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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이후, 탄저균 테러를 대비하라
생물무기 (Biological Warfare Agent) 파헤치기 (5)
 
예병일   기사입력  2003/05/01 [01:09]
▲ 화생방 훈련중인 군인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예상외로 쉽게 끝났다. 개전 후 10일이 지나면서 미군의 전쟁수행에 약간의 잡음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전쟁준비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는가 하는 잡음이 있은 후에 미군의 지상공격이 더 빛을 발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승전을 선포하기까지 일사천리로 전쟁을 수행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테러용 생물무기로 두창, 탄저균, 페스트 등을 예상하고 전쟁시작 전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한 예로 미국 정부는 각 주별로 생화학 테러 준비금 지급 계획을 세웠으며, 가장 많은 준비금을 받은 캘리포니아주는 1억 3천 4백만 달러, 2위 텍사스주는 8천 2백만 달러, 3위 뉴욕주에는 7천 9백 5십만 달러 등이 지급하여 생물 및 화학 무기 테러시 발생할 환자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데 사용하도록 하였다.

공포의 백색가루

미국비행기 다섯 대와 맨하탄의 상징이던 쌍둥이 빌딩을 하루아침에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한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에 대한 응징을 준비하고 있을 때 미국 곳곳에 백색가루가 배달되기 시작하였다. 백악관, 의회, 대법원, 국무부, 법무부, 중앙정보국 등으로 탄저균 포자가 들어 있는 백색가루가 배달되었으며, 동부 지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백색가루는 미시간,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한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고, 페루 주재의 미국 대사관과 리투아니아 소재 미국 대사관에도 탄저균 포자를 지닌 우편물이 발견되었다 (이 우편물은 미국 국무부에서 발송된 외교 우편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이 미국 곳곳으로 살생효과를 지닌 백색가루가 배달되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탄저균 대량살포에 대한 공포로 뉴욕을 비롯한 동부의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와 불안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고, 방독면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평정을 찾고 일상생활을 계속해 줄 것을 당부했으나 1814년 영국군의 방화에 의하여 문을 닫은 이후 187년간 한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는 미국 의회는 보안을 이유로 든 하원의장 해스터트에 의하여 6일간 문을 닫음으로써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의 사설에서 “국민들에게는 정상생활을 하라고 하면서 하원의원 435명은 그렇게 빨리 도망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백색가루가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탄저병이 워낙 치명적인 병이기 때문이다. 피부와 소화기에 발생한 탄저병은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 탄저균은 감염 즉시 항생제를 투여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80-9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50kg의 탄저균 아포가 최적 기상조건에서 50~500만명의 인구를 지닌 20km2 넓이의 산업화된 도시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수직 방향으로 2km의 선모양으로 살포되는 경우 수만~수십만 명이 사망하거나 무능화할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백색가루의 공포가 한창일 때 월간지 신동아에서는 “탄저균 10kg이 (적당한 기상조건하에서) 살포된다면 서울인구의 절반정도가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는데 필자가 전자우편을 통해 이에 대한 참고자료나 설명을 의뢰하였으나 답장을 받은 바 없다. 희생자라 하면 사망자 외에 간단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포함되므로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서울의 넓이를 감안해 보면 아무래도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 Bacillus Anthracis라는 균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병은 흔히 탄저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이름은 탄저이다. 여기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탄저병으로 기술한다.

탄저병은 어떤 병인가

미국에서 탄저병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세기 100년 동안 모두 19건이 보고되어 있으며 2001년에 우편물에 의하여 발생한 환자는 1976년에 이어 25년만에 발생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잊혀질 만하면 한 번씩 환자보고가 발생되고 있지만 치명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만연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탄저병이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빈도가 낮은 것이다. 즉 탄저병은 원래 소나 양을 비롯한 채식성 동물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던 것이 우연히 인체에 감염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인수공통전염병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탄저균에 감염된 소에 대한 기사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바 있으며, 수의과학연구소에서는 가축에서의 탄저병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균이 인체에 감염되었을 때 감염된 세균의 숫자에 따라 질병이 나타나는 정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만성 질병을 일으키는 결핵, 한센병 등은 엄청나게 많은 수가 감염되어야 질병 증상을 나타내지만 탄저병, 콜레라 등은 적은 숫자로도 질병 증상을 일으키게 한다. 세균이 감염된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기간을 잠복기라 하며, 탄저병은 보통 1~6일(길게는 60일) 정도의 잠복기를 지닌다.

탄저균은 색깔, 냄새, 맛이 없으므로 조기에 탐지하기가 쉽지 않으며, 감염 경로에는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피부 탄저병, 탄저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는 것과 같이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소화기 탄저병, 그리고 공기중에 떠 있는 탄저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호흡기 탄저병 등 세 가지가 있다.

탄저(anthrax)라는 병명은 그리스어로 석탄을 뜻하는 anthracis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것은 피부를 통해 침입한 탄저균에 의하여 피부에 부스럼이 생기면서 석탄과 같이 까맣게 변해가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국말인 탄저는 석탄의 ‘탄’과 썩는다는 뜻의 ‘저’에서 유래한 것이다. 피부 탄저병은 균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주로 상처를 통해 감염되어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해 간다. 피부 감염시 물집, 궤양이 생기거나 피부발진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적절한 항생제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내버려두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5~30%이다.

한국에서 발생된 환자는 주로 소화기 탄저병에 의한 것이었다. 탄저병에 걸린 소를 제대로 처치하지 않고 나누어 먹다가 생긴 것이며, 장염에 의한 고열, 복통, 구토, 소화불량, 혈변 등이 나타나지만 소화기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이것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단 균이 혈액으로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발전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사망한 예가 있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의 사망률은 50%에 이른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흡기 탄저병으로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높게는 95%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기도를 통해 들어온 탄저균이 상기도에 잠복해 있다가 결국에는 폐에 침투하여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결국에는 호흡 곤란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탄저균 포자는 폐주위의 림프계에 침투하고, 탄저균 독소는 폐조직에 출혈, 괴사, 부종 등을 일으켜 호흡곤란을 가져오게 한다.

포자란 일부 세균이 주변환경이 생존에 적합하지 못할 때 형성하는 것으로 포자를 형성할 수 있는 세균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생존능력이 뛰어나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활성화될 수 있으므로 포자상태로 가공된 탄저균이 백색가루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인체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특히 문제가 된다.

탄저균과 백신의 발견

19세기가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 유럽 여러 지방에서는 탄저병이 유행하고 있었으며 양이나 소 모두 일단 걸렸다 하면 하루를 못 버티고 죽었으며 감염환자와 사망자 수가 많아서 농촌마다 탄저병의 공포에 떨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 때 폴란드의 한 수의사는 병사한 동물의 혈액 중에 작은 간상체가 다수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나 이것이 병의 원인인지, 아니면 병의 결과인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른 수의사는 병사한 동물의 혈액을 건강한 동물에 주사하면 그 동물은 탄저병에 걸리며, 병에 걸린 동물의 혈액이라면 간상체를 함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탄저병이 발생한다는 발표를 하였으므로 연구의 진보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균학의 아버지” 코흐는 탄저병에 걸린 동물의 혈액을 쥐에게 주사하자 이 쥐는 하루만에 죽었으며, 죽은 쥐의 혈액을 관찰한 결과 이미 앞선 연구자들이 발견한 간상체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간상체는 분명 생물체였으며 길게 실모양으로 늘어서기도 했고, 작고 둥근 모양으로 분리하여 포자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세균 자체는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단 포자가 형성되면 주변환경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져 어떤 상황에서든 견뎌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세균이 동물의 체내에서 증식하면 탄저병이 발생하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코흐는 이 내용을 1876년에 발표하였으며, 공식적으로 탄저균의 발견자가 되었다.

인류 최초로 개발된 예방접종법은 두창을 해결한 영국의 제너에 의한 것이었다. 의사가 아니면서도 의학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을 남긴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탄저균 예방법을 개발하기에 앞서서 독성을 가진 닭 콜레라균을 약하게 만들어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1880년에 닭 콜레라 예방법을 개발하였다. 제너의 종두법에서 힌트를 얻었던 파스퇴르는 이 방법에 사용한 약독화된 균을 백신(vaccine)이라 명명하였고, 자신이 고안한 방법을 예방접종(vaccination)이라 이름붙였다. 백신의 어원은 제너가 소를 이용하여 종두법을 개발한 것에 착안하여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vacca에서 따 온 것이다.

닭 콜레라를 해결한 파스퇴르는 탄저병 연구에 매달렸다. 닭 콜레라 연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파스퇴르는 탄저균을 약독화하기 위한 조건을 확립하려는 연구를 진행했다. 파스퇴르는 42~44oC에서 탄저균이 약독화되어 동물에게 거의 해를 입히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14마리의 양을 이용하여 예방접종 가능성을 검사했다. 결과는 당연히 성공이었으며, 파스퇴르는 탄저병 예방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파스퇴르는 연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이 있어서 공개실험이 진행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후 4주일간 경과를 관찰하는 공개실험을 통하여 파스퇴르가 개발한 탄저병 백신이 효과를 검증받음으로써 탄저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계기를 이루었다.

전쟁무기로서의 탄저병

탄저균은 감염된 동물을 접촉하는 사람들에게서 가끔씩 발생한 질병이기는 하지만 균 자체는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자체로는 공기중에 뿌려 봐야 감염력이 크지 못하다. 그렇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우편물로 공포의 백색 가루가 무작위로 배달될 때 미국 동부가 공포에 빠졌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심리전 효과를 일으키기에 아주 적합한 것이므로 무기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고, 또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악명높은 일본의 731부대는 각종 병원성 미생물을 인체에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으며, 그 중에는 콜레라, 탄저균, 페스트균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무기 후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와 관련된 자료를 미군이 가져 갔으므로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50년이 지나면 비밀문서들을 풀어놓는 미국은 이미 일부 자료를 공개하였으며, 이에 따르면 각종 병원성 미생물들을 음식과 함께 제공하거나 인체에 직접 주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탄저균이 전쟁무기로 연구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중이던 1942년에 영국에 의해서였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영국군은 탄저균을 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실험을 스코틀랜드 연안에 있는 그루이나드섬에서 실시하였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으며,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탄저균이 포자를 형성한 채 토양에 오염되어 비활성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다면 언제라도 포자를 가지고 있는 탄저균이 활성화되어 인체에 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79년에는 러시아의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탄저병이 발생하여 64명 이상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당시 소련 정부는 주민들이 탄저균에 감염된 고기를 모르고 먹은 결과 환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많은 이들은 부근에 있던 소련의 생물무기시설에서 사고에 의해 탄저균이 노출되면서 주민들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관련하여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1992년에 이 사고가 미생물시설과 관련이 있음을 시인하였다.

이라크의 경우 80년대부터 탄저균, 보툴리누스균을 비롯하여 수십가지 생물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외에 미국, 리비아, 북한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생물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걸프전 직전 미군들은 탄저병 예방백신을 맞고 전투에 임했으며, 이라크는 힘한번 써 보지 못하고 패배하면서도 전세계가 우려한 화학 및 생물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국방부도 이라크가 화학 및 생물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귀향한 참천 군인들에게서 특이한 피부병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병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피부질환에 의하여 일부 환자들은 서서히 폐인이 되다시피 변해갔으며, 이에 관심을 가진 미국의 민간 의학자들이 연구를 해 본 결과 백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변종 탄저균에 의한 감염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약 6년 전 KBS의 일요스페셜에서 731부대에 대한 2부작을 제작하면서 소개하였으며 (현재의 KBS 홈페이지에는 이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아직까지도 환자는 존재하지만 해결책은 각자 알아서 할 일이고, 미군에서는 전쟁에 대한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미국-이라크전이 큰 공방전 없이 끝나고 다행이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생물무기가 전쟁무기(biological warfare agent)로서의 가능성보다 테러무기(bioterror agent)로서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관계자들은 한시라고 관심을 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탄저병의 예방과 치료

탄저균에 노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으로는 방독면을 들 수가 있다. 실제로 백색가루의 공포가 만연하던 시절 미국에서 방독면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방독면은 원래 화학무기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생물무기에도 방지효과가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러나 방독면과 얼굴 사이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미세한 틈은 세균이 침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클 것이므로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요즈음 사스 공포로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분들이 마스크를 낀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것도 호흡기 감염을 예방할 수는 있겠지만 완벽하게 예방하지는 못한다. 또한 탄저균으로 테러를 할 때 테러리스트들이 언제 테러를 할 것인지 미리 알려줄 리가 없으므로 24시간 내내 방독면을 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군대 등에서 방독면을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0분만 쓰고 있어도 온 세상이 갑갑해지며 차라리 벗는 대신 감염 가능성이 올라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의학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다. 한 번의 따끔함으로 평생 탄저병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편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백신에도 문제가 있다. 왜냐 하면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개발되어 있는 백신은 그렇게 사용이 간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탄저균 백신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접종받아야 하며, 한국에서는 아직 탄저병 백신 생산능력이 없으므로 모두 수입해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넉넉하지 않으므로 한국에서 접종 계획을 세우는 즉시 국제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즉 비용과 접종의 불편함이 즉각적인 시행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ㅇㅇ     ©대자보
현재 탄저병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상업회사는 미국의 바이오포드(BioPort)사로 1998년부터 미국 정부에 백신을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앞서서 미국 국방부는 탄저병 백신을 누구부터 맞을 것인지(해외 어느 지역에 근무하는 미군들에게 우선 접종할 것인지, 그리고 해외에 주재하는 군인 가족이나 민간인들도 맞을 것인지 등)를 결정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이 백신은 원숭이 실험에서 아주 뛰어난 면역 효과를 보여 주었고, 이 백신을 주한미군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미군들중 일부에 이미 공급하였으나 지난 2000년에 미국 식품의약품 안전청(FDA)의 시설개선 명령에 의해 생산이 중지되는 바람에 2003년까지 전세계의 미군들에게 탄저병 백신을 투여하려는 계획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완료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음).

미국 정부에서는 군인, 경찰, 그리고 생물무기 테러와 관련된 민간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투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도 2001년에 탄저병 백신 구입을 권했으나 대한민국 국방부는 탄저병 백신을 자체 개발하기로 하고 연구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도 자체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량이 아주 적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 발생시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처방하는 것은 항생제이다. 탄저균에 효과를 지닌 대표적인 항생제는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어 회사에서 생산하는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 상품명은 시프로)이다. 이 약제를 미리 투여하면 예방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비교적 고단위로 사용해야 하므로 비용문제와 함께 장기투여에 따른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므로 예방을 위한 투여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결국 탄저균에 노출된 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페니실린, 아목시실린, 디클록시실린, 데트라싸이클린, 독시싸이클린, 에리쓰로마이신, 아지쓰로마이신 등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를 복합하여 사용하면 된다. 참고로 페니실린이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된 탄저병 치료제였으나 1991년 걸프전 이후 페니실린 내성균이 발견됨으로써 지금은 시프로플록사신이 첫 번째 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탄저균이 인체에 해를 일으키는 것은 탄저균 자체에서 생산되는 독소가 인체에 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독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듯이 해독제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한 연구팀은 탄저균을 죽일 수 있는 해독제 개발을 거의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이 해독제가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체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금년초에 발행된 네이쳐(Nature)지에는 새로운 개념의 백신이 소개되기도 했다. 탄저균을 죽일 수 있는 효소를 생산해낼 수 있는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아직 실용화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생명과학의 발달은 과거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방법을 점차 가능하게 해 주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발전에 기대를 걸게 한다.

맺는말

탄저균은 다른 생물무기와 마찬가지로 사용이 용이하지 않지만 일단 사용되면 일반인들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효과를 지닐 수 있는 무기다. 그러므로 여러 나라에서 이를 무기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을 것으로 생각되며, 2001년 가을에 미국을 강타한 백색가루의 공포로 인하여 그 효력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매년 발생되는 군사지 제인연감에서는 10년도 더 전부터 탄저균을 비롯한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어나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를 20개국 이상 나열해 놓고 있으며, 북한도 그 중 하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한민국은 생물무기 보유국이 아닌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미 걸프전 때부터 탄저병 백신 투여에 관심을 가진 미국은 전세계 미군들과 생물테러 관련자들을 위험순으로 분류하여 백신을 접종하는 프로그램을 진행중에 있으며, 대한민국 국방부도 백신을 개발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백색 테러의 공포가 한창일 때 미국 각 가정에는 수상한 우편물 발견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간단히 적힌 엽서크기의 문서가 우체국으로부터 배달되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생물무기에 대한 대비책을 비롯하여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수시로 올리고 있다.

생물무기 테러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정신적으로 공황에 빠질 수도 있을 만큼 큰 효과를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가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과 함께 국민 누구나 비상시의 행동요령 정도는 알아놓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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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bc-med.org/SiteContent/HomePage/WhatsNew/MedAspects/conten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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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uxsoll D, Patrick WC. Parrott C. Veterinary services in biolog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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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Judith Miller 외. Germs: Biological Weapons and America's Secret War. Touchstone Books, 2002
7.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handbook on the Medical Aspects of NBC defensive operations. A-Med P6, part 2, Biological. June 1992  
8. Judith Miller 외. Germs: Biological Weapons and America's Secret War. Touchstone Books, 2002
9. Jeanne Guillemin. Anthrax: The Investigation of a Deadly Outbreak.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1
10. Ed Regis. The Biology of Doom: The History of America's Secret Germ Warfare Projects. Owl Books, 2000
11. 미국 질병통제 센터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홈페이지. http://www.bt.cdc.gov/agent/anthrax/index.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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