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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학생이라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주장]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와 강의권 박탈을 즉각 취소하라
 
황진태   기사입력  2006/02/09 [19:42]
2월 8일 동국대는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대학은 무엇보다도 '학문의 전당'이라는 존재 근거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동국대는 이를 보장해주기는커녕 강 교수의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빌미 삼아 반공주의의 춤사위에 놀아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강 교수가 문제의 발언을 했던 인터넷 매체 <데일리 서프라이즈> 2월 2일자에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제기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러나 강 교수가 정상적인 교수활동을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과연 논쟁의 진행이 가능하겠는가.
 
[참고기사] 황진태 "강정구를 둘러싼 몰상식과 제자로서의 의문"(데일리 서프라이즈,   2006-02-02) 

18세기 전제정치 하에 놓인 프랑스에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인간 세계의 사소한 차이들이 증오와 박해의 구실이 되지 않기를" 주장한 볼테르의 관용론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동국대 이사회의 직위해제 결정의 본질적인 이유는 강 교수가 학교명예를 실추해서였다. 이사장인 현해 스님과 홍기삼 총장에게 묻는다.

동국대 초대총장이자 조계종 원로원장이었던 권상로가 친일행위를 통해서 학교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서는 학교설립 백 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왜 역대 이사장과 총장들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율배반, 모순, 가식, 억지.."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지난 2월 6일, 동국대 교양교육원이 배포한 수강편람에서 강 교수가 1학년 핵심교양과목으로 배정된 '인권과 평화' 강의를 제외시켰는데 이를 두고서 이사회가 직위해제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거라는 의심은 2월 8일 이사회 결정을 통해서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내가 동국대생이라는 게 참으로 부끄럽다. 사실 이 강의가 사라져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이미 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무시하는 학교의 행태를 지켜보는 상황이야말로 강의실 밖에서 '인권과 평화'는 강의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 주장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는 학문적 논쟁을 통해서 풀 문제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의 장을 마련해야할 학교는 불교의 자비를 받드는 종단의 학교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관용을 베푸는 존재미학의 자살행위를 범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한다. 동국대는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와 강의권 박탈을 전면 취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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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2/09 [19: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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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찌 2006/02/10 [09:41] 수정 | 삭제
  • 양심있는 교수들이 박해를 받는 시대는 지났는데도 대학에서는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풀어가야 할 사안을 냉전시대적 흑백논리로 일방적으로 재단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강정구 교수는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더 드높였으며 학자로서 시대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잘못된 역사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총장을 비롯한 이사회의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결정이야 말로 대학이기를 포기한 행위이지요.

    동국대는 당신들의 사유물이 아닙니다. 대학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능한 총장과 이사진이 물러나야 합니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당신들이 학교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