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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교조 죽이기' 2탄…교과부 연구결과 논란
노동연구원 "전교조 많으면 수능점수 하락"… "짜맞추기 조사" 헛점 노출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19 [17:34]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 용역을 받은 한국노동연구원이 19일 '전교조 교사의 비율이 높은 학교일 수록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떨어지고, 전교조 활동에 대한 국민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일부 자료의 부분적 데이터만 대입해 이른바 '짜맞추기식' 분석결과를 내놓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으나, 무엇보다 지난해 '전교조 무력화' 비판을 야기했던 교과부 발 '학교단위 신교원노사문화 정착방안연구'의 2탄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 연구용역 받은 노동연구원, "전교조 교사↑, 수능성적↓"
 
이같은 조사결과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동 CCMM빌딩에서 열린 '교원 노사관계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됐으며,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로 부터 이와 관련한 용역을 받아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이날 조사 내용의 골자는 전교조 교사 수 대비 수능성적 간 상관관계.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전교조와 학업성취도 간 상관관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증가할 경우 학생의 수능 점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육희망)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한 학교의 전교조 교사 수가 10% 증가하면 언어영역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는 각각 0.5~0.6점, 1.1~1.3점 하락한다고 밝혔다. 또 외국어영역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의 경우도 각각 1.1~1.3점, 1.5~2.0점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담임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와 수능성적은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며 "교원노조 가입률과 수능성적과의 부정적 상관관계는 교사 개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 경영 등 집단적인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장원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 달 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2.7%가 '전교조 활동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공감한다'는 23.2%로 나타났다.
 
또 시국선언 참가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거부, 통일운동 교육과 교원평가제 거부 등 전교조의 핵심 활동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결과 곳곳서 '헛점'…5년치 횡단분석 자료 중 1년치 데이터만 활용
 
이인재 교수의 분석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4년 발표한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조사를 근거로 한 것으로, 당시 개발원은 일반계 교고와 학부모, 담임선생 등을 대상으로 재산상태에 따른 학업성취도와 향후 진로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개발원의 KEEP 조사가 '상관관계 분석'이며 이 교수가 1차년도의 데이터만 갖고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 내용을 향해 곱지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전국에서 고등학교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광주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책논평을 통해 "전교조 교사가 많을수록 수능성적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수능성적이 낮을수록 전교조 교사가 많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후자의 경우라면, 전교조 활동은 긍정적"이라며 "결국 열악한 지역이나 뒤쳐진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많다는 것으로, 사회양극화와 교육양극화의 시대에 전교조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조사결과를 비판했다.
 
여기에, 2004년 부터 2008년 까지 총 5차년도 데이터를 담고 있는 KEEP 조사는 이른바 '종단분석'을 목적으로 설계됐으나, 이인재 교수의 연구는 첫 해(2004년)의 자료만 갖고 '횡단분석'을 했다는 점에서 '의도적 왜곡'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연구하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라며 "전교조를 트집 잡기 위한 상상력을 동원한 자의적 해석"이라고 맹비난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 역시 "한 해 데이터만 활용한 횡단분석, 인과관계분석이 아닌 상관관계 분석이기 때문에 섣부른 해석은 곤란하다"며 "수능성적이 낮을수록 전교조 교사가 많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진보신당은 전했다.
 
교과부 발 '전교조 무력화' 2탄…"불순한 의도로 짜맞추기식 조사"
 
한편 전교조(위원장 정진후)는 이날의 조사발표를 '학생과 학부모로 부터 전교조를 분리시키기 위한 악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27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의 단독 공개로 세간에 알려진 <학교단위의 '新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 연구> 보고서를 거론한 뒤, "교과부의 반복되는 행동이 전교조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향해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 지난해 10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공개한 교과부의 연구보고서.     © 조승수 의원실 제공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해 3월 부터 8월까지 '교원노조에 대한 기본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정책연구개발사업을 진행했으며, 여기엔 전교조 활동을 '권력 추구 목적의 정당유사조직'으로 규정한 뒤 이에 따른 '대항논리'의 습득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야권과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 보고서가 "교과부 이주호 제1차관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었으나, 교과부는 "연구진의 분석 방법일 뿐 교과부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논란은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교과부 용역을 받은 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가 이날 발표되면서, 정부는 제2의 '전교조 무력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실제로 전교조는 19일 논평에서 오늘의 발표는 '학교단위 신교원노사문화 정착방안연구'의 2탄이라고 성토했다.
 
전교조는 "이번 용역보고서는 '학문과 연구'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교과부의 마타도어에 불과하다"며 "교원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억압하고, 교원노조를 통제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짜맞추어 졌음이 보고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교과부가 용역을 주어 발표한 이번 자료 역시 그 내용의 부실함과 오류 등으로 또 한번 교과부의 7천만원짜리 헛발질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교과부는 이러한 시도는 헛발질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교조는 안병만 장관을 향해 "진정으로 전교조와 바람직한 교원노사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해당 주제를 갖고 전교조 위원장과의 '지상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엉터리 연구보고서 뒤에 숨어 국민들을 혹세무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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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9 [17:3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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