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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식 "손낙구국장은 걱정말고 정책개발에 힘써라"
조선일보 문차장 미디어오늘에 반론, 민주노총 투쟁 변화요구도
 
김주영   기사입력  2004/04/20 [15:13]

지난 19일 민주노동당 총선사이트 '판갈이넷'에 민주노총 손낙구 정책국장이  "문갑식 기자, 기사 좀 잘써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조선일보 문갑식 차장대우의 기사를 비판한바 있다. 이에 문차장은 19일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에 "손낙구 국장은 걱정 말고 정책개발에 힘써라>는 반론을 보냈다.

문차장은 반론글을 통해 "손낙구 국장은 조선일보가 슬슬 민주노동당에 표적을 맞춰가고 있다며 이를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민노당을 제3당 이상으로 대우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형 기획물도 마다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는 손 국장의 분석에 동의한다."며 일정정도 그런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문차장은 "하지만 그것을 ‘표적’이라고 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다시피 민노당은 이번 총선에서 약진했다. 기존 정당과 다른 진보정당, 그것도 일약 제3당이 된 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숙명이 ‘관심을 갖는 것’이지 ‘표적’이 숙명이 아니라는 것은 손 국장이 믿어도 좋다."라며 손낙구 실장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문차장은 이번 반론글을 쓰는 이유로 "손 국장의 몇가지 비난에 대해 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기자는 한국 사회가 살 길은 성장 위주 전략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며 "기자는 인간사회가 1만년 동안 개혁을 해도 1000년 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오히려 말로 개혁을 외치는 이들 때문에 사회가 더 왜곡된다고 믿는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기자는 손 국장이 응한다면 소주잔을 놓고 밤새 토론이라도 벌일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문차장은 "그들은(민주노총은) 일방적으로 구독 및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일보는 민노총에 구독을 애걸하지도, 취재를 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틈만 나면 ‘조선일보?’ 운운하고 걸고 넘어지며 구독하지도 않는 신문을 그리도 정독하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라며 취재거부를 하면서 일일이 반론을 보내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이어 문차장은 여러 가지 손국장의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지만, 손국장의 글의 뒷부분은 논의의 가치가 없다면서 "민노당을 칠수록 재벌광고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경영전략 운운은 이 글을 쓴 사람이, 진짜 기자가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손 국장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며 자신은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서 재벌광고부분을 염두에 두고 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문차장은 "기자는 노동 문제 뿐 아니라 각종 보도를 할 때 손 국장처럼 수구-보수-개혁의 틀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직 현 단계에서 이러저러한 행동들이 국가에 발전 요소가 될 것인가(비록 당장은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경우까지를 포함해서), 아니면 나라 자체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이것만이 기자가 관심을 갖는 유일한 분석의 틀이다. "라며 자신을 매도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어 문차장은 "민노총이나 민노당을 대표해 민노총과 민노당은 제3당이 된 것을 계기로 투쟁 대신 대화를 선택하고 앞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확언해준다면 기자는 무지를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그 확언을 조선일보에 비중있게 보도하겠다"라고 약속한다며 민주노총의 투쟁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차장의 반론글은 기존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측에서 반박문을 실을 때 이런식으로 타 매체에 반론글을 보낸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이번 문갑식기자의 반론글은 매우 신선하게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민주노동당의 위력을 조선일보측에서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문갑식는 손낙구 국장에게 보내는 반박글을 통해 '조선일보의 취재도 구독도 거부하면서 반박글을 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문갑식 기자야 말로 조선일보도 아닌 타매체에 이러한 반론을 보내는 것이야 말로,  어떠한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에 문 차장대우가 보내온 반론문 전문이다.


손낙구 국장은 걱정말고 정책개발에 힘써라

민주노총으로부터 이런 저런 비난을 받을 때마다 ‘삼선교 민노총’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은 당당히 국회의원이 된 권영길 전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과 소주잔을 맞부딪히며 한국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했던 기억들이다.
 
그 때 기자는 ‘민노총 해부’라는 원고지 150장 짜리 기사를 월간조선에 쓴 적이 있다. 내용 중에 민노총을 자극할만한 것이 있었는 지를 권 전 위원장이 직접 붉은 펜을 들고 ‘데스크’를 봐준 그 기사는 한국언론에서 정면으로 민노총을 다룬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지금의 다수 언론들처럼 민노총을 일방적으로 애호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폄훼하지도 않던 민노총과의 관계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짧게 끝났다. 2001년 대한항공 파업과 관련된 조선일보의 기사 때문이었다.

그 즈음 정성희 전 대외협력실장 후임으로 온 사람이 손낙구 민노총 정책국장이다. 그와 한번 만나 인사도 나눌 사이 없이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고 그 후 그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손 국장을 명(名) 대변인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손 국장이 주도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민노총은 조선일보의 기사를 문제삼아 구독 및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당연히 기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민노총이 그리도 좋아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했을 법도 했지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들은 항의 절차를 생략했다.

민노총이 잘 쓰는 말 중에 ‘질긴 놈이 이긴다’는 것이 있다. 당시 기자는 조선일보를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회사 앞에 줄기차게 찾아와 악담을 늘어놓으며 심지어 불쌍한 개에게 조선일보를 비난하는 글귀를 걸게 하는 식의 행동을 보면서 질긴 게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푸닥거리 후 그들은 일방적으로 구독 및 취재 거부를 선언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일보는 민노총에 구독을 애걸하지도, 취재를 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틈만 나면 ‘조선일보?’ 운운하고 걸고 넘어지며 구독하지도 않는 신문을 그리도 정독하는 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악연을 떠나, 기자는 손 국장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거나 그에 대해 폄하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것은 손 국장이 민노총의 유능한 인재이며, 때로 그가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글들은 평가할만한 것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사용하는 용어에 정제되지 않은 편린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문재(文才)를 기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손 국장이 민노당 홈페이지에 ‘문갑식 기자 기사 좀 잘 쓰쇼’라는 글을 올렸다는 연락을 미디어오늘로부터 받았다. 그들은 반론을 요구했고, 기자는 잠시 생각한 끝에 그 요청을 수락했다.

손 국장은 조선일보가 슬슬 민주노동당에 표적을 맞춰가고 있다며 이를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민노당을 제3당 이상으로 대우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형 기획물도 마다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는 손 국장의 분석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을 ‘표적’이라고 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다시피 민노당은 이번 총선에서 약진했다. 기존 정당과 다른 진보정당, 그것도 일약 제3당이 된 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숙명이 ‘관심을 갖는 것’이지 ‘표적’이 숙명이 아니라는 것은 손 국장이 믿어도 좋다.

손 국장의 뒷부분 분석은 논의의 가치가 없다. 민노당을 칠수록 재벌광고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경영전략 운운은 이 글을 쓴 사람이, 진짜 기자가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손 국장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손 국장이 걱정하고 있다면 이렇게 못박겠다.

기자는 회사 상사들이 알면 섭섭하겠지만 지금까지 17년동안 이 생활을 하면서 광고를 생각하거나 경영전략을 생각하면서 기사를 쓴 적이 한번도 없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기자는 글을 쓰지 않거나 민노총이 요즘 그토록 관심쏟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돼 있을 것이다.

다음 부분도 마찬가지다. 민노당이 각광을 받게되면 그 강령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 사설은 기자가 쓰지 않았지만 민노당은 그런 요구에 당당히 설명을 하면 될 것이다.

차분히 가르쳐주거나, 아니면 ‘우리는 너희가 생각하는 식으로 위험한 발상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될 일이다. 그런 과정없이 만일 ‘왜 색깔론을 펴느냐’는 식으로 대꾸하는 이유는 실제가 지적과 같은 한가지 이유 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에 독립운동을 폭도와 비적 취급한 친일 어쩌구 저쩌구하는 것은 손 국장의 조선일보 80년 역사에 대한 몰이해 때문으로 본다. 기자는 손 국장에게 최근 조선일보에서 발행한 조선일보의 역사를 다룬 책자를 보내주고 싶은데 과연 그가 읽을 지는 의문이다.

손 국장은 또 기자의 칼럼을 문제삼아 ‘민노총이나 민노당같은 세력이 계속 선명한 투쟁을 할 게 뻔하고 그 결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얘기인 듯 하다’고 말했다. 만일 손 국장이 민노총이나 민노당을 대표해 민노총과 민노당은 제3당이 된 것을 계기로 투쟁 대신 대화를 선택하고 앞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확언해준다면 기자는 무지를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그 확언을 조선일보에 비중있게 보도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그러나 손 국장은 앞에서 했듯 투쟁이냐 대화와 타협이냐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왜 문갑식이는 근거없이 그런 예측을 하느냐’고만 질타하니 기자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 기사는 손 국장 판단 처럼 ‘민노당을 치는 내용’이 아닌데 손 국장이 왜 그 기사에서 ‘숙명’까지 느꼈는 지 참으로 애석하다.

거기에 민주노총을 민노총으로 바꿔치기했다고 손 국장은 주장하는데 그것 역시 언론에 대한 몰이해 때문으로 사료된다. 민주노총이라고 쓰면 공정보도이고 민노총은 왜곡보도란 말인가. 만일 민노총이 “꼭 민주노총으로 써달라”고 요구한다면 쓸데없이 지면을 차지하겠지만 기자는 손 국장의 소원을 들어줄 용의가 있다.

손 국장은 아마도 기자를 지칭했음인 지 조선일보의 노동 관련 보도가 고립→분열→섬멸→확인사살의 4단계로 구성된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고 했다. 그토록 기자를 치밀한 사람으로까지 봐주는 것은 고맙지만 기자는 손 국장이 보는 것 처럼 음험하게 살지는 않았다.

손 국장은 또 ‘현대자동차 노동자 1년에 반 놀고 6천만원 받는다’는 기사를 적시하고 있으나 이는 손 국장이 두뇌 회로에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인물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낳을만큼 심각한 왜곡이다.

기자는 작년 8월 당시 ‘현대차 노조가 단체협약 대로라면 1년의 절반을 쉴 수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은 있지만 임금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국내 9개 언론이 보도한 그 기사 가운데 유독 기자만 콕 찝어 경찰에 고소하는 바람에 고맙게도 기자는 남대문 경찰서와 서울지검을 두루 구경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기자가 굳이 이 반론을 쓰려는 것은 손 국장의 몇가지 비난에 대해 답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기자는 한국 사회가 살 길은 성장 위주 전략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민노총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자를 확신범(確信犯)이라고 100% 단정해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말로만 아무런 실체없는 개혁을 외치는 세력을 기자는 극도로 혐오한다.

기자는 인간사회가 1만년 동안 개혁을 해도 1000년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오히려 말로 개혁을 외치는 이들 때문에 사회가 더 왜곡된다고 믿는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기자는 손 국장이 응한다면 소주잔을 놓고 밤새 토론이라도 벌일 용의도 있다.

기자는 민노총이 주장하는 부의 평등한 분배, 사회 불균형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간 차별 해소, 악덕 사용자 처벌 및 규제 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같은 민노총의 입장 역시 100% 찬동한다.

더구나 기자가 보는 민노총은 아편 환자처럼 인터넷에 앉아 개혁 어쩌구 저쩌구하며 나라 망칠 궁리에 여념이 없는 세력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동력을 갖춘 단체다. 그렇기에 기자는 민노총과 민노총에서 발전한 민노당에 항상 관심과 애정을 두고 있으며 의문이 생기면 언제든지 의문을 던질 것이다.

덧붙이자면 기자는 노동 문제 뿐 아니라 각종 보도를 할 때 손 국장 처럼 수구-보수-개혁의 틀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오직 현 단계에서 이러저러한 행동들이 국가에 발전 요소가 될 것인가(비록 당장은 손실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경우까지를 포함해서), 아니면 나라 자체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인가-이것만이 기자가 관심을 갖는 유일한 분석의 틀이다. 기자의 말이 사실인 지 아닌 지는 그간 써온 각종 기사와 칼럼을 보면 자명해질 것이다.

때문에 손 국장이 수구세력을 지키기 위해 문갑식이가 나섰다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杞憂)이며 더구나 조선일보가 민노총과 민노당을 ‘표적’으로 삼거나 왜곡보도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니 숙명에 대한 우려는 제발 접고 손 국장이 밝힌대로 정책으로만 진검 승부하는데 매진할 것을 기자가 오히려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바라자면 앞으로는 ‘문갑식’이라는 이름 좀 인터넷에 안띄웠으면 좋겠다. 손 국장과 민노총은 ‘문갑식’이라는 이름이 코믹하게 들려서인 지, 아니면 토속적이라고 느껴서인 지 동네 강아지 부르듯 하고 때로는 창씨개명까지 해 ‘민갑식’으로 둔갑시키곤 하는데 나이 40대 중반인 사람에게 그래서야 되겠는가.

<문갑식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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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0 [15: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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