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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용역 30명 동원해 종로지국 '접수'"
1년 간 이어온 본사-지국 '갈등', 결국 강제집행으로…"내 목숨 걸겠다"
 
이석주   기사입력  2008/04/15 [17:53]
지난해 2월 <조선일보>의 지국관리 시스템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본사로 부터 계약을 해지당한 조선 종로지국이 15일 본사 관계자와 용역직원 30여명에 의해 사무집기와 생필품 등을 강제로 수거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조선>의 이같은 '강제 집행'은 지난해 2월 조의식 종로지국장이 제기한 '배달금지 가처분소송'이 지난달 최종 기각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1년 전 발생한 조선일보 본사와 종로지국 간의 날선 공방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 용역직원 30여 명과 함께 사무실 집기 수거해가"
 
이날 <대자보>와 통화한 조의식 지국장에 따르면, <조선일보> 본사 총무국 방 모 차장과 판매국 우 모 차장 등은 15일 오전 10시 30분 께 법원측 집행관 및 용역회사 직원 30여 명과 함께 서울 가회동 조선 종로지국에 도착, 조 지국장의 사무 집기 등을 수거해 갔다.
 
특히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강제 집행을 단행한 조선은 이날 조 지국장의 사무 집기 이외에도 지국 사무실에서 숙식을 이어오던 배달원들의 주거용품 까지 수거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식 지국장은 "오늘 오전 본사 관계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광고인쇄기와 비품, 심지어 개인 생활용품까지 트럭에 실어갔다"며 "현재 지국은 '대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어떻게 사전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이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 곳엔 내 사무집기 뿐 아니라, 지국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는 배달 직원들의 생필품이 있다. 하지만 본사 관계자들은 용역회사 직원들을 통해 모두 수거해 갔다"며 "조선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고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날선 공방…법정 기각 까지
 
조의식 지국장에 따르면, 조선의 이날 강제집행은 조 지국장이 지난해 2월 법원에 제기한 배달금지 가처분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된 직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본사가 기각 판결에 따라 종로지국에 대한 강제집행 권한을 얻었던 것이다.
 
앞서 조 지국장은 지난해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일보의 지국 관리 시스템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본사의 판매 시스템, 지국장과의 관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이른바 '본사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회사는 매월 각 지국의 확장부수 실적을 매겨 목표를 채우지 못한 곳에 벌금을 물리고, 그 벌금으로 목표를 달성한 지국에 상금을 주고 있다"며 지국 평가 시스템을 강하게 비난했었다.
 
하지만 조선은 인터뷰 때문에 자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점과 자사를 비방하는 이메일을 지국장들에게 보낸 것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나아가 후임지국장 까지 일방적으로 임명한 뒤 종로지역 일대에 신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조의식 지국장은 지난해 2월 경 법원에 배달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1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고, 지난3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 판결이 내려진 것.
 
조 지국장은 "대법원의 기각 결정은 지국과 본사와의 관계를 위임계약으로 본 1960년대 판례를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올바른 결정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3월 최종적으로 기각 판결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본사와 지국과의 관계는 위임이 아닌,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관계"라며 "1960년대 판례 이후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생명을 걸고라도 불합리한 관행들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제수거와 관련한 배경과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선일보 판매국 관계자는 "이번 집행과 관련한 직접적인 관계자가 없어서 확답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간 몸 탈진 상태…내 목숨 걸 것"
 
조선의 강제집행이 이뤄진 15일, 오후 5시 현재 종로지국은 조선 측 관계자들에 의해 원천봉쇄된 상황이다. 조 지국장을 포함, 모든 직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것.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조의식 지국장은 향후 권한소송 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지국장은 "소위 법관들 마저 본사의 불합리한 관행들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에 권한소송 까지 물을 생각"이라며 "과연 이러한 관행이 정당한 것인가를 묻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내 생명 까지 걸 각오가 돼있다"고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1년 간 투쟁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1년 넘게 투쟁하면서 내 몸은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지만, 끝가지 투쟁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년 간 조 지국장은 조선일보 지국장협의회를 구성하고 전국의 조선 지국장들과 함께 거대 보수언론의 '횡포'에 맞선 1인 시위 등을 통해 본사의 불합리함을 알려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쟁의 근본 목적은 독자의 신문선택이 경품이나 상품권이 아닌, 신문의 방향과 독자취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향후 언론단체와 외연의 폭을 넓힌 후, 조선의 불합리한 판매시스템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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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15 [17: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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