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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시대를 사는 30∼40대 실업군
[김영호 칼럼] '4대강 공사'로 일자리 창출?…정부, 중소기업 지원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02/02 [10:41]

 30∼40대 청장년 실업군(失業群)이 200만명을 넘는 모양이다. 대학졸업 후에도 취업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취직을 못해 임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30대가 수두룩하다. 조기퇴직하거나 사업실패로 청소년이 하는 아트바이트에 매달려 생계를 꾸려가는 40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사회의 중추적 연령층의 높은 실업률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서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취업난에 내몰린 30∼40대가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사회보험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지 못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리터란 말이 있다. 영어의 자유(free)와 독어의 노동자(Arbeiter)를 붙인 일본식 합성어이다. 원래는 수입이 적더라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를 일컫는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장기실업자 이외에도 시간제 노동자와 파견·용역·재택·일일 노동자, 취업준비자를 이 범주에 포함하여 조사했더니 고용환경의 악화로 프리터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프리터가 2003년 8월 93만명에서 2008년 8월 110만명으로 증가했다. 40대 프리터는 같은 기간 79만명에서 12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들이 편의점, 주유소, 서점, 레스토랑 등 서비스 업종에서 20대와 경쟁하나 업주들이 젊은층을 선호하는 바람에 밀려나는 실정이다. 그 탓에 남성은 과거에는 노동강도가 높아 기피하던 건설 일용직, 목욕탕 청소, 포장일 등 잡일로 몰린다. 여성은 식당 종업원, 미화원, 가사도우미가 많은 편인데 이 중에는 자녀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일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가장인 30, 40대 남성은 낮일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어 대리운전과 같은 밤일을 찾는다. 밤낮 없이 일하지 않고는 생계를 꾸리기가 어렵다는 소리다. 
 
▲ 지난해 9월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내일의 날개를 달다! 2009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모습.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2008년 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 등에 따르면 대리운전업체가 2003년 7,316개였는데 지난해 1만5,865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대리운전기사는 8만~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한국대리운전기사협회는 실제 수도권에서 뛰는 대리기사가 10만명, 전국적으로는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일 밤새워 뛰어도 수수료와 부대비용을 빼면 한 달에 65만원을 벌까 말까하다. 그나마도 대량실업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일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대졸자 상용직 취업률이 48.3%이다. 해마다 대학졸업자가 60만명씩 쏟아지나 그 중 절반은 취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학원 등을 다니면서 취직자리를 찾는 취업준비생이 50만명 가량 된다. 그런데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월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 72.3%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부채가 1,125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취업준비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니 30, 40대는 서비스 업종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다. 기업에서는 명예퇴직이니, 조기퇴직이니 해서 상시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심해진다. 여기에다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탈로 인해 문을 닫은 영세 자영업자까지 몰린다.   

 실업자 400만명 시대다. 지난해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실업자만도 107만4,000명으로 전년의 83만9,000명에 비해 28%나 증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올해 직접 일자리 예산으로 3조5,843억원을 배정했다. 이것은 작년의 4조7073억원보다 1조1,23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예산을 몰아줬기 때문일 것이다. 고용창출을 위한 예산 뒷받침도 없이, 획기적인 중소기업 지원대책도 없이 무슨 근거로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지 모르겠다.

 4대강 같은 토목사업은 일자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80∼90%를 담당하고 있다. 정보통신, 생명공학 같은 미래산업과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집중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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