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가 된 오마이뉴스’ 는 지난달 말 서프라이즈에 실린 김동렬 씨의 칼럼 제목이다. 타인의 생각을 옮기다 보면 와전될 우려가 있으니 오마이뉴스에 대한 김동렬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자!
요즘 오마이뉴스가 이상하다. 필자만이 느끼는 것일까? 정치뉴스는 드물고 신변잡기적인 뉴스나 대문에 내걸고 있다. 점차 굿데이로 변해가고 있다. 나는 기억한다. 오마이뉴스와 한겨레가 이번 우리당 경선을 철저히 외면했음을.
'찜질방 남녀 스킨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오마이뉴스) "뭐하는 짓이야, 찜질방이 연애방이니?"(오마이뉴스)
이런 유치찬란한 기사를 대문에 올리고 있는 오마이뉴스. 니들이 지금 제정신이냐? 지금이 찜질방 타령 할 때인가? 찜질방 걸레로 확 패버리고 싶다.
안타깝다 오마이뉴스여. 고질이었던 김당병이 이제 다 나았나 했더니 그새 찜질방병에 걸리고 말았구나. 끝내 프레시안의 뒤를 밟고 말 것인가?
김동렬의 주장처럼 오마이뉴스와 한겨레가 얼마전 끝난 열린우리당 경선을 철저히 외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오마이뉴스가 이상하다는 그의 진단에는 일면 수긍할 면이 없지 않다.
생각해보면 오마이뉴스가 2000년 초에 창간된 이래 거둔 성과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최초의 인터넷 신문’이라는 실험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일색이던 여론지형에 큰 균열을 만들었고, 이는 현실정치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기동성과 순발력을 갖춘 오마이뉴스의 위력은 지난 2002대선과 작년에 있었던 탄핵사태 당시 유감없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의 장점은 인터넷신문 특유의 기동성과 순발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실 오마이뉴스의 진정한 강점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토대로 하여 시민기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는 시스템에 있다. 수만명에 이르는 시민기자들은 오마이뉴스에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오마이뉴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비약적인 매출액 증가와 세계유수언론들의 주목은, 오마이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기자회원이 늘어남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물론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아쉬운데로 오마이뉴스가 표방했던 장기적인 목표들이 차근차근 실현되어 가는 듯도 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오마이뉴스가 표방했던 장기목표들은 아래와 같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신문다운 신문'을 만든다. 뉴스의 생산-유통-소비문화의 혁명을 이뤄내 언론문화를 개혁한다. '기자다운 기자'들의 뉴스연대의 중심축이 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인터넷 문화를 선도한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슬그머니 회의가 고개를 드는 것은 어찌된 연유일까? 김동렬의 독설을 단지 투정이나 서운함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몇가지 원인을 들 수 있을 듯 하다. 그 중 하나가 최근들어 부쩍 두드러진 생활체험 뉴스들에 대한 편애이다. 물론 오마이뉴스 기자를 포함한 직업기자에 의한 심층취재뉴스와 생활인 기자에 의한 생활 체험 뉴스를 5:5의 비율로 편집하겠다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컨셉임은 잘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마이뉴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생활 체험 뉴스를 비중있게 취급한 컨셉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탓이 크다.
그러나 이런 편집방침이 혹여 변형된 포퓰리즘은 아닌지 오마이뉴스 스스로 심각하게 자문해볼 때가 되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 조회수에 방점이 찍히는 기사를 탐하다 보면 정작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매우 중요한 기사의 발굴이나 면 배치에는 인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표피적 현상만을 다룬 기사가 많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김동렬의 주장처럼 정치뉴스가 드물다는 데에 있다기 보다는 깊이 있는 정치기사 등이 적다는 데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비록 정치기사는 아니지만 지난 3월 29일자 ‘맑스학의 태두, 김수행 서울대 교수’라는 기사를 보면 깊이 있는 기사의 결핍이 피부로 느껴진다. 메인탑에 걸린 이 기사는 김수행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인데 눈 밝은 독자들은 금방 알아차렸겠지만 거의 아무런 내용이 없다.
지금 오마이뉴스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가십성 기사나 표피적 현상만을 다룬 기사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근본적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다루는 기사이다. 시민들은 유시민과 전여옥의 설전에 관심이 많을지 모르지만 오마이뉴스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오마이뉴스도 기업이기 때문에 광고매출 등과 수익에 초연할 수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사에 대한 조회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언론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자 하는 오마이뉴스라면 반드시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기대해 본다.
만약 지난 대선과 탄핵 사태 당시 오마이뉴스가 없었더라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오마이뉴스의 존재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 모른다.
모쪼록 오마이뉴스가 기존에 가진 장점들을 휼륭히 살리면서도 의미 있는 사회적 의제설정과 발굴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룬 것 보다는 이룰것이 훨씬 많은 신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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