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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맞는 포메이션이 축구를 춤추게 한다.
[김병윤의 축구병법] 지도자와 선수가 축구 목표와 생각이 일치되야
 
김병윤   기사입력  2014/01/08 [12:47]
손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여 공을 다루어 상대방과 주어진 경기규칙 하에서 경쟁을 펼치는 축구의 특성은, 기술적 요소(Ball Control), 체력적 요소(Body Balance), 정신적 요소(Brain)로 나눠진다.

그러나 축구역사 초창기에는 이 같은 3가지 요소가 무시된 채 집단(럭비) 형태의 축구가 성행하며, '축구는 상대 골문에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승리하는 단순한 종목'으로서만 머물렀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오래가지 않아 바뀌기 시작하여 '골을 넣는 것 이상으로 실점을 줄여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절심함을 깨달았다.

마침내 1860년대 드리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수 배치법이 등장하였는데, 그 시초는 1-2-7 형태의 선수를 포진시킨 현대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였다. 그 후 1863년 최초로 축구의 통일 표준 규칙이 제정되며 축구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 1970년대 후반 풀백 2명 하프백 3명을 두는 2-3-5 형태의 선수 포진이 탄생, 선수 포진에 의한 포메이션(Formation) 발전과 변화도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포메이션은 경기장을 크게 공격지역, 미드필드, 수비지역으로 3등분 하여 나눌 때, 각 지역에 몇 명의 선수(골키퍼 제외)를 배치하는가를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11명의 조합으로 승화시켜 팀 경기력을 강하게 만든다. 즉 경기를 하기 위한 선수들의 포지션별 배치와 움직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말한다.

그러나 이 모든 포메이션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점을 최소화하고 상대 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하는데 있다. 포메이션은 그동안 실점을 막는 역할과 득점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 몇 명의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오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은 포메이션 탄생의 경연장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포메이션은 갖가지 종류가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 어떤 포메이션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지도자의 몫이며, 포메이션 선택에 있어서 다음의 조건은 필수적인 사항에 속한다.
1. 자기 팀 선수들의 능력과 구성(장점, 단점)
2. 상대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특성(장점, 단점)
3. 상대팀 포메이션에 대한 대응
4. 경기 때의 여건과 상황(날씨, 기온, 경기장 조건 및 상태, 경기의 중요성 등)
5. 기타 등이다.

포메이션 선택에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포메이션을 미리 정하고, 그 포메이션에 맞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디까지나 포메이션 선택에 있어서 우선 되어야 할 사항은 팀의 특색을 살려, 팀을 구성하고 있는 11명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포메이션을 선택하여야 한다.

포메이션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팀 전력을 향상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세계축구는 포메이션 구축에 따라 갖가지 유형의 축구가 선보여졌다. 스위스가 고안해낸 수비에 포인트(Point)를 둔 볼트(Bolt) 포메이션과 세계축구 수비 포메이션의 한 축을 형성한 이탈리아의 카데나치오(Cadenacio), 그리고 독일의 리베로(Libero) 포메이션은 세계축구 포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수비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여기에 브라질이 선보인 수비와 공격의 균형을 제공한 4-3-3 부터 신속한 볼 배급을 기반으로 한 패스 축구가 기본인 4-4-2, 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 간격을 30m 이내로 좁히면서 미드필드를 강화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특징인 4-2-4의 콤팩트사커, 네덜란드가 들고 나온 선수 개개인의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포지션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이면서 신속하게 위치가 변화하는 3-5-2 포메이션 하의 토털사커 등으로 변천하며, 더욱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가 전개되는 축구로 변모시켰다.

현대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분명 압박과 미드필드다. 따라서 5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한 4-2-3-1에서는, 상대팀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해나가기가 쉬워 세계축구 포메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이 구사하는 빠르고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티키-타카’ 스타일의 축구는 가장 이상적인 현대축구 포메이션 축구로 손꼽히고 있다.

지도자와 선수는 한 시즌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술의 바탕이 되는 포메이션 선택과 활용 및 이해와 수행에 씨름을 해야 한다. 특히 포메이션의 성공적인 운용은 지도자를 능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 받게 하지만, 반대로 포메이션 운용의 실패는 무능한 지도자로 낙인찍히게 한다. 그래서 포메이션은 선수들이 본능적이며 의식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보편적인 조직의 포메이션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한 포메이션 선택은 몸에 맞지 않는 옷과 다를 바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포메이션은 너무 잦은 변경을 준다거나 집착해서는 안 되며, 또한 즉흥적이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변화를 시도해서는 팀의 안정감을 기대할 수 없다. 오직 지도자와 선수가 축구에 대한 목표와 생각이 가능한 일치되는 가운데,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훈련(신체적 훈련과 이론적 훈련 총칭)을 통하여 팀과 선수에 맞는 포메이션을 선택하여야만, 그 포메이션은 지도자와 선수에게 절대적인 행동지침으로 규정되며 효율적일 수 있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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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1/08 [12: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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