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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당한 국민의 꿈과 미래, 누구에게 청구하나
[각골명심의 길거리칼럼] 시뮬라르크에 굴절된 희망, 미래가 없다 1
 
각골명심   기사입력  2007/11/15 [01:45]
달에는 정말 토끼가 살까
 
어둡고 까만 밤의 하늘에는 둥그런 달이 있고,
그 달에는 털이 하얀 벙어리 토끼가 살고 있다고 했다.((달과 토끼 중에서))
 
▲지난 3월 작고한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    
지난 3월 작고한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사회의 본질은 실재가 아닌 파상실재로 전환된 사회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기실 그러한 시뮬라리옹에 의해 인위적으로 대체된 가상실재, 즉 시뮬라르크의 미혹속에 놓여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이론에 의해 바라보면 한국의 정치영역에서 '왜 우리의 꿈과 현실은 항상 어긋나기만 하는가'에 대한 작은 이해와 논리적 귀착점을 얻을 수 있다.
 
선문답을 하자는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슨 철학적 광대놀음을 하자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단지 우리가 지금 발딛고 있는 현실과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2007 대선판과의 심한 괴리사이에는 어떤 불가해한 함수관계가 있기에 이지경까지 되었는가에 대해서만은 반드시 한번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모사된 현실, 왜곡된 민주주의
 
가정해 보자. 혹시말이다. 사물이 기호로 대체되고 현실이 모사를 통해 실재를 지배하며 보다 발전된 자본과 과학의 힘은 이렇게 모사된 우리의 현실을 더욱 손쉽게 가공하여 작금엔 실재보다 더욱 실재같은 극실재(하이퍼리얼리스트)의 공간속에 우리 모두를 가둬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매트릭스의 세계처럼...

생각해 보라. 하루 12-14시간을 꼬박 일해서 간신히 88만원을 손에 쥐어주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도 저잘난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장미빛 성장지상주의 긴 머리띠를 두르고는 세계7대 경제강국이니 FTA 신세계니 하면서 여전히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떡방아 찧던 '달의 꿈'을 역설하기 바쁘다. 그런데 희망은 무슨 희망, 미래는 무슨 개뿔...
 
오늘 당신이 특정 정치인에 투사하여 꾸는 꿈들은 과연 얼마나 현실적인가. 실체는 있는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하여, 그곳이 토끼는 커녕 온통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먼지와 바위투성이뿐의 불모의 땅이라는 것이 밝혀지던 날, 그때 우리는 통렬히 깨달었어야만 했다. 본디 실재에 기반하지 않은 헛된 희망과 꿈의 댓가는 깨어났을때 보다 혹독한 법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못본체하면서 순전히 패거리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단일화가 깨지던 날, 원래 '타협과 양보는 민주주의의 미덕'이라고 나불대던 그들의 입을 기어코 찢어놓아어야 했다. 도대체 왜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했어야 했는가. 도대체 그 질곡의 역사를 뚫고 어떤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했단 말인가 말이다.

▲경찰의 차벽으로 텅 빈 광화문 네거리... 어느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대자보
 
2002년 그리도 서민의 눈물을 이해한다던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탄생하고, 출범하자마자 뒤로는 삼성과 뜨거운 포옹하며 앞으로는 비정규직 악법을 밀어부칠 때, 사실은 탄핵반대의 촛불을 들게 아니라 '분노의 촛불'을 들었어야 마땅했다. 민주주의가 인간의 노동아닌 자본과 결합했을 때, 결국 그 결과는 민주주의를 빙자한 비정한 '금권민주주의'로 변질된다는 것을 그들은 과연 몰라서 그랬던 것일까.
 
강탈당한 국민의 꿈과 미래
 
해서 2007년, 마침내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작금의 현실은 그 얼마나 한심한가. 그 얼마나 참담한가. 벌써 애저녁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할 군사독재세력이 이제는 마치 자신들의 '주머니속 권력'이라도 된듯이 누가 더 '원조'인가를 놓고 싸움판을 벌리는 역사의 아이러니 앞에 당신들은 도대체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가.
 
실패했다, 철저히. 당신들은 그래도 여전히 스스로 민주, 개혁, 평화세력이라 자임하지만 국민이 보기엔 단지 '후안무치'에 '낙장불입'일 뿐이다. 장황하게 실패의 근거를 들이댈 것도 없다. 단하나, 저렇게 '수구보수의 전성시대'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당신들은 더이상 변명의 여지없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자 명백히 실패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정략적 이혼과 재결합의 이합집산이 결코 당신들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국민이 모르모트인가. '원칙'과 '대의' 없는 '잡탕당'의 교훈을 당신들은 벌써 까맣게 잊었단 말인가. 국민은 더이상 당신들의 어설픈 '정치실험'에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올바른 정치란 '실험'이 아니라 명백히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강탈당한 국민의 꿈과 미래는 도대체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나...
 
[첨언] 이 글은 다음편, 시뮬라르크에 굴절된 희망, 미래가 없다[2]-'마음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내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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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1/15 [01: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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