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울산 지방경찰서장이 백의종군 하시라
[시론] 밀양 집단성폭행사건 수사는 공권력의 의식지체 현상 폭로한 것
 
이동연   기사입력  2004/12/14 [10:29]
밀양지역 일부 고고생들에 의한 10대 여학생 집단 성폭행을 수사하면서 경찰은 성폭행만큼이나 큰 상처를 피해자와 여성들, 그리고 의식있는 국민들에게 남겼다 
   
종이신문만이 판을 치던 과거 같으면 밀양 집단 성폭행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비인권적 작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하고 덮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경찰들의 성폭력에 대한 봉건적 시각과 태도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온라인에서부터 일어나자 급기야 주무경찰인 한정갑 울산 지방경찰청장까지 13일 울산지방경찰청 홈페이지(www.uspolice.go.kr)에  수사과정의 미흡한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게 되었다. 아마 이런 추세라면 결국 경찰청장, 아니 내무부장관까지 사과해야할 사태로 발전할 것 같다.
 
▲밀양사건 재발방지와 피해학생들을 위한 촛불시위 안내 포스터     ©인터넷 이미지
한정갑 울산 지방경찰청장의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면서 부당한 중심권력을 해체하며 음습한 뒷거래를 투명하게 밝혀내는 분권적 네트워킹 사회에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공권력 의식 구조의 한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제의 무단통치와 군사정권의 수직적 질서체계에 길들여져 출세해 온 임명직 공권력들이 언제까지 의식지체 현상에 머물며 온라인 세력들에게 떠밀려 뒤늦게 사과하고, 뒤늦게 정신차리면서 허둥대려는가?
 
이번에도 만일 온라인의 거센 항의와 자발적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밀양성폭력사건은 몇몇 수사경찰들의 취향이 뒤범벅이 된 채 종결되었을 것이며, 유사한 성폭력 행태의 방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밀양 성폭력사건은 그 사건자체를 뛰어넘어 아직도 개발 독재시대의 멘탈리티를 지니고 정보화 시대의 인민들의 관계를 교통 정리하려는 임명직 고위공권력들의 의식 지체 현상을 진일보시키는 일대 의식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민중의 지팡이란 경찰관이 경찰을 믿고 신고한 피해자에게 “.. 꼬리치며 좋아서 찾아간 것이 아니냐, 내가 밀양이 고향인데 니네들이 밀양물 다 흐려놨다”는 폭언을 퍼붓고 가해자들을 일렬로 세운 다음 성폭행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골라내라고 하여 피해 학생에게 아예 보복을 각오하고 범인을 집어내라는 식의 정신 나간 수사기법을 동원하는지 상상이 안간다. 
 
또한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닌 경찰서 뒷문 마당에서 가해자 가족들로부터 피의자들이 '이렇게 (신고)하고 제대로 사나 보자. 몸조심 해라"는 협박을 받을 수 있도록 방치했는가? 그 지엄한 공권력의 뒷마당에서 민일 일반인들이 공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당장 공무 집행방해죄로 잡아넣을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이 전 국민적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한 노래방 도우미가 인터넷 포털싸이트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일부 형사들은 만취상태에서 '누구와 닮았네', '밥맛 떨어진다', '그럼 동생얘기를 할까요' 라며 다시 실명을 거론하며 폭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다. 아직도 대한민국 경찰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일제시대와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의 역사를 같이해 온 경찰이라 해도 이럴 순 없다.
 
물론 모든 경찰이 다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호가호위적 사고를 가졌다고 볼 순 없다. 또한 묵묵히 자기의 소임을 다하는 경찰관이 더 많다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늘상 이런 류의 질책이 나갈 때면 상투적으로 쓰는 첨언을 언급하기조차 민망하다.
 
한정갑 울산 지방경찰청장에게 부탁한다.
 
이순신 장군이 원균의 모함을 받고도 백의종군하여 애국의 길을 걸었듯이 청장께서도 청장실에서 나와 밀양성폭행사건을 직접 수사하라. 
 
더구나 청장은 누구의 모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어처구니 없는 경찰들의 수사관행의 행태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다.
 
우리는 한 울산 지방청장이 정복을 벗고 수사 현장을 뛰며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민심을 어루만져 주는 백의종군을 기대한다.
 
청장은 보고만 받지 말고 인권수사가 무엇인지, 정보화시대의 경찰의 수사 태도가 어떠해야되는지를 부하 형사들 앞에 시범을 보여 주라. / 편집위원. 
 
* 필자는 미래 신화사상가. 한누리교회 목사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12/14 [10:2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