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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바람에 한-우 '당황' 민-민 '기세'
한-우-자'파병원칙 고수' 지지층이탈 우려, 민노-민주'파병철회' 공략강화
 
심재석   기사입력  2004/04/09 [11:35]

'파병' 막판 총선구도 뒤흔들어 각당전략 부심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라크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각당은 '파병' 변수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당의 지지로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파병에 대해 보다 자유로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재검토와 '파병철회'를 내세워 접전지를 공략한다는 입장이어서 '파병'은 총선 막판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자민련은 `국가간 신의'를 내세워 파병 찬성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우리당내 소장파와 재야파를 중심으로 `신중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고,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주도하는 민주당은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민주노동당은 파병철회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우리당 '곤혹' 역력 원칙 강조, 지지층 이탈에 신경

우리당은 파병이 예정돼 있는 이라크에서 무력충돌 사태가 확산되고 있고, 민간인의 억류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파병'문제가 총선의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 보이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우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파병에 대한 책임은 정부여당이 1차적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의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파병 방침은 지켜져야  하며 큰 틀에서 (파병원칙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이라크 사태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으며 정부는 교민과 파견부대의 안전을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박영선 대변인이 전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은 9일 기자실을 방문 '열린우리당의 신용불량자 대책과 민생안정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기자들은 '파병'문제에 더 관심을 보였다.

파병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정 의원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단해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국민들을 걱정시키거나 정부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또 "이라크 상황이 변화됐다고 확실히 판단되면 당정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 "당장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이 제기한 파병재검토 주장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야당다운 주장"이라고 넘겼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이날 '17대 국회개혁 청사진'을 발표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다.

파병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집중 질문을 예상한 김 대표는 "이라크 사태가 새로운 상황의 전개인지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회피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 "고건 대행에게 현 이라크 상황을 사실에 기초해서 국회의장과 당 대표들에게 사실에 기초해서 엄중하게 보고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나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미국이 이라크에 임시정부를 이양한 이후 파병을 검토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파병 동의안 국회통과 당시 마지막까지 반대 입장을 보였으나, 막상 투표시에는 당론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정부이양후 파병'안에 대해 '미국이 정부이양을 늦추면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 대표는 "정부이양을 늦추자는 이야기가 미국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미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정부이양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더불어 "선거기간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기가 참 부담스럽다"면서 "개인적으로 의견들은 있겠지만, 선거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논의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근태 대표를 따르는 임종석 김성호 의원 등 소장파들은 "평화 재건이라는 목적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파병시점과 파병지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어  당론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에 앞선 지난 7일 '안보관계 당정협의'를 열어 "이라크의 사태가 파병방침을 결정할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다"고 인식을 공유하고 파병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당정협의 이후 우리 민간인 목사 7명이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억류됐다 풀려나고, 자위대를 파견중인 일본의 민간인 3명이 억류돼 목숨의 위협을 받는 등 이라크 상황은 더욱 악화돼가고 있다.

한나라당 '국제간 신의' 강조, 파병 부각에 부담

한나라당 박근혜대표는 오늘 아침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평소의 지론인 "국회에서 통과된 약속은 지켜야 하며 전세계가 한국의 국제적 신의를 주시하고  있다"를 밝히면서"국가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는 국제사회에 설 땅이 없다"며 파병 찬성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대표는 다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파병 성격, 시기 등은 정부가 잘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일 위원장은 "중대한 국익과 관련된 문제가 총선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 파병문제가 부각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표시했다.

민주당, '삼보일배'바람 '파병반대'로

파병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정부는 `묻지마 파병' 입장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공론을 새롭게 모아야 한다"면서 "젊은이들을 명분도 없는 전쟁에 내모는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위원장은 수도권 지원유세에서도 "평화가 뉴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파병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며, 민주당 막판 총선전략으로 파병반대를 적극 활용할 것임을 밝히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민노당 '17대 국회 백지화' 공약삼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창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라크  파병을 적극 추진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사상자가 나고 교민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현재의 파병안을 일단 백지화한 뒤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은 파병계획의 완전 백지화를 위해 파병철회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층 대변을 자임하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경기지역 지원유세에서 "파병은 국가적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미국이 테러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나섰는데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각당은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파병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이라크 내전이 격화되고, 한국인 인질사건이 빈발해지자 '파병반대-철회' 여론에 주목하면서 대응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함께 '파병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질 상황속에서 지지층의 이탈 방지를 위해 각종 논리를 동원할 것으로 보이나, 이라크 상황이 더욱 더 긴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도 주목거리다.

특히 이라크 저항세력이 일본인 인질을 억류하면서 "자위대 철수를 안할 경우 산채로 태워죽이겠다"라는 협박성 경고에 일본 열도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스페인은 마드리드 테러 여파도 정권교체에 이어 파병 병력 철수사태까지 이어진 사례 때문에 이라크 현지 사태에 따라서는 총선의 결과마저 뒤집힐 것으로 보여 각당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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