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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라크 철군 논의 없는 유일한 나라"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6/06/21 [08:42]
- 자르카위는 미국이 만든 신화일 뿐
- 이라크에서 미, 영 빼면 한국 최고
- 한국, 이라크 철군 논의 없는 유일한 국가
- 국회가 자이툰 부대 철군 일정 논의해야

신율 진행자 : 일본 육상 자위대 철수의 이유는?

참여연대 이태호 합동처장 : 형식상의 이유는 재건이 끝났다고 하지만, 사실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위대 부대에 대해서는 작년 이래로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왜 재건도 안 하면서 여기 웅크리고 있느냐, 도대체 뭐하러 온 거냐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는 점에서 재건 지원을 했다거나 재건 지원 역할을 끝냈다는 건 말이 안된다. 현실적으로는 이라크 치안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육상 자위대는 직접 경계를 서는 군인은 아닌데, 일본을 호위해주던 영국 병력과 호주 병력이 지역에서 철수하게 되는 조건 때문에 작년부터 올해 5월이나 6월에는 일본 육상 자위대도 함께 철수하리라는 점이 알려져왔다. 그런 게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신율 : 지금 이라크 상황은?

이태호 : 이라크 현지 소식통이나 파병국들 내에 익히 확인되어왔던 것인데, 사실 이라크 내에서 반미 여론, 혹은 반다국적군 여론은 지난 3년간 계속해서 악화되어왔고, 특히 반다국적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은 3년 동안 80%대를 유지해왔다. 단 한 순간도 다국적군이 이라크 내에서 환영받은 적은 없었다. 특히 재건 지원도 약속한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다국적군의 존재가 이라크 내에서 무장갈등의 원인이 되고, 이라크는 세속적인 국가였는데 다국적군이 들어오면서 회교근본주의적 저항 세력들이 강화되면서 이라크 치안이 너무 불안해지기 때문에 저항세력은 저항세력 나름대로 다국적군이 떠나기를 원하고, 시민들은 예전의 이라크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지고 있다. 무장갈등의 원인 제공자인 다국적군이 없어지면 오히려 자기들끼리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열망이 강화되는 것이다.

신율 :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 문서의 내용은?

이태호 :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사관에 근무한다는 걸 주변에 알릴 경우 사실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근본주의적 이슬람 전통이 강해지면서 여성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고, 히잡을 사용하지 않고 양장을 입고 다닐 경우엔 공격 목표가 되고 있고, 남자들도 반바지를 못 입게 한다고 한다.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해 미국식 민주주의가 전파되고 있다는 건 사실과 다르고, 이라크 내에서 미군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장담과는 달리 현지 대사관은 절망적으로 이라크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율 : 국내 언론에서는 이라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태호 : 자르카위가 이라크 저항 세력의 중심이라든가 자르카위가 제거되면 이라크 상황이 안정된다는 건 사실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과 영국이 만들어낸 일종의 신화 같은 것이다. 자르카위라는 인물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정보가 엇갈리는 등 확인할 길이 없고, 심지어 자르카위의 상징적 존재를 미군이 계속 키워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르카위 제거 이후 이라크가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라크 정세는 자르카위 제거와 상관없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또한 저항세력도 자르카위를 중심으로 집결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 제거한 것이 저항세력 전부도 아닌 바에야 이것이 가져올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자르카위와 깊은 관계에 있던 세력들은 더욱 강력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르카위 제거를 이유로 이라크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마치 후세인이 잡혔기 때문에 이라크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던 분석만큼이나 정확성이 없다.

신율 : 일본이 철군하면 이라크에 남아있는 나라는?

이태호 : 미국과 영국, 그리고 제3의 파병국인 한국이 있다. 폴란드는 올해 1월부터 철수하기로 했다가 조금 연기하지만 철수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다. 이태리도 2006년부터 철수를 예정하고 있었고, 특히 베를로스코니 정권이 교체되면서 파병은 중대한 실수였다는 정치적 입장이 있기 때문에 곧 철군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군은 상당히 많이 있는 것 같지만 전쟁 초기에 1500명이었던 것이 슬금슬금 빠져서 400명 정도가 있고, 이번에 일본군과 함께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국방부 자료에서 2006년 말이면 미국과 영국과 한국을 제외한 15개 국가 2800명 정도가 남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맞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모든 파병국가의 병력이 1000명을 감축해서 2500명 정도 있는 한국 자이툰 부대와 비슷하거나 한국이 더 많은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신율 : 우리 정부는 철군 계획이 없는 것 같은데?

이태호 : 우리 정부는 1000명을 감축한 것이 철수의 시작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그냥 1000명만 감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나 의회 일부에서 철군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했지만 철군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파병국가 중에서는 철군 일정에 대해 정부나 국회가 논의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신율 : 어떤 상황을 보겠다는 것인가?

이태호 : 우리도 그걸 모르겠다. 어떤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군이 철수할 수 있는지 그 조건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고, 다만 재건 지원이 충분하다면 빠질 수 있다는 사실상 설득력이 없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신율 :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

이태호 : 작년 연말에 파병 연장을 했을 때 국회 본회의 찬성토론 과정에서 국회의원 두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조성태 의원이 "사실상 철군이라고 본다"라고 말했고, 김성곤 의원은 "내년 6월이면 이라크에 합법적인 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철군 일정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니 연장을 동의해달라"고 국회의원들에게 동의를 호소했다. 물론 찬성 발언일 뿐이지만 핵심은 국회가 철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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