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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긴 홍명보, 지도자 역할은 무엇인가?
[김병윤의 축구병법] 지도자가 자기팀에 겸손할 때 발전 해법 찾을 수 있어
 
김병윤   기사입력  2013/08/08 [01:39]
출범 1주일 만에 '2013’ 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홍명보호가 호주(7.24), 중국(7.26)전 0-0 무승부에 이어, 일본(7.28)과의 대전에서 1-2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2무1패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마침표를 찍었다. 3경기 2실점 1득점 3위 수치로 봐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선수 기량향상과 함께 승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 이로 인하여 대표팀 단기 성적을 중시하는 분위기에 감독의 부침은 심하다.

물론 대표팀 감독의 지도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표팀 성적여하에 따라 너무 쉽게 ‘일희일비’되는 한국축구의 모순 아닌 모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고 희망적일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명보(44) 감독은 선수로서의 경험과 명성, 그리고 인품은 물론 지도력, 리더십까지 한국축구에 상징적인 인물로 부족함이 없다.

이에 한국축구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적 지도자로 선임 정책적으로 키우는 길을 가고 있다. 국내 K리그와 일본 J리그 신예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여 '2013’ 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홍명보호의 경기력으로 볼 때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홍명보 감독의 모든 것을 논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이르고 상황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분명 유럽파 박주영(28.아스널), 지동원(22.선덜랜드), 손흥민(21.바이어 레베쿠젠)이 빠진 대표팀 공격력은 최상이 아니었으며, 미드필더인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 시티)의 공백도 공수에서 유기적이며 다양성 있는 플레이를 전개하는데 많은 제약을 가져다 줬다.

축구는 신체의 가장 부자연스러운 발로 볼을 다뤄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상대방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경기여서, 그 어느 스포츠 종목보다 상대성과 의외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선수기량, 체력, 정신력, 팀 전력, 감독의 작전, 전술, 지략, 경기장 여건, 환경, 분위기, 기타 등등의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2013’ EAFF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3차전이었다.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했던 한국 수비라인은 경기를 지배하는 상태에서, 한국의 수비 진영에서 연결된 롱패스 역습 두 방으로 2골을 내주며 홍명보 감독의 ‘선 수비’ 축구철학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축구의 상대성과 의외성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로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도자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번쯤 실점 과정을 심도 있게 고심해 봐야 한다.

'2013’ EAFF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홍명보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명확히 드러났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전방 1선에서 부터의 개인, 부분, 전체적인 강한 압박과 빠르고 세밀한 패스워크에 의한 조직력 축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 부분에서 3경기 1득점은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빈약한 공격력이고 골 결정력 부족임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1골을 실점하고 2점을 득점할 수 있는 파괴력 있는 공격력과, 골 결정력을 높일 수 있는 선수 발굴은 물론 전술적 완성도가 높은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홍명보감독이 '2013’ EAFF 동아시안컵'에서 구사한 4-2-3-1 포메이션 하의 원톱은, 기술적인 면은 물론 제공권과 골 결정력에서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득점을 위하여 사용한 포스트플레이 카드도 경기 결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홍명보 감독까지도 라는 의문부호(?)만 남겼다. 홍명보호는 '2013’ EAFF 동아시안컵'에서 호주, 중국, 일본전 3경기 모두 경기를 지배하고도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비효율적 축구를 보여줬다. 그 비효율적 축구의 이면에는 경기를 전체적으로 조율할 게임메이커와 스트라이커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홍명보호의 경기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갖기 힘들고 오직 어느 팀에게나 승리할 수 있고, 또한 어느 팀에게나 패할 수 있는 평범한 팀으로 머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뿐이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 FIFA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FIFA월드컵 무대는 동메달을 획득했던 2012’ 런던올림픽 무대 보다 한 두 단계 더 높은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게임메이커와 스트라이커 보유는 아니더라도, 이에 근접하는 경쟁력 있는 게임메이커와 스트라이커 확보는 절실하다. 이 시점에서 홍명보감독 만큼은 구시대적 ‘한국형 축구’인 체력과 정신력에 의한 투지와 더불어 포스트플레이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대표팀 감독의 부침에 자유로울 수 있고 또한 한국축구를 축구선진국 대열에 동참시킬 수 있다.

홍명보호가 '2013’ EAFF 동아시안컵'에서 구사한 수비전술의 실효성 없는 압박은 지도자로서 홍명보 감독의 그림자였다. 현대축구의 대세는 압박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플레이의 속도다. 이를 홍명보 감독이 모를 리 없다. 단언컨대 속도가 보장되지 않는 플레이와 측면 크로스와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 축구는 상대방에게 쉽게 통용될 수 없다. 더불어 압박만을 강조한 작전에서 선수들의 창조적인 플레이의 실종과 체력소모 및 기동력과 집중력 저하로 인한 공간 허용은 필연적 사항이다.

축구에 정답은 없다. 지도자 길에도 왕도는 없다. 진정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로서 모두에게 훌륭한 명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정답 없는 축구와 왕도 없는 지도자의 길에서 변화와 개척 정신을 발휘하여야 한다. 지도자에게 자신의 축구철학은 곧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단언컨데 자신의 축구철학을 토대로 한 전술 운영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천변만화’가 연출되는 축구에 정답을 얻기 힘들고 지도자 역시 단명하기 쉽다.

누가 뭐라해도 정답 없는 축구에 정답은 ‘골’이다. 3경기 1득점과 4-2-3-1 포메이션 하에서, 아무리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를 지배한다 해도 더블 볼란치와 미드필더간의 유기적이지 못한 움직임과 수비지향적인 플레이에 의한 공격으로는 효율적인 축구로 마침표를 찍기 어렵다. 축구는 적극적인 수비와 공격이 전제될 때 ‘시간’과 ‘공간’을 점유할 수 있고, 경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축구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홍명보호는 '2013’ EAFF 동아시안컵'을 통하여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반면에 아쉬움도 컸다. 공격-미드필더-수비 라인의 촘촘한 간격유지 상태에서의 강한 압박, 짧은 패스에 의한 짜임새 있는 플레이, 수비라인 양 측면 풀백의 유기적인 공격전개, 젊은 피 잠재력 확인 등은, 과거의 ‘한국형 축구’와는 차별화된 축구로 이는 세계축구 흐름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1. 골 결정력 부족
2. 밀집 지역에서 개인 기량의 한계
3. 4-2-3-1 포메이션과 원톱 선택 문제
4. 미드필더 간의 포지션 파괴 부재(효율적 움직임)
5. 양쪽 사이드와 스트라이커 및 섀도스트라이커 간의 단조로운 패턴 플레이
6. 효과적이지 못한 프리킥, 코너킥 세트피스
등은 홍명보 감독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숙제요 과제다.  

2013년 브라질 FIFA월드컵까지는 약 10개월(2014.6.12~7.13)여의 기간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많은 것을 준비하여야 할 홍명보 감독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 지도자는 자기 팀에 겸손하고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데 매진할 때, 팀과 자신의 미래는 밝고 희망적이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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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08 [0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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