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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기계적 통폐합에 반대한다
[시론] '공유, 참여, 개방‘ 빠진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동의못해
 
이준희   기사입력  2007/05/30 [15:31]
오늘날 우리 정치와 언론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언론과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바로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고, 정치가 정치답지 못하는 점이다. 언론이 정치를 하고 있고, 정치가 언론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국민은 대상물이 되었고, 상품으로, 표밭으로 전락해 있다. 핵심은 무엇인가? ‘정치가 정치(政治)다움을 회복해야 하고, 언론이 언론다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요소들의 소통과 공감, 개방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참여는 본질을 잃어버리고, 정략적인 구호로 떠돌고 있고, 선전 나팔만 요란하다.
 
▲언론연대와 한국PD연합회,언론노조는 30일 오전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어떻게 볼것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박철홍
 
지난 4년 반 동안 우리 정치와 언론 환경을 보면 ‘친노’, ‘반노’, ‘친한’, ‘반한’ 등과 같은 극단적인 이분법이 지배하는 구조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오고 있다. 언론의 질은 얼마나 향상되었고, 정치의 수준은 얼마나 높아졌는가? 이처럼 오늘날 정치와 언론 환경의 현상과 본질에 있어서 그 본질적인 가치는 실종이 되면서 색깔과 계파만이 온 나라를 점령하고 있는 형국이 유지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실 통폐합 또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도 그렇다. 소통과 공감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성토를 받고 있다. 이 대목이 부족했음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말이 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다. 물론 이 정부 5년 동안 조폭적 언론에게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이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무현식 원칙과 상식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는 국민과 함께 갔지만, 지금은 홀로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을 끝까지 지지하는 세력이 있지만, 대통령의 홀로 섬의 원인과 책임이 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 정부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지점에 서 있음은 분명하다. 타고난 검투사의 승부근성을 노 대통령은 이번 기자실 통폐합에서도 여실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투의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예단이 쉽지 않다. 
 
정부가 언론을 바로 잡겠다는 생각은 해서도 안 되고, 혹시 해 왔다면 이제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말 안 듣는 언론을 때려잡는 일이 아니다. ‘언로(言路)를 트고, 언로를 바로 닦는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말 안 듣는 언론을 잡는 일은 국민과 언론사, 언론인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언론의 자화상은 초라하다. 언론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지 않고 있음으로 인해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자초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언론이 맘에 안 차니, 군기를 잡겠다고 나섰고, ‘각종 브리핑’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각종 브리핑이 공짜라는 사실이다. 공짜이다 보니 그 진가를 몰라서 그런지, 이제 국민은 거들떠보지 않고, 공무원들의 놀이터, 필수전공이 되었다. 각종 브리핑은 청와대나 국정홍보처 웹 사이트뿐만 아니라 포털, 연합뉴스, 뉴스와이어, 공무원 블로그 등 인터넷 상에서 어디를 가든 만나 볼 수 있다. 획일화된 각종 브리핑들로 넘쳐나고 있다.
 
감동의 정치와 정책, 감동을 주는 개방과 공개, 감동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기계적인 브리핑 룸 통폐합만으로 노무현 정권의 언론정책이 성공하긴 어렵다. 홀로 가는 길은 그만큼 어렵고 외로운 만큼 언론과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비판의 지점이 무엇인지 겸허하게 인정할 사항은 인정하고 과감하고 고쳐야 한다. 언론사와 기자들을 탓하려면 정확한 근거와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기사송고실의 기자실화’,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 침입’으로 개방형 브리핑제의 폐단이 나타나서 이를 개선하려고 기자실을 통폐합하게 됐다고 설명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유, 참여, 개방’, 이는 웹2.0시대의 모토이다. 이번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는 이런 시대정신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식 원칙과 상식은 지난 "2002년 '시대정신'이었다"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정체된 원칙과 상식으로 ‘공유와 참여, 개방’을 이끌 수 없다. 알맹이가 빠진 기계적 통폐합에 반대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지난 5월 23일, 한 인터넷 관련 업체가 개최한 ‘비즈니스 블로그 서밋’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는 블로그 활용 마케팅의 실례가 소개되었다. 주인공은 문성실 씨라는 주부 블로거였다. 그는 자신의 요리 비법과 소소한 일상사를 블로거에 3년간 올렸고, 인터넷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크게 화제를 몰고 온 인물이다. 인터넷 요리 비법은 책으로 출판되었고, 각종 기업에서 그를 채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우황청심환을 먹고 강사로 나왔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었다. 소개한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     ©박철홍
“기업이 당장 해야 할 일이 블로그를 만드는 일은... 아니 이것보다 선행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정말 소비자가, 그리고 블로거들이 인정하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시기 바랍니다. 그 물건의 가치를 아는 블로거들은 모여들 것이고, 일부러 광고하지 않아도 그 가치를 인정하는 분들로 알아서 소문을 내 줄 것이 확실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와 언론에도 반드시 필요한 말이다. 정부와 언론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기계적으로 브리핑 룸을 통폐합하고, 이에 대해서 무조건 목소리 높여서 싸울 일이 아니다.  정말 국민이 인정하는 좋은 물건(좋은 정책과 좋은 기사)을 우선 만들어 내야 한다.

정부가 정보를 은폐하고, 질 낮은 정책과 브리핑으로 언론을 상대하고 있고, 이에 반해 유력한 언론사들은 민중의 삶과 참다운 국익의 편에서 공명정대한 기사를 생산하지 않고 정략적인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둘 다 비난받는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정책을 내놓고, 실현해야 한다. 언론 역시 올곧은 기사를 생산하고, 가치 있게 보도해야 한다. 

* 글쓴이는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입니다.
* 본문은 5월 30일 언론연대, 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 등이 주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어떻게 볼 것인가’긴급토론회 토론문을 보완한 것입니다.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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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30 [15: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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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디 2007/05/30 [20:27] 수정 | 삭제
  • 가 왜 설득력을 잃어가는지에 대해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와중에 이준희 기자의 시론을 접한 것은 어쩌면 행복이다. 꼭 조중동의 프레임이다. 그렇게 욕질하던 조중동을 닮았다는 소릴 들으면 아마 성질이 날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조중동과 똑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화를 낸다.

    과 관련해서도 이 기자에 대해 실망하였다. 이제는 이준희 기자의 자질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