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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해방이 아니라 추악한 점령이다”
하워드 진 교수, '이라크 점령 정책 질타', 범죄행위 호소
 
안찬수   기사입력  2003/10/14 [13:47]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이라 할 수 있는 하워드 진 컬럼비아 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점령된 국가’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워드 진 컬럼비아 대학 명예교수    
“이것은 해방이 아니라 점령이다. 그리고 그것도 추악한 점령이다”라는 것이 하워드 진의 진단이다. 또한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미군의 ‘추악한’ 인도주의적 범죄 행위도 언급하고 있다. 크라이산 알 아발리의 사례는 독재 정권의 전형적인 반인권적인 범죄 행위다. 바로 이런 행위들이 출신 지역이나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워드 진은 “미국이야말로 테러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한 이라크 여성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해방자로 환영받으리라는 말을 들었던  미군이 적대감을 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라크의 점령’만이 아니다. 하워드 진은 미국도 점령당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으면서 우리가 바로 점령된 국가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몇몇 외계인이 미국을 점거했다”고 그는 말한다.

하워드 진의 결론은 ‘행동’이다. “베트남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반정부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하워드 진의 저서 가운데 <미국 민중저항사> <오만한 제국>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전쟁에 반대한다> 등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그의 칼럼을 소개한다. (옮긴이 주)


▲하워드 진의 칼럼 원문     ©progressive.org
이라크가 해방된 국가가 아니라 점령된 국가라는 것이 아주 빠른 속도로 분명해지고 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점령된 국가’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우리는 독일에 점령된 프랑스, 독일에 점령된 유럽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소련에 점령된, 헝가리, 체코, 동유럽을 이야기했다. 다른 나라를 점령한 것은 나치였고, 소련이었다.

이제 우리가 점령자다. 분명 우리는 이라크를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러나 우리의 지배에서 해방시킨 것은 아니다.

1898년 우리는 스페인의 지배에서 쿠바를 해방시켰다. 그러나 우리의 지배에서 해방시킨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폭정은 사라졌지만 미국은 쿠바에 군사 기지를 건설했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가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일이다. 미국의 기업들이 쿠바로 몰려 들어갔듯이, 벡텔이나 핼리버튼 그리고 석유 기업들이 이라크로 진출하고 있다. 당시 미국 정부가 쿠바가 어떤 헌법을 가져야 하는지를 결정했듯이, 지금도 미국 정부가 이라크의 헌법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해방(liberation)이 아니라 점령(occupation)이다. 그리고 그것도 추악한 점령이다.

8월 7일 <뉴욕타임스>는 바그다드에 주둔하고 있는 리카르도 산체스 장군이 점령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응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친미 성향의 이라크 지도자들은 산체스 장군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를 가족 앞에서 끌고 와서, 그 아버지의 머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땅바닥에 그를 때려눕힐 때 가족의 눈으로 보면, 그 아버지의 위엄이나 존경에 심각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7월 19일 CBS 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몇 가지 고문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크라이산 알 아발리의 사례다. 미군 병사들이 아발리의 집에 소총을 발사하면서 급습했다. 미군은 크라이산의 동생 두레이드에게 총격을 가하여 부상을 입히고, 여든 살 먹은 크라이산의 부친을 체포했다. 그리고 동생도 데리고 갔다.”   

CBS의 보도에 의하면, “크라이산은 심문자가 자신을 벌거벗긴 채 일주일 이상 선 채로 또는 무릎을 꿇어앉힌 채, 두 손과 발을 묶어 놓고, 머리에는 가방을 올려놓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라이산은 CBS의 기자에게 자신을 체포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고 또 크라이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들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여드레가 지난 후, 그들은 크리이산과 그의 부친을 석방했다. 미국의 이라크 행정관인 폴 브레머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국제적인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6월 17일, '나이트 리더’ 통신사의 두 기자가 팔루자 지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 5일간 수많은 인터뷰에서 이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미국에 모반을 일으키려고 하는 사람에 바트당 당원이나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친척이 상해를 입고 살해당했기 때문에, 아니면 가택 수색이나 도로 봉쇄로 모욕을 당했기 때문에 싸우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한 여성은 자기 남편이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나무 궤짝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집에서 끌려갔다고 한다. 그 궤짝은 불쏘시개로 이용하기 위해 구입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야말로 테러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미군 병사가 내 눈에 띄면 그 놈들의 멱을 따버리고 말겠어.”  

그 기자들에 의하면,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아트 아길리아 마을의 주민은 농부 두 사람과 다른 마을에서 온 다섯 사람이 밭에서 자라고 있는 해바라기와 토마토, 오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미국 병사들의 발포로 죽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 해방자(liberators)로 환영받으리라는 말을 들었던  미군은 적대감을 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포에 떨며 점점 불안에 떨고 있다. 이라크에 계속 주둔해야 하는 데 대한 미군 병사의 분노와 관련된 보도도 있다.  

7월 중순 ABC 뉴스의 기자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는 제가 만든 지명 수배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요.” 미국 정부에 의해 인쇄된, 사담 후세인이나 그의 아들, 이라크 전 정권의 지명 수배 인물의 사진이 찍혀 있는 트럼프를 말하는 것이다. “제 트럼프의 에이스들은 폴 브레머, 도널드 럼즈펠드, 조지 부시, 폴 월포위츠예요.”

이제 이 병사의 심정이 미국의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실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단지 13%의 미국인이 전쟁이 나쁘다고 말했지만, 7월 4일에는 42%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8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49%의 국민이 전쟁이 잘못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점령(occupation of the United States)’이라는 문제가 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으면서 우리가 바로 점령된 국가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몇몇 외계인(alien)이 미국을 점거했다. 

멕시코의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들은 이민 담당 관리들의 손길을 모면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있다. (짓궂게도 그들이 넘어가려고 하는 그 국경은 바로 1848년 미국이 멕시코에게서 강탈한 토지다.) 그런 멕시코 노동자들은 결코 나에게 외계인이 아니다. 미국인 가운데 2천만 명의 사람들이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가 없음으로 말미암아, ‘애국법(Patriot Act)’에 의해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집 밖으로 끌려 나가고 무기한 구속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결코 나에게는 외계인이 아니다. 나에게 외계인이란 워싱턴의 권력을 장악한 소규모의 사람들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나는 정당한 방법으로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의 손아귀에 이 나라가 장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람의 생명에 대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유에 대해서 아무것도 고뇌하지 않는 사람들, 이 지구와 물과 공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어떤 세계를 남길 수 있을는지 걱정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엄청나게 잘못되었으며,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국가가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거짓말이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커다란 거짓말은 미국이 ‘대테러전쟁’을 벌이고 있으니까 미국이 하는 모든 행위가 용서되리라는 거짓말이다. 이 거짓말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전쟁 그 자체가 테러라는 사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해서 가족들을 끌고 가고 고문을 가하는 일 자체가 다름 아니라 테러라는 사실,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폭격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를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훨씬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 등등.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1년 전 브뤼셀에서 나토의 장관들에게 행한 연설 내용을 검토해보면,  이 정부가 ‘대테러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실도 있다.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다. 현재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있는 것이다. ... 왜냐면 증거의 부족은 증거의 부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무언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무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다시 말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 해도, 그것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 역자 주)

이 정부는 9.11의 범인을 어디서 찾아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폭격해서 수천 명의 인명을 살해했으며, 수십만 명의 난민을 만들어내었다. 그런데도 범인이 어디에 있는지 여전히 모르는 상태다.

이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라크를 침략했고 폭격했다. 세계에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수천 명의 일반 시민들과 병사들을 살해했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누가 테러리스트인지, 누가 테러리스트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을 관타나모 기지에 감금했다. 이미 그곳에서는 스무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 테러리스트인지 어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장관은 2천만 명의 사람들한테서 헌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를 빼앗았다.

이른바 ‘대테러전쟁’이란 다른 나라의 아무 죄 없는 국민들에 대한 전쟁일 뿐만 아니라 미국인 자신에 대한 전쟁이기도 하다. 그것은 우리의 자유에 대한 전쟁이며, 우리가 지니고 있는 삶의 기준에 대한 전쟁이기도 하다. 국민들한테서 훔쳐낸 국부(國富)가 최상층의 갑부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의 목숨도 강탈당하고 있다. 도적떼가 백악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 조사의 결과를 보면, 그들 가운데 60% 정도의 사람들이 항상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나온다. 나는 이것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콜린 파월이 유엔에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 연설한 뒤, 나는 워싱턴 D.C.에 있는 아프리카계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나눈 적이 있다.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눈 뒤, 시청자한테서 여덟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래 내용은 그때의 전화 내용을 메모한 것이다.

존: “파월의 말은 정치적인 쓰레기예요.”

다른 전화: “파월은 지금 게임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의 지위가 높아지면 그렇게 하게 마련이지요.”

로버트: “만약 우리가 전쟁을 하게 되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을 것입니다.”

카린: “파월이 말한 것은 개떡 같은 이야기입니다. 전쟁은 미국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수잔: “강대국이 된다는 게 뭐 그렇게 좋은 일이라고...”

테리: “모든 게 석유와 관련된 일이에요..”

다른 전화: “미국은 제국이 되는 길을 찾고 있지만, 로마 제국이 멸망했던 것처럼 망하고 말 겁니다. 알리가 포먼과 싸웠을 때를 기억해 보세요. 그는 잠을 자고 있는 듯이 보였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나워졌잖아요. 사람들도 머잖아 눈을 뜰 거예요.”

베트남 전쟁과 달리 사상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정부가 전쟁을 잘 치루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과 달리 불과 수백 명의 사상자밖에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전투의 사상자가 전부가 아니다. 전쟁이 끝났을 때, 병이나 정신적 외상으로 말미암아 사상자는 계속 증가한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퇴역군인들은 베트남에 뿌려진 고엽제(Agent Orange)로 말미암아 가족들에게 갖가지 기형이 생겨났다고 보고한 바 있다.

걸프 전쟁에서 전투 희생자의 수는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걸프 전쟁 이후 10년 동안 8천 명의 퇴역군인들이 사망했다고 최근 퇴역군인 당국은 보고하고 있다. 걸프 전쟁의 퇴역 군인 60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이 전쟁에서 정부가 사용한 무기에 의해 생겨난 병과 관련해서 고소장을 제출했다.(열화우라늄탄을 말함, 역자 주) 이번 전쟁에서도 부시가 이른바 이라크를 해방시키기 위해 보낸 남녀 병사들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와 관련된 병을 안고 귀국하게 될는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인간 존재는 결코 자연 상태에서는 폭력과 테러를 지지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생명과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믿을 때에만 폭력과 테러를 지지할 뿐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그런 게 아니다. 부시는 미국 국민들에게 사담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반정부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우리들을 지지하고 있다. 2월 15일 전 세계에서 항의 행동에 나선 천만 명의 사람들을, 미국은 무기한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의 힘이란, 아무리 갖가지 무기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아무리 예산을 마음먹은 대로 운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눈에 정부가 합법성이 없을 때, 집권은 계속될 수 없다.  

우리에게 요청되는 모든 비폭력행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행동에는 소소한 행동, 대담한 행동이 따로 없다. 사회변혁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행동의 역사다. 어떤 정부도 억누를 수 없는 하나의 힘을 창조하기 위해 중대한 시기에 힘을 결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바로 그런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원문은 http://www.progressive.org/oct03/zinn1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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