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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정과 오륙도 양산하는 실업대책
40-50대 가장들의 실직은 가정붕괴로 이어져
 
배정원   기사입력  2003/08/12 [11:49]

▲ 40.50대 가장들의 실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요새 유행하는 유머에 사오정, 오륙도, 그리고 육이오 세대가 있다.
오륙도란 회사에서 56살까지 근무하면 도둑놈이란 이야기이고, 사오정이랑 45세에 퇴직하는게 정(올바르다) 라는 뜻이며, 625는 '62세까지 회사에서 일하면 오적으로 꼽힌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62세까지는 근무하는 것을 나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댄 표현이다. 그렇다고 20-30대는 취업문이나 경제활동이 활발하냐면 그렇지 않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의 1.4분기 실질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동기 대비 1.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체감하던 경기침체가 통계적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의 6월13일자 통계발표를 보면1.4분기 실질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실질국민총생산(GDP) 성장률 3.7%를 훨씬 밑도는 -1.8%라고 한다. 이와 같은 감소규모는 1998년 4.4분기의 -7.2% 이후 가장 큰 것이며 2000년 4.4분기의 -0.6% 이후 재등장한 감소세다.

DJ정권시절 회심의 경제회생정책이었던 신용카드 사용촉진으로 유발된 ‘플라스틱 버블’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질국민총소득(GNI)의 마이너스 성장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성장엔진을 식힐 우려가 있다고 경제계는 보고있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지표’라는 자료를 보면 1990~99년 동안의 평균실업률이 한국 3.2%, 미국 5.8%, 독일 9.4%, 일본 3.1%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1997년 기준 농림어업부문 취업자 비중은 한국 11.3%, 미국 2.7%, 독일 2.9%, 일본 5.3%로 나타나고 있으며 자영업주 및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은 한국 37.3%, 미국 8.2%, 독일 10.9%, 일본 17.5%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8%를 정점으로 매년 낮아져오던 실업률이 금년에는 지난해 3.1%보다 높은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전망치 또한 올해 성장률을 4.1%로 가정한데 기인하고 있어 실제실업률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증대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당폭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로만 봐도 어려운 경제상황에 처해있는 한국이 유독 실업률만은 왜 미국이나 독일보다 낮은 것일까. 구미 선진국에 비해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에 기인하나 우선 실업률 통계 작성기준에서도 선진국통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만 15세 이상의 인구를 경제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인구로 보는 경제활동 인구조사에서 현역군인, 공익근무 요원, 전투경찰, 교도소 수감자 등을 제외해 실업자의 통계에서 아예 제외해버리는 것이 한 요인이다.

이와 같은 경제활동 인구 통계 중에서 실업자를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에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해 보았으나 수입이 있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일이 있으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취업구조나 고용관행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비농림어업 부문에 비해 실업발생 가능성이 낮은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전체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총취업자 중 자영업주 및 무급가족 종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용의 질적인 면에서는 취약하나 실업률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실업보험 제도 및 직업알선 기관의 미발달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미흡하더라도 가급적 현 직장에 근무하려 하고 실업시에는 적극적으로 취업하거나 자영업을 영위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실제로 한국에 가보면 지하도나 골목이 온통 조그만 상점으로 넘쳐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한국은 외국인이 보면  통계적으로나마 실업률이 매우 낮은 경제적으로 안전한 사회로 보인다.

IMF 이후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여력이 크지 못한 반면 고용시장에는 신규 대졸자, 취업 재수생 그리고 실직자들이 얼마 되지 않는 자리를 찾아 경쟁해야하는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 정말 대학을 나와도 취직 못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는 취업재수생들과 사오정이란 미명아래 한창 나이에 쫓겨나 가족의 눈치를 보는 40. 50대 가장들의 한숨이 가득 찬 나라처럼 보인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수입을 목적으로 매월 15일이 들어있는 1주일 동안 1시간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하는 실업통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의 경우 전체실업률 3.3%의 두 배 이상인 7.2%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20대는 실업과 신용불량으로 괴로운 미래가 어두운 세대이다.

IMF사태 이후 세대교체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50대를 거의 싹쓸이하여 자리는 비었으나 기업들은 신규직원 채용보다는 인력감축, 비정규직 고용 등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의 힘을 이용하여 집단이익만을 보호한다는 비난도 있다. 따라서 20대들의 취업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으로 재취업이 매우 힘들뿐만 아니라 실업보험제도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한국에서 조기퇴직을 당한 50대 가장들은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다.

50대 폐기현상은 빠르게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돼 가고 있다. 일자리를 상실한 50대들이 자식교육과 결혼 등의 집안 대사를 앞두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미 자살과 가정의 붕괴 등의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인간의 생존의 기반인 일터에 대한 치열한 전쟁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고용과 노동에 대해 정부의 보호가 줄어들고 경쟁력이라는 시장의 원리가 더욱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 자신의 인적경쟁력 강화가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실업문제에 대해 경기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인턴제 확대, 직업훈련, 재취업교육과 같은 미시적 보호조치는 단기적이며 미봉책이지, 결코 실업의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정부는 국가경제의 가장 기초 주체인 가계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따라서 가계생활을 보호하는 소득정책 또한 병행되어야만 한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영국 웨일즈난민협회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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