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스크린쿼터 주무장관은 지금 어디에 있나?
[컬처뉴스의 눈] '발표문'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장관, 지금 선거운동중?
 
김소연   기사입력  2006/02/08 [21:10]
지난 6일 영화배우 장동건의 1인 시위에 천명이 넘는 팬들이 몰려 사고가 날 뻔 했답니다. 본래 시위 장소였던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는 시위 전부터 내·외신 취재진이 백여 명 정도 몰려있던 데다가 장동건 씨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갑작스레 인파가 몰려들면서 위험한 지경이었답니다. 결국 사고 우려 때문에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장동건 씨는 건물 안으로 철수했고 국회의사당 앞으로 시위장소를 옮겨야 했다고 합니다.

▲ 영화배우 최민식 씨는 7일 옥관문화훈장을 문화관광부에 반납하고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 대자보
한편 7일 최민식 씨는 1인 시위에 앞서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공로로 받았던 옥관문화훈장을 문화관광부에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장동건 씨와 최민식 씨의 1인 시위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가 주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4일과 5일 안성기 씨와 박중훈 씨의 1인 시위가 있었고, 대책위는 2월 1일부터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1인 시위가 벌어지던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불과 몇 걸음을 떼면 바로 문화관광부 청사가 있습니다. 반대의 입장이건 찬성의 입장이건 영화가 갖는 산업적 의미에서나 문화적 파장에서나 스크린쿼터는 지금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뜨거운 이슈가 터져 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주무부서라 할 문화부의 정동채 장관은 이슈의 현장에서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사실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화부의 현안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자리는 지난 1월 26일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정례브리핑'이었습니다. 첫 장면에서부터 스크린쿼터 축소는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에서 재단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동채 장관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영화계 4천억 지원이라는 대책을 가지고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경제부처들과 회의를 하다보니 문화부 장관이 발표한다는 문화정책이라는 것도 '돈'의 규모로밖에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관계부처회의에서 말석이나 차지하는 힘없는 장관이기 때문인지 정동채 장관이 발표한 대책이라는 것이 현안과 동떨어진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4천억이라는 기금조성 방법부터 발표 현장에서 반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금의 절반인 2천억 원을 영화상영관 입장료에 5%의 부가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극장과 관객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나머지 2천억 원은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배우 박중훈 씨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혈세로 영화계 지원한다고 환영할 일은 아니라"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더 황당한 것은 4천억 원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이 지원금은 투자조합에 대한 공적자금 출자확대와 저예산 제작 전문투자조합 결성 등 영화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현재 10여 개관에 불과한 예술영화 전용관을 100개관까지 늘려나가는 등 예술 독립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에 쓰여질 것이라고 합니다. 아픈 아이에게 학용품 사주는 격이라는 비판처럼 스크린쿼터 축소는 영화산업에서 배급과 연관된 사항인데 문화부 장관이 발표하는 대책이 투자환경 개선이라니 문제도 제대로 읽지 않고 급하게 작성한 안쓰러운 답안지 같습니다.

정동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장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 더 책임지는 자세인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고,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다는 정동채 장관은 엉터리 답안 같은 대책 발표 이후 스크린쿼터 관련 논란의 어디에서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 지난 1월 27일 오전 문화관광부 브리핑 실에서 정동채 장관이 영화지원대책에 관해 발표했다.     © 대자보

답답한 마음에 <컬처뉴스>는 정동채 장관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가 결정되기까지 문화부의 입장은 무엇이었는지, 관련부서 회의라는 것에서의 쟁점은 무엇이었는지, 문화부의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문화부의 대책에 대한 반론에 문화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스크린쿼터 축소가 방송 등 여타의 문화영역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입장과 대책은 무엇인지, 지금 이 뜨거운 이슈에 대해 어찌 주무부처의 장인 정동채 장관의 의견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되돌아 온 답은 스크린쿼터와 관련하여 모든 매체와의 일체 면담을 거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혹 장고의 모색 때문에 이슈의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당연히 이러한 추측은 빗나간 것이었습니다. 뜨거운 이슈의 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님이지만 고 백남준 추모식이라든가 동계체전 개막식 등에서는 백남준 브랜드화도 발표하고 개막식 축사도 읽어 가시더군요. 너무나 평화롭게 일정을 보내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또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문화면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정동채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뜨거운 지면이 다른 곳에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이제 곧 봄이 찾아오면 시작될 지자체 선거관련 기사들이었습니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장 후보군 중에서 정동채 장관은 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받으며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그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인 반면 응답하지 않은 비율은 50% 대에 이르고 있지만 말입니다. 혹시 정동채 장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스크린쿼터가 아니라 지자체 선거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심중이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길이 없는 것이고 심중이 무엇이건 간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결혼식장 장례식장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는 정치인 출신이면서 왜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 이슈의 현장에서 종적을 감추는가하는 것입니다. 비록 행정적 전문성이 미흡할지라도 정치인 출신 장관의 강점이라면 그야말로 갈등이 폭발하는 현안의 중심에서 갈등을 조정해내는 능력이 아니겠습니다.

그러니 정치인 출신의 문화부 장관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현안으로 스크린쿼터 문제 만한 쟁점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 광화문에서는 영화인들이 모든 제작을 중단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습니다. 장관님 청사에서 멀지도 않은 곳인데 얼굴이라도 한번 보여주시죠.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02/08 [21:1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