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의 참예수를 찾아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국사회와 이웃종교인께 사죄합니다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배타적 제사문화, 단군상 목자르기등도 사과해야
 
류상태   기사입력  2005/09/14 [15:48]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께 드리는 호소문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중추절이 몇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쁘고 즐겁게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어야 할 날이지만, 안타깝게도 명절이 오면 늘 갈등 속에 지내야 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가족과 친지 내에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함께 있는 경우, 차례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성서의 뜻을 잘못 해석하여, 혹은 2000~3000년 전의 원시문화적 토양 위에 기록된 성서의 가치관을 재해석하지 못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 갈등의 씨를 뿌리는 일이 꽤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제사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사 문제, 그리고 제사 때 절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는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전통적으로 제사를 금지하는 이유는, 조상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차원을 넘어 여전히 그 인격이 혼으로 혹은 신으로 살아있고 후손들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제사를 잘 드려야 가문이 복을 받고 잘 살게 된다는 생각, 즉 조상을 신으로 숭배하는 ‘조상신 숭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차례를 지내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종교적 요소보다 윤리성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조상을 신으로 섬긴다는 의식은 점차 사라지고 ‘효심’에 근거해서 제사를 드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생명을 이어주신 조상님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은 훌륭하고 아름다운 효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십계명의 말씀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제사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려는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이 늘어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습니다. 천주교나 일부 개신교회에서 제사를 허용하는 것도 이런 점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 중에 조상을 신으로 숭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을 이어주신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절하는 제사를 굳이 금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때 드리는 절은, 우리가 명절에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세배하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입니다.

기독교 교리를 충분히 존중하고서도, 저는 기독교인이 제사를 드리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차제에 기독교 각 교단 차원에서, 또한 교회마다 우리 고유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의미로 제사문화를 공적으로 허용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심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 교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있습니다.

▲류상태 씨의 저서 한국교회는예수를 배반했다 책 표지     ©삼인출판사,2005

한국 교회는 우상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여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성서의 의미를 현대 사회에 맞게 재해석하지 못하고 문자에 갇혀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단군상 목자르기’라는가 ‘사찰에 불지르기’의 주범이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성서를 문자대로 믿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나 이외에 다른 신을 내 앞에 두지 말라”라든가 “어떤 형상도 만들거나 섬기지 말라”고 한 십계명의 규율을 따르는 것이 신자의 도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자를 넘어 그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우상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실제로는 하느님이 아닌데, 하느님처럼 받들어 섬기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눈에 보이는 상이 아니라도 우리 마음 속에, 우리로 하여금 절대가치로 삼게 만들어 우리의 삶을 구속하고 왜곡시키는 것은 모두 우상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절대화하여 섬기면 돈이 우상이 되고, 학벌을 절대화하여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면 그 학벌이 우상이 되는 것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쳐없애야 할 우상들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지금까지, 진정 없애야 할 이런 우상들을 앞장서서 섬겨왔습니다. 반면에, 존중해야 할 전통 문화와 타 신념체계는 가차없이 파괴한 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이런 악행에 대하여 한국 교회는 회개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여, 다시는 이런 문화파괴적인 어리석은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를 시정하는데 앞장서 주셔서, 더 이상 우리 사회에 갈등을 심지 않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 공격적인 전도행태와 안하무인식 문화 파괴 행태로 우리 사회와 이웃종교인들께 큰 결례를 저질러왔습니다. 이런 행태에 대해 한국 교회는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은 교단 차원에서 깊은 반성을 거쳐 행해야 할 일이지만, 나서는 이 없기에, 또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낯이 뜨겁기에, 자격 없는 한 개인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서 한국 사회와 이웃종교인들께 다음과 같이 사죄를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 사회와 이웃종교인들께 드리는 사죄문

한국 사회에, 또한 불교, 가톨릭, 이슬람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대종교 등을 비롯하여, 한국의 모든 이웃종교인들께,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한국 교회는 이웃문화와 이웃종교를 이해함에 있어서, 심오하고 아름다운 인류 문화를 이어받은 동반자이며, 진리의 길을 함께 걷는 길벗으로 존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심오한 아름다움과 영성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이웃문화와 이웃종교의 가치와 신념을 심히 훼손한 죄를 저질러 왔고, 아직도 이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여 사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격적이고 무모한 선교로, 혹은 무지와 배타적인 교리에 근거한 비방으로, 사회 갈등을 야기하였으며 많은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 사회 지성인들과 이웃종교인들은, 이런 개신교의 독선적인 행태를 크고 넉넉한 자비로 이해하고 품어주셔서, 문화 충돌, 혹은 종교간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이해하며 참아주셨습니다.

이러한 넉넉한 자비심에 대하여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한국 교회의 독선적 행태를 기필코 바로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오니, 그 날이 올 때까지 큰 자비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5년 9월 13일.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닷새 앞두고
류상태 두손 모음.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5/09/14 [15:4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