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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조선 동아의 참주선동에 넘어갔다”
언론단체 신문법 위헌규탄 기자회견,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강화 밝혀
 
도형래   기사입력  2006/06/30 [14:45]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제기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등의 위헌소송에 대해 29일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일부 위헌판결을 내리자 언론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헌재의 판정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아래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공동대표 김영호 이명순),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불법 경품 및 무가지 제공행위가 정녕 사라졌다 믿을 만큼 순진한가"라는 등의 성명을 통해 헌재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의 위헌판결을 비판한데 이어 30일에는 헌재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었다.
 
▲ 30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4개 언론단체가 헌법재판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자보

오전 11시 30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 등 4개 단체가 모여 열린 이 기자회견에서는 "전체신문시장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한 것이 문제가 있는데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 차라리 잘 됐다"며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공동대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강력하게 규탄했다.     © 대자보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어서 들어간 조항"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또 "이번에 위헌판결을 받은 조항의 상당수는 문광위가 나중에 삽입한 것"이라며 문광위를 성토하기도 했다.
 
이명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위헌소송은 애당초 없었어야 한다"며 "아쉬운 부분을 보완해 참다운 신문법을 만들겠다"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은 "헌재는 판결 전에 충분히 관련자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홍석현 전 중앙일보 발행인의 말과 조선, 동아일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앙일보의 자연절독률은 연간 48%, 동아일보는 40% 안팎, 조선일보는 35% 정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불법판촉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언론에 피해를 입는 사람은 명예훼손과 금전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신속한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신문사에 언론자유침해 주장은 인정 못하겠다"고 말했다.
 
29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은 조항은 '시장적 지배사업자 규정(신문법 17조),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신문발전기금 지원 금지(신문법 34조 2항 2호), 가처분신청만으로도 가능한 정정보도 청구(언론중재법 26조 6항)이고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은 조항은 신문사.뉴스통신.방송사간 교차소유(1/2) 금지(신문법 15조 3항) 등이다.
 
2000년 초 시민사회로부터 시작된 신문법 제정움직임은 여야 합의하에 2005년 1월 1일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제정과정에서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와 문광부의 조항삽입, 그리고 그 사이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이른바 '보수언론'인 조중동을 비롯한 쪽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관련한 조항에 대해 반발, 조선일보는 2005년 3월에, 동아일보는 2005년 6월 위헌소송을 낸바 있다.

기자회견문 전문
 
헌재의 현명함은 시장에 대한 무지와 왜곡으로 빛이 바랬다!
 
헌재는 현명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참주선동과 왜곡을 일삼으며 위헌이라고 주장한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내용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1% 이상 소유한 주주 명단 등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두 신문은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고 강변했지만, 헌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매우 개탄스럽게도 헌재의 이런 현명함은 신문시장 앞에서 딱 멈췄다. 현명함이 무지와 왜곡으로 바뀌고 말았다. 신문에 대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헌재 재판관 7명은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에 비해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도록 하는 규제는 신문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단이 되지 못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재판관이 이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세운 근거는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언론단체.     © 대자보

먼저 고마움부터 표시하고 싶다. 우리는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때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 등을 동질적으로 취급하는 잘못이 있다는 헌재의 지적을 고맙게 수용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신문법을 입법청원할 때부터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신문으로 규정하지 않는 무료신문을 빼고 경제지와 특수일간신문 등을 모두 포함했다. '조중동' 등 거대신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참주선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헌재의 의견은 이런 우리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스포츠지 등을 빼고 종합일간지와 동질적인 신문들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 대상을 한정해 신문법을 개정하는 데 참고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들 재판관은 시장점유율을 발행부수만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되묻고 싶다. 발행부수 말고 여론상품인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평가할 수 있는 더 훌륭한 잣대가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다. 헌재는 무지함도 드러낸다. 헌재 결정문은 발행부수로 평가하는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식의 무지와 왜곡의 논리구조를 갖추고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신문법은 발행부수로 측정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정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공정거래법)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공정거래법 제2조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할 때 시장점유율 뿐 아니라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적고 있다. 발행부수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한다는 식의 헌재 논리는 의도적 왜곡이다.
 
하지만 이것도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신문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불공정 행위의 산물이라고 보거나 불공정 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특별히 크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판단에 있다. 조선과 동아를 포함한 거대신문들이 불법?탈법 경품 및 무가지 제공을 통해 신문고시를 밥 먹듯이 위반하고 있는 현실에다 대고, 재판관 7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황당한 근거들을 기반으로 헌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의 강화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지와 왜곡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헌재가 지적한 '신문의 동질성'을 참고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 강화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 신문법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헌재 재판관 7명이 신문과 신문의 소유에는 어떠한 제한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참담한 일이다. 한 신문의 지분을 49.9%까지만 소유하고 있으면 다른 신문의 지분을 99.9%까지 소유할 수 있는 신문법 조항에 대해 "신문의 복수소유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결정할 수 있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그나마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려 개정 여부를 구체적인 상황에서 입법권자의 재량에 맡긴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는 앞으로 신문법뿐 아니라 방송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등 공적인 성격을 띤 매체의 소유 규제 관련 내용을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강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이미 학계와 변호사, 언론 현업인들을 중심으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끝으로, 언론피해구제법 중 헌재가 위헌 결정을 받은 내용은 애초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입법청원에는 없었던 것임을 밝혀둔다. 여야가 심의를 하면서 수정한 것이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게 됐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는 '언론 자유는 언론사 소유주의 자유'라고 강변해온 뻔뻔한 족벌 신문들의 참주선동에 흔들리지 않은 현명함이 녹아 있다. 하지만 그 현명함은 불법.탈법 불공정 거래행위를 자행하는 족벌신문들의 행태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면죄부는 회수돼야 한다. 신문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면죄부 회수 작업에 나설 것임을 약속한다.
 

2006년 6월 3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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