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안철수의 선택, '무한도전'인가? '무모한 도전'인가?
 
김진오   기사입력  2014/03/04 [01:11]
새 정치를 부르짖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 민주당과의 창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기회이자 위기인 이번 관문을 무난히 통과하면 2017년 야권의 대권 후보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신기루’ 정치인으로 전락할 개연성도 상존한다.

안철수 위원장은 3.1절 다음날인 2일 새 정치를 촉매제로 민주당과 한가족이 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기초선거 후보 무공천에 따라준 것을 새 정치의 한걸음으로 진단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의 분석은 냉혹하다.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 하락세와 인물난, 자금난 등 삼중고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란 시각이 일단 나온다.

선거 패배시 야권 분열 책임론을 우려해 민주당과의 제3지대 신당창당 형식을 밟기로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까운 송호창 의원의 말처럼 안 위원장은 이제 맨손으로, 그것도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갔다.

'126 대 2'의 의석수 격차는 당장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 준비 작업을 주도하며 새 정치를 위한 혁신의 모습을 보이는 게 생존의 1차 관건이다.

민주당이 창당을 주도하거나 친노 또는 과거 민주당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야권의 신당은 그야말로 초장에 박살날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안철수 위원장을 심하게 두드릴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과 민주당 성향의 야권 지지자들을 제외하곤 이번 신당 창당에 뜨악해 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점도 그에겐 큰 짐이다.

물론 안 위원장은 이러한 반대 기류를 외려 무기삼아, 자신의 주도로 창당을 이끌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정치력이 요구된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거의 없다.

민주당과의 제3지대 창당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김성식 전 의원이나 윤여준 전 장관 같은 '핵심 브레인'들이 선뜻 내켜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의 정치력은 의심받는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의 '화학적 결합'에 앞서 내부 진무 작업을 먼저 해야 할 상황이다.

야권 통합의 창당을 공개리에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삼고초려 끝에 모신 측근들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추진했다면 새정치연합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만도 버거워 보인다.

안철수 위원장에겐 박근혜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없다. 다만 권위조차 없다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치 지도력은 지도자의 권위에서 탄생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든, 이념을 기반으로 하든 자신의 이름을 건 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 위원장은 아직 그런 경지에 있지 않다.

특히 친노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지난 2012년 12월 대선 패배로 친노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나 여전히 민주당의 최대 계파로 당내에 똬리를 틀고 있다.

민주당 내 좌장인 문재인 의원도 민주당과 안철수 위원장과의 창당을 환영했으나 찬성의 속내는 다를 것이다.

일부 강경파 친노 그룹은 안 위원장을 링 안으로 끌어 들여 제압하는 게 낫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점이 그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대선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생긴 친노 진영과의 뿌리 깊은 앙금을 해소할 지가 관건이다.

친노의 정치적 속성은 아주 독특하다. 지난 2011년 가을 ‘혁신과 통합’이라는 유사 당을 만들어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를 설득한 뒤 민주당을 먹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이 끝난 뒤 손 대표가 "친노에 당했다"고 땅을 쳤다는 얘기마저 전해진다. 실제로 총선 공천과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지난 대선의 야당 후보 단일화 과정 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만나 “친노와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 정치행태에 대해 진절머리를 낸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한 배를 탔다. 그것도 호시탐탐 자신을 넘보고 있는 민주당내에서, 야권의 최대 계파를 등에 업고 정치를 해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다.

때론 시민단체들의 압력까지도 그를 괴롭힐 것이다. 이미 창당 반대를 주장한 진보 정당들과 진보 성향의 일부 언론들까지도 그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지금 야권의 세력 재편, 야권의 지형변화를 꿈꾸고 있을 것이지만 총선까지는 2년의 세월이 남아 있다. 6.4 지방선거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워 당장의 세력 재편은 어려울 것이다.

3월말로 예정된 신당창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경우 당권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수도 있다.

‘한 지붕 두세 가족’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야권 신당 창당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지, 그의 큰 정치력이 요구된다.

일단 가장 큰 당면과제는 지방선거 승리다.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안철수 위원장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리되면 그의 모험적 정치 행보가 일단은 탄탄대로를 만나게 되고, 야권은 급속히 안철수 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그렇지만 새 정치를 내걸고 ‘운명의 선택’을 했으나 한국의 정치 현실이 그의 의도를 따라주지 못한다면 어찌될까.

서울 경기 인천 중에서 두 곳을 잃거나 충청과 강원 고지를 새누리당에 넘겨준다면, 그의 새 정치는 큰 장벽에 부닥치게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생존의 길을 찾지 못한 나머지 '야권 신당 창당'이란 카드를 꺼내 지방선거에 도전한 만큼, 승리만이 그의 정치 인생을 열어줄 것이다.

'안철수+민주당'이란 돌출 변수를 만난 새누리당과 여권은 김황식 전 총리의 서울 흥행 투입은 물론, 제주에 원희룡 전 의원, 인천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황우여 대표를 차출하려 할 것이다.

또 대북 카드를 포함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변수들은 모조리 동원해 승리를 거머쥐려 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위원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실한 길이라는 내부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북한이 여당을 도와주는 대남 화해 제스처를 스스로 꺼내게 만드는 방식도 예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예상되는 당내 파열음 진화와 여권의 총공세를 뚫지 못하고 지방선거에서 실패한다면, 안철수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

합당 작업의 1차 판가름은 무소속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만나는 3일 나온다.

오 전 장관이 범 야권의 지원을 업은 무소속 시민 후보 출마를 고집하고 통합 신당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안 위원장의 정치력에 어찌됐든 흠집이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국 상황과 6.4 지방선거 예상 판세를 볼 때 안철수 위원장의 앞길은 '신작로'가 아닌 '험로'로 봐야 할 것이다.

제3지대 신당창당이라고 했지만, 혈혈단신으로 계파와 이념에 깊숙이 찌든 프랜차이즈 정당의 뿌리를 캐러 갔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선 '무모한 도전'일 지도 모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03/04 [01:1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