 [14:46]
누구나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교과서와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교과서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재이다. 그런데 이 교과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6월 10일 이른 10시 30분 한글회관 강당에서 열린 한말글문화협회가 연 2006년 5월 ‘이야기마당’이 그것이다.
 
이야기마당은 먼저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팀장의 사회로 네 사람의 현직 교사들이 ‘배움책(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말 교육의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각각의 사례를 발표했다. 
 
▲‘배움책(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말 교육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사례발표 사회자 최용기, 발표자 박영하     © 김영조

이중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박영하 교사는 지난 2005년 12월 1년간의 고1 도덕 수업을 마치면서 300여 명의 학생에게 교과서의 용어 문제 등을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교과서 내용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쉬운 말로 써주면 좋겠고, 굳이 한자어나 어려운 단어를 쓰려면 책 날개 부분이나 색인 부분에 뜻풀이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발표한 서울광양고등학교 김두루한 교사는 “중고생의 절반 이상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까막눈 수업’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교과서의 용어가 흔히 쓰는 입말이 아닌 어렵거나 생뚱맞은 것들로 배울수록 어렵고 짜증나는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쉬운 용어, 토박이말을 씀으로써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움책(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말 교육의 문제점’이란 제목의 사례 발표자들(왼쪽부터 김두루한, 유성갑, 염시열)     © 김영조
 
분당 대진고 유성갑 교사는 ‘국어 배움책의 문학 용어 문제’라는 발표에서 “과학교사에게 ’적외선을 넘빨강살, 자외선을 넘보라살이라고 하면 어떨지 물었더니 너무 쉽고 좋은 말이라는 반응을 얻었다.”라며, ’리듬‘ 대신 ’흐름결‘, ’멜로디‘ 대신 ’가락‘, ’음보‘ 대신 ’마디‘로 바꾸고, ’운문‘은 마디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또 전북초등국어교사모임 염시열 교사는 “‘움직씨’로 쓰지 않고, ‘동사(動詞)’라고 쓰면 얼어 죽는 ‘동사(凍死)’인지, 구리철사 ‘동사(銅絲)’‘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동사로 써도 20% 정도의 알아듣는 아이들이 있지만 80%는 포기한다. 교육이 20%만 위하고 80%는 포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둘째마당 ‘중등학교 배움책 속의 우리말,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 춘천교대 김형배 겸임교수는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토박이말로 배우지만 중학교로 넘어가면 한자말로 바뀌어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는데 이것이 문제다. 교과서가 토박이말로 위주로 가야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우리말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휘의 등급 설정이 요구된다. “라고 말했다.
 
▲종합 토론 장면(왼쪽부터 최용기, 유성갑, 김형배, 김두루한, 박종덕, 염시열, 박영하)     © 김영조
 
마지막으로 건국대 박종덕 연구교수는 “‘왜 한자어 대신 토박이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을 보완하고, 단순히 용어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또 말밑(어원)을 정확히 알고 바꾸어야 하며, 바꾸는 데 있어서 언어적인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학문만이 아닌 관련 단체, 사람과의 연계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같이한 종합토론에서 한결같이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 교과서를 쉬운 토박이말 위주로 고쳐써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이 단순히 어휘풀이 시간으로 전락하는 어리석은 교육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교과서의 집필이 집필자의 수준이 아닌 사용자 즉, 학생들의 눈높이 낮추는 것이 시급한 일임을 모두가 공감했다. 그러기 위해서 교과서 집필자를 대학교수가 아닌 교사로 바꾸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교과서는 전체 학생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쉬운 토박이말로 쓰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참석자들은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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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6/11 [14: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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